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 정상화를 내건 김석준 교육감이 4.2 재선거를 통해 부산교육청으로 돌아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하윤수 전 부산교육감에게 석패한 지 3년여 만이다. 그는 다시 한번 교육 개혁을 통해 학생들이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 전임자의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며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꼭 필요한 정책은 계승하고 무리한 사업은 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프레시안>은 김석준 부산교육감을 만나 부산 교육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를 통해 짧은 임기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구상을 담았다.
아래는 김석준 부산교육감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프레시안: 임기가 1년 정도로 짧다. 모든 정책을 전부 실현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김석준: 취임 이후 '부산교육 정상화'를 위해 그간 추진해 온 교육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사업을 분류하고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주요 공약인 부모찬스를 뛰어넘는 공교육 찬스와 가족처럼 챙기는 빈틈없는 교육복지 밎교사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환경 마련과 더불어 AI 교육 혁신, 지역과 상생·협력하는 부산교육 등 5가지 약속을 지키기 위한 세부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우선 학교 지원 중심의 행정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시민교육과' 신설과 같이 교육감 재량으로 가능한 것은 이미 추진 완료했다. 예산이 필요한 사업 중 올해 가능한 것은 이번 추경예산에 반영해 추진할 계획이다.
프레시안: 부산교육 정상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정상화란 무엇을 의미하며 추진 방안은 무엇인가.
김석준: 소통과 공감의 교육행정을 통해 교육 가족의 공감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장에서 권위주의적인 밀어붙이기식 일방행정이 일상화됐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
특히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무너진 교육행정의 신뢰를 다시 세워 부산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또한 교육가족을 어렵게 한다는 논란이 있는 사업들을 꼼꼼하게 살펴 일선 학교의 고충과 사업의 효능성을 두루 진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프레시안: 하윤수 전 교육감이 추진한 교육청 청사 이전 사업은 그대로 진행하는가.
김석준: 교육청 이전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현재 부산교육청 청사는 건축한 지가 38년 정도 된다. 그런데 부산에 지어진 지 38년이 넘게 된 학교도 40%가 넘는다.
청사 신축이전 문제는 근본적으로 원점 재검토할 생각이다. 전임교육감의 정책을 백지화하느냐, 아니냐의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먼저 학교 현장의 교육환경 개선을 그 어떤 것 보다 우선시 해야 한다.

프레시안: 하 전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평가한다면.
김석준: 늘봄학교, 아침체인지, 학력 평가 등 전임 교육감 시절 추진해 온 정책들에도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다. 다만 현장과의 소통이나 협의 없이 일방적인 상명하달식으로 추진한 부분으로 인해 현장과의 부조화와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본다. 좋은 부분은 더욱 발전시키고 보완할 부분은 빨리 보완할 계획이다.
프레시안: 일각에서는 K-POP 스쿨 재검토 등 김석준호의 시책에 대해 전임 교육감 지우기라는 목소리도 있는데.
김석준: 우려하는 전임 교육감 지우기를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 돌봄 수요 증가에 따른 '늘봄학교' 정책, 학생 인성과 체력을 위한 '아침체인지' 등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긍정적인 부분이 있는 정책은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수정하고 보완해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K-POP 스쿨' 같은 경우는 전임 교육감 시절 무리하게 진행했다고 본다. 법령 미흡 등 설립 시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대로 추진하기엔 문제가 많다.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부산예빛학교에 K-POP학과 신설을 검토중이다. 전임 교육감의 정책 지우기가 아닌 무리한 사업추진을 현실성 있게 재정립해 추진한다는 개념이다.
프레시안: 최근 늘봄학교의 강사와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늘봄학교는 어떤 방향으로 수정·보완할 계획인지.
김석준: 늘봄학교의 핵심은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다. 강사들 중 일부가 리박스쿨과 연계된 사례가 부산에도 있는 것으로 보지만 이는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다. 부산은 지난 윤석열 정부 하에서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추진했던 늘봄 확대 정책을 가장 솔선수범해서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면 늘봄 지원실장이 그렇다. 늘봄 지원실장은 많이 만들어놓았지만 실제로 학교에 가면 할 일이 없다. 승진가산점이 많아서 중견 교사들이 몰리는 문제도 있다. 현장에는 새내기 교사만 남게 돼 교육과정 자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전반기 늘봄 지원실장의 운영 과정도 그렇다. 실제로 늘봄 수요가 없는데도 인력은 배정되니 구성원 간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하반기에 60명을 더 증원해 내려준다고 하지만 받지 않는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늘봄 정책이 과도하게 집행되고 있다고 본다.
특히 부산은 늘봄 전용 학교를 지원청마다 하나씩 만드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수요와 미스매치가 생겨 어떤 경우에는 아이 하나 당 900만 원씩 예산이 책정되는 일도 생긴다. 현장에 맞게 낭비 없이 운영되도록 재검토할 계획이다.
프레시안: 교육 가족을 어렵게 하는 사업에 늘봄학교의 확대도 포함되는 것 같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면.
김석준: 전임 교육감이 주력했던 것이 늘봄정책 확대와 아침체인지, 학력 신장 등이다. 아침체인지는 처음에는 거의 모든 학교에 예산을 내려보내서 푸쉬하다보니 현장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예산 삭감과 함께 대상 학교를 한정하는 방향으로 되면서 정리가 된 느낌이다.
그러나 베스트(부산형 학업성취도평가)나 부산형 인강은 예산 대비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베스트는 명목상 자율적으로 시행하지만 장학사들의 간섭으로 현장에서 대체적으로 시행해왔다. 하지만 교육부의 전국 시험과 학교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있는 상황에서 베스트가 더해지니 학생들이 의미를 두지 않고 있어 중지시켰다.
부산형 인강도 수십 억의 예산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에서 호응이 낮다. 차라리 서울 인강이나 EBS를 본다는 반응이다. 계약된 분량까지는 학력개발원 등에 올려서 보고 싶은 사람은 찾아보는 용도의 자료로 활용하지만 더 이상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결국 학력 신장을 위해 추진했던 사업들이 예산만 쓸 뿐 현장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 학력 신장이라는 당초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점검해서 축소 또는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력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시험 잘 치는 것이 학력인가. 학생들이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이 학력인가. 그렇다면 그 역량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프레시안: 반도체마이스터고 설립도 미래 사회를 위한 역량을 준비한다는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인가.
김석준: 그렇다. 반도체마이스터고 설립은 부산의 미래 신산업인 전력반도체 분야 인력양성 체계 구축과 직업계고 경쟁력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반도체마이스터고 설립은 전임 교육감 시절에도 추진했지만 아쉽게 선정되지 않았다. 평가 지표에서 기숙사 문제, 교육과정, 교사 전문성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기숙사는 모듈러 교실을 활용해 확보할 계획이며 교육과정도 전문가를 초빙해 개선하고 동시에 교원 양성 프로그램은 중장기적으로 대학원 연수 등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임기 때 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를 설립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프레시안: 정치색을 거론하는 부산시의회의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협치의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석준: 교육에는 보수나 진보가 있을 수 없다. 지난 4월 취임 이후 학교 현장에 시행한 대통령 탄핵사건 선고 생중계 방송 시청 권고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현장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어 학생들이 생방송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지난 세월호 참사는 사회 전체에 안전의식을 되새기게 한 대형 사고이자 많은 학생과 교원이 희생된 사건이었다.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과 교원에 대한 추모의 뜻을 기리고 참사의 교훈을 잊지 않는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로 '안전주간'을 정한 것일 뿐 시의회에서 지적하는 정치색과는 전혀 무관하다.
앞으로 부산시의회와는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시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해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겠다. 상호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견해가 다를 때는 터놓고 진솔하게 설득하겠다.
프레시안: 교육인구 감소로 폐교가 증가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교육시설 이외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김석준: 현재 교육청 보유 폐교는 30곳이다. 이 중 반여초는 부산시와 해운대구에 환경체험교육관과 주민문화시설 용도로 대부 중이다. 자체활용 하는 25곳을 제외하면 현재 활용 검토 중인 곳은 4곳이다.
강서구 가덕도에 있는 천가초 천성분교장은 향후 가덕신공항 개발과 연계 가능성이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나머지 폐교로는 금정구에 있는 서곡초와 부산진구 주원초, 가산초가 있다.
그동안 폐교를 활용해 수학문화관, 과학체험관, 메이커교육 체험센터 등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다양한 지원 시설을 만들었다. 앞으로는 지역사회와의 상생 협력 차원에서의 개방적이고 전향적인 활용방안도 모색할 생각이다.
다만 단순히 학생 수가 줄어든다 해서 무조건 폐교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학교가 사라진 곳은 지역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 소규모 학교만의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과 지원을 통해 학교 기능을 유지시키고 지역 주민이 떠나지 않고 정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취재: 부울취재본부 강지원, 윤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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