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수사에 연루됐다며 겁박당한 2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20시간 넘게 모텔에 머물며 연락을 끊었다가 경찰의 설득으로 구출됐다.
대전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일 대전 용전지구대를 찾은 한 남성이 “여자친구가 어제부터 금융감독원과 경찰이라 주장하는 사람들과 통화 중이며 오후 3시부터 모텔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며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를 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해당 모텔로 출동, 20대 여성 A 씨가 투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대화를 나누던 중 수상한 지령 메모를 발견하고 보이스피싱임을 확신, A 씨의 휴대폰에 악성 앱 설치 여부를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A 씨는 오히려 경찰을 의심하며 “무슨 권한으로 휴대폰을 보냐”며 “내 휴대폰에 악성 앱이 없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등 협조를 거부했다.
경찰의 지속적인 설득 끝에 A 씨는 가짜 검찰 서류와 휴대폰을 제출했고 경찰은 해당 휴대폰에서 악성 앱 3개를 발견했다.
하지만 A 씨는 여전히 “금융감독원 김민형 과장이 만나준다고 했다”며 피싱범의 말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A 씨는 “통장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피싱범들에게 장시간 추궁당했고 “따르지 않으면 구속된다”는 협박을 받고 지난 1일 오후 3시쯤 스스로 모텔에 들어가 20시간 넘게 머무르며 지시를 따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공기계를 구입하고 스마트폰에 원격제어 앱까지 설치했다.
이처럼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피해자를 모텔 등 외진 장소에 가둔 뒤 가스라이팅을 통해 경찰을 의심하게 만드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수사관과의 연락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새 휴대폰을 개통하도록 유도한 뒤 개인정보와 악성코드를 기존 휴대폰에서 새 기기로 모두 옮기게 한다.
이후 경찰이 오면 공기계가 된 기존 휴대폰을 경찰에게 제출하도록 하는 수법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으면 전화를 끊고 가까운 경찰서에 가서 확인하거나 대검찰정에서 직접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감별 콜센터로 서류를 보내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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