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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이스라엘과 에너지 교역·무기 거래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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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이스라엘과 에너지 교역·무기 거래 중단해야

[시민건강논평] 건강과 평화를 훼손하는 자리에 설 것인가

국내에서 12.3 내란 심판과 이어진 6.3 조기대선에 이목이 집중된 사이 다루지 못했던 국제법적 책임과 관련된 두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하나는 세계보건기구의 팬데믹 조약이고, 다른 하나는 팔레스타인 해역에 대한 한국석유공사의 불법적 가스 탐사권에 관한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7~8월 재유행이 전망되고, 가자전쟁 이후 한국이 세계 8위의 이스라엘 무기수출국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실은 국내외를 가릴 수 없는 일들이다.

미래의 팬데믹 대비를 위한 책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한민국 정부대표단은 5월 21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제78차 세계보건총회에 참석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담배규제기본협약(2003년)에 이어 WHO 헌장에 따른 두번째 국제법적 협정인 팬데믹 조약이 체결되었다.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연설을 통해 '코로나19의 전 세계 예방접종률이 60%를 달성하는 성과에도, 최근 감염확산으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변이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으며, 허위 정보로 백신접종이 늘어나지 못하고, 검사와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지났지만 아직 새로운 감염병 대유행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팬데믹 조약은 '팬데믹 예방과 대비 및 대응에서 발생하는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다자주의의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내년 총회까지 팬데믹 조약의 쟁점인 '병원체 접근과 이익공유 시스템(Pathogen Access and Benefit Sharing, PABS)'에 대한 부속서에 194개 회원국뿐만 아니라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과 생산에 직접 관여하는 제약업계들까지 합의하고, 60개국 이상의 비준으로 최종 발효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어려움이 남아있다.

우선 언급되는 과제들은 전 세계 병원체 정보를 공유∙접근∙포괄하는 운영 시스템의 구축, 원칙과 방법에 합의했더라도 언제가 될지 모르는 감염병 발생까지 시스템의 운영과 재정 기전, 글로벌 물류 네크워크 설립 등이다.

가장 좋은 것은 병원체 정보 이용과 백신 개발에서의 국가 간 격차를 줄이는 일이다. 만일 정보가 공평하게 제공된다 하더라도 백신 및 의약품 연구개발과 기술이전∙생산에서 저소득국가의 고소득 국가에 대한 의존이 지속된다면 신속한 감염병 대비라는 목표의 절반은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국가들이 백신 생산체제를 갖추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 단위의 장기 투자와 규제시스템을 마련하고, 개별 국가의 보건의료 재정투자 확대와 체계강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보다 핵심적인 이슈는 이미 자국 정부에 압력을 가해 지적재산권 공유와 관련된 조약을 약화시켜 놓은 제약기업들이 불이행에 대한 처벌 조항도 없는 팬데믹 조약에 참여하여 백신과 치료제∙진단도구 생산량의 20%를 제공하는 의무를 이행할지 여부이다. 펜대믹에서 고소득국가와 초국적 제약업체들이 국가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란 우려는 당연하다. 그들이 코로나19에서 백신 생산의 독점적 지위를 내려놓지 않고, 치료제와 진단기술에 대한 중저소득 국가의 접근권을 배제했던 생생한 기억이 있지 않은가(☞관련자료). 다른 나라를 말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 역시 2020년 세계보건총회에서 백신과 치료제가 "전 세계에 공평하게 보급되기 위해 국경을 넘어 협력해야 한다"면서도(☞관련 정책브리핑), 백신 특허권을 풀어 생명을 살리자는 전 세계 시민사회의 요청에 대해선 끝내 부응하지 않았다. 감염병 위기를 '글로벌 지재권 선점', '백신 강국', '바이오헬스 산업육성'의 기회로만 여겼던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이었다.

내년도 총회에서 PABS 부속서가 어렵게 합의되고도 한국 정부가 국내 제약 및 의료산업계의 눈치를 보며 비준을 미루거나, 팬데믹 조약이 발효되어도 '세계보건기구가 각 국의 구체적인 정책이나 법률을 지시하거나 규제할 권한을 가지지는 않았다'며 방치하게 될 일이 염려되는 이유이다.

하지만 "미래의 팬데믹 대비와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한국이 적극 동참할 것"이라는 정부 대표의 발언이 외교적 수사를 넘어 역사에 위선과 기만의 오명으로 박제되는 일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펜데믹 조약 체결을 널리 알리며, 전 세계적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산업적 이익 우선으로부터 국제적 협력과 인도주의적 책임 이행을 통한 건강정의의 달성으로 전면 전환되었다는 것을 선언해야 한다.

ⓒ시민건강연구소

팔레스타인 땅에서의 이익은 누구의 것인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종청소와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이스라엘에 석유∙석탄∙가스 등의 에너지 자원 수출을 전면 금지할 것을 주장하는 전 세계 풀뿌리 운동가들이 6월 5일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하여 에너지 기업을 방해하는 툴킷>라는 보고서를 냈다(☞관련자료).

여기 등장하는 '식민지배와 집단학살을 지원하는' 에너지 기업 중 하나가 바로 한국석유공사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자회사를 통해 2023년 10월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 자행 중이던 시점에 이스라엘 정부에게 팔레스타인 해역에 대한 천연가스 탐사권을 매입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이스라엘로부터 6건의 탐사 허가를 받은 컨소시엄의 일원인 다나 페트롤리엄(Dana Petroleum)은 한국석유공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한국인 CEO와 이사회 의장이 운영하는 영국에 소재한 자회사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해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가스탐사 허가는 국제 인권법 및 해양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이다. 다나 페트롤리엄이 포함된 컨소시엄의 탐사권 총면적의 62%가 팔레스타인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속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해에서 가스탐사 및 개발권을 행사하는 것은 천연자원 관리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기본적 자결권을 침해하고, 팔레스타인의 천연자원을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해 착취하는 잘못된 관행이다.

그러므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탐사권 대금을 이스라엘에 지불하는 에너지 기업들의 행위는 이스라엘의 정착민 점령과 집단학살범죄에 협력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국제시민사회의 강력한 지탄을 받고 있다.

과연 한국석유공사는 이런 상황을 몰랐을까?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라 팔레스타인이 선언한 해상경계는 이미 국제법에 명시되어 있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과 통치는 그보다 더 오래된 일이다. 심지어 탐사권이 낙찰된 3개월 후, 팔레스타인 인권단체들은 다나 패트롤리엄에 서한을 보내 탐사의 불법성을 알리고, 팔레스타인 해역 내에서의 모든 활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까지 했으니, 한국석유공사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에서는 5만 4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그중 아동은 1만 8000명 이상이다. 최근 공개된 이스라엘 점령군의 드론 영상을 보면 드론은 내내 아동 둘을 감시하다 정밀 폭격한다. 이는 아동에 대하여 고의적인 표적공격을 하고 있다는, 가자지구에 의료봉사를 다녀온 의사들의 보고와 일치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미래를 지워버리기 위하여 아동을 공격하는 극악무도함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3월 2일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일체의 식품 및 의약품 반입을 중지시켜 기아로 인한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완전히 점령하고 병합하겠다면서 비무장 피난민들을 학살할 뿐만 아니라, 구호단체 활동가들과 구호품 배급소에 대해서도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있다.

지금 그레타 툰베리를 포함한 기후운동가 12명이 가자봉쇄를 뚫겠다면서 매들린 호에 인도적 구호물품을 싣고 6월 1일 시칠리아를 출발하여 가자 지구로 향하고 있다(☞현재 위치). 이스라엘은 이전에도 구호선을 공격해 비무장 활동가들을 살해했듯이 매들린 호도 공격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존재를 절멸시키려고 이처럼 처참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어떤 산업과 기술 협력이 가능할 수 있으며, 이런 나라에 전쟁무기를 수출하여 부를 쌓는 일이 어떻게 자랑스러운 성과가 될 수 있단 말인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마땅히 행사해야 할 주권을 강탈하여 외국에 팔고, 그 돈으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과의 연루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다.

'건강을 위한 평화, 평화를 위한 건강'이란 주제로 열린 5월 세계보건총회 수석대표 기조연설에서 한국 정부는 "평화와 건강은 근본적이고 보편적 인권이자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의 분쟁으로 인권이 침해되고, 공급망이 파괴되며, 필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평화와 건강이 훼손되고 있다고 말한 바로 그곳에, 지금 한국 정부가 파괴자로 서 있다. 한국 정부는 당장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불법적 공모에서 손을 떼고 이스라엘과의 에너지 교역을 중단하라. 이스라엘과의 무기거래 중단을 선언하고,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고발하라.

팬데믹의 위협과 불의한 전쟁으로부터 생명과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말에 행동으로 책임지겠다는 새 정부의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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