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더불어민주당 5선 의원(전주병)은 22대 총선 직후인 작년 5월 7일 "전북이 통으로 일어설 때 전남과 충남에 견줄 수 있는 시대를 바라볼 수 있다"며 "14개 시·군이 아웅다웅할 게 아니라 한 통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통 단합'을 강조한 그의 말은 이날 오전 KBS전주방송총국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패트롤 전북-특집 대담 국회의원 당선인에게 듣는다’를 통해 나왔다.
정동영 의원의 당시 발언은 장구한 지난 세월에 전북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면 이렇다.

"전북은 (인구가) 175만명이 깨졌는데 410만명의 충남과 비교 대상이 아니다. 전남은 국세청이 걷는 국세와 법인세, 부가세, 소득세, 상속세 등이 전북의 4배에 달한다. 세금만큼 경제력의 척도를 잘 반영해주는 게 없다는 점에서 전북은 전남의 4분의 1 수준이다."
"인구 155만명의 강원도가 우리(전북)를 추월했다. 춘천, 원주, 강릉을 중심으로 3두마차가 이끄는 강원 경제가 전라북도를 앞섰다. 뼈아픈 현실이다."
이런 말도 했다.
"부안·김제·군산이 새만금 제방관리권 등등 티격태격한다. 이렇게 해서는 동력을 살릴 수가 없다. (부산의) 가덕도 공항은 (총사업비가) 15조짜리이다. 15조짜리는 그냥 가는데 8천억짜리인 새만금공항은 지금 발목이 잡혀 있다."
정동영 의원은 이 대목에서 "14개 시·군이 아웅다웅할 게 아니라 한 통으로 뭉쳐야 한다"며 "이제는 우리(전북)가 크게 넓은 시야로 보고 적어도 14개 시·군 단위로 볼 것이 아니라 전라북도를 통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른바 '통 단결' 발언을 토해냈다.
이 발언이 나온 지 정확히 1년 1개월 후인 올 6월 3일 전북은 말 그대로 '통으로' 뭉쳤다. 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100만표 이상의 표를 대거 몰아주는 '몰표'의 '통 단결'을 보여준 것이다.
전북은 이번 대선에서 102만3272표를 몰아주는 등 82.6%의 압도적인 지지로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정권교체를 일궈내는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13만4996표)보다 88만8276표 앞선 전북 득표차의 몰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이다.
실제로 전북의 표 차이는 수도권에서 이재명 대통령(897만902표)이 김문후 후보(701만9977표)보다 더 많이 득표한 195만표와 비교할 때 45%에 해당한다.
수도권 인구 1000만명과 전북 인구 176만명을 감안할 때 전북의 대선 기여율이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북의 '빅2'간 득표차는 이재명 대통령이 승리한 서울(36만7054표)의 격차보다도 2배 이상 되는 규모이다.
이는 부산과 울산·경남 등 동남권에서 김문수 후보(262만3261표)가 이재명 대통령(206만2766표)보다 더 많이 득표(56만표)한 규모를 상쇄하고도 남는 수치이다..
전북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에 압도적인 몰표를 준 결과 윤석열 정부에서 인사와 예산에서 적잖은 차별을 당했다는 게 전북 정치권의 분석이다.
2023년 8월 '새만금 잼버리'가 파행으로 끝난 이후 정부는 이를 빌미로 새만금 SOC 예산을 무려 78%나 삭감하는 사상 초유의 칼바람이 불었다.
정부의 각 부처가 꼭 필요하다고 기획재정부에 올린 예산을 10~20%도 아닌 80% 가까이 칼질한 사례는 과거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전무후무한 보복성이라는 지역민들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전북 등 호남의 몰표를 요구했지만 막상 선거 이후엔 제 역할을 하지 않아 지역민들의 분노와 불만을 초래해왔다. 전북은 민주당 텃밭임을 자부하며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밀어줬지만 오히려 정부 정책의 실질적인 계산표를 뽑아보면 손해를 보고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였다.
전북도민들 사이에는 "전북은 항상 꿀도 못 먹고 벌만 쏘인다"는 자조섞인 절망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북 88만8000표 득표차의 무게는 이재명-김문수 양자간 23만9500표의 득표 차이를 보인 충청권을 통틀어 비교해도 정확히 3.7배의 무게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북 7대 공약을 발표했다. 2036년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와 첨단전략산업 육성, SOC 조기 완성, 금융특화도시 조성 및 공공의대 신설, 사통팔달 교통·물류 전북광역권 인프라 구축, 탄소중립 선도 미래도시 조성 등이 그것이다.
전북은 어려운 고비마다 대선에서 전폭적인 지지로 민주당을 지켜냈다. 이제는 민주당이 전북에 응답해야 할 때이다. 민주당도 전북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민주당이 껴안는 일은 역대 정부에서 홀대받았던 '전북 3중 소외'의 한(恨)을 풀기 위해 현안의 신속하고 확실한 추진과 지역인재의 중용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4선의 중진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익산갑)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호남이 민주당을 지켰듯 민주당도 호남을 지켜야 한다. 선거 때만 찾는 정치,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춘석 의원은 "지금까지 해온 만큼 (전북과 호남은)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권리도 있다"며 "그 목소리를 낼 것이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전북 출신 나머지 9명의 국회의원도 88만8000표의 전북 득표차 무게만큼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선거 때만 표를 달라는 정치에 종말을 고하고 진정 도민을 위한 정치, 전북을 위해 지도부 눈치를 보지 않는 소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