대전시가 ‘맛잼도시’라는 도시브랜드를 앞세워 캐릭터 기반 먹거리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청년 자활사업단이 7월부터 판매할 ‘꿈씨 호두과자’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고 그보다 앞서 ‘꿈돌이 라면’이 관광 기념품으로 등장했다.
두 제품 모두 대전의 상징 캐릭터인 ‘꿈돌이·꿈순이’ 얼굴을 형상화해 귀여운 외관으로 첫눈을 사로잡는다.
시각적 즐거움에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착한 기획’까지 얹었으니 행정이 할 수 있는 ‘착한 기획’이라는 점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식품은 단순한 굿즈가 아니다. 먹거리는 결국 오감으로 체험하는 문화 콘텐츠이며 도시의 정체성을 입안에 남기는 매개다.
캐릭터 모양만 얹었다고 해서 ‘대전의 맛’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전을 대표할 간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제품에 지역의 풍미와 이야기가 함께 녹아 있어야 한다.
성심당 빵이 전국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된 까닭은 단지 모양이 예뻐서가 아니라 대전 시민의 추억과 맛의 기억을 동시에 전해 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꿈돌이 라면이라면 국물 맛에 대전 특유의 요소가 녹아 있어야 한다. 대전 지역 식품회사 또는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능성 재료나 미생물 발효 조미료, 유성온천수에 녹아 있는 미네랄 성분 활용 등을 테마로 삼으면 “대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라면”이라는 스토리가 탄생한다.
꿈씨 호두과자 역시 충청권 농가에서 재배한 견과류나 대청호 인근 양봉장에서 얻은 꿀을 필링에 사용한다면 그 한입이 곧 지역성과 연결된다.
로컬 식재료뿐 아니라 향미 과학도 필요하다. 대전시가 지역내 연구기관과 손잡고 호두과자와 라면의 휘발성 향기 성분 즉 GC-MS(가스크로마토그래피) 분석 데이터를 확보해 소비자 기호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캐릭터 상품은 단순 기념품이 아니라 도시를 체험하는 미식자산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대전시가 “꿈씨 호두과자는 첫걸음일 뿐”이라며 앞으로 꿈씨패밀리 전 캐릭터에 지역 식재료를 적극 접목한 제품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아가 이러한 계획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관·산·학·연이 힘을 모으는 ‘캐릭터 푸드 R&D 플랫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외형을 넘어 지역의 맛과 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창업 청년과 소상공인에게 안정적인 연구·제조·유통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029년 인빅터스 게임 유치, 대전 0시 축제 등 국제·국내 대형 이벤트가 잇따르는 만큼 지금은 도시 고유의 미각 아이덴티티를 완성할 절호의 기회다.
대전을 찾은 관광객이 “귀엽다” 한 마디로 끝내지 않고 “이 맛은 처음인데?”라며 두 번, 세 번 곱씹도록 만드는 것, 그 순간 비로소 꿈씨 호두과자와 꿈돌이 라면은 대전이라는 도시를 이야기하는 진짜 먹거리가 된다.
캐릭터가 시선을 붙잡아 줄 ‘훅(hook)’이라면 지역성이 녹아든 맛과 향은 브랜드를 오래가게 만드는 ‘핵심(core)’이다.
이제 대전이 해야 할 일은 달콤한 모양 뒤에 숨은 도시의 이야기를 한입에 담아내는 일이다. ‘맛잼도시’라는 이름이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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