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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철지난 카드 ‘서울 편입’, 다시 만지작거리는 구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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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철지난 카드 ‘서울 편입’, 다시 만지작거리는 구리시

“시민들 원해서…” 설명했지만 연구용역 담당자는 “백 시장 의지로 여기까지 온 것”

계엄과 윤석열 탄핵 그리고 대선까지 빠르게 이어지던 변화의 물결 속에 조용히 사라지는가 싶었던 구리시의 ‘서울 편입’ 이야기가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구리시는 지난 11일, 수택3동 행정복지센터 공연장과 구리시청 대강당에서 연이어 ‘구리·서울 편입 효과 분석 연구용역’ 권역별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12일에는 갈매동복합청사 대강당에서 3차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그라지는 듯 했던 구리시의 ‘서울 편입’ 이슈를 언급하며 불씨를 살리려고 노력을 기울인 것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소속 김한슬 구리시의원은 지난 10일, ‘행정사무감사’에서 구리시의 ‘서울 편입’에 대해 명확한 지지 입장을 밝히며,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경기북도 신설은 사기’라고 단언하면서 사실상 경기북도 논의는 종료되었다”며, “이제 구리시가 선택해야 할 현실적 대안은 서울편입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같은 당 소속 김용현 구리시의원도 ‘서울 편입’을 언급하며 ‘명확한 로드맵을 짜고 협의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시민들의 혼란을 경감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5월 20일, 의정부에서 언급한 ‘경기북도’ 관련 내용은 그 맥락이 김한슬 의원의 주장과는 사뭇 달랐다.

당시 정확한 발언 내용은 “경기북부가 남부와 분리돼 독자적으로 성장하고 자주적인 재정을 통해 잘 살 수 있다면 당연히 분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현 상태에서 분리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북부는 각종 규제로 인해 산업경제 기반이 매우 취약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분리하면 규제가 해소되는가? 사실에 기반해서 생각해야 한다. 분리와 규제해소는 서로 인과관계가 없는 이야기다. 이것을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면 분도와 상관없이 당장 완화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규제 완화가 힘들다면 아무리 분도를 해도 규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서로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이것을 마치 분도를 하면 규제가 풀리고 분도를 하지 않으면 규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기만이고 사기다”라며 ‘중요한 것은 경기북부 지역 주민들이 잘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후 ‘그동안 특별한 희생을 강요받아 발전이 늦었던 경기북부에 이제부터 특별한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체 맥락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경기북도 신설은 사기’라고 발언했다며 “이제 구리시가 선택해야 할 현실적 대안은 서울편입뿐”이라고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는 논리전개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을 버리고 무작정 ‘서울 편입’만이 답이라고 하는 것은 억지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3차에 걸쳐 ‘구리·서울 편입 효과 분석 연구용역’ 권역별 설명회가 열린 것이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이번 설명회는 서울 편입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분석 결과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여, 그동안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라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관련 사항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라고 밝히며 ‘시민들 다수가 원하므로 추진한다’는 기존의 메시지를 유지했지만 정작 연구용역을 수행한 ㈜가치경영원의 임성은 책임연구원은 현장에서 “서울로 편입하기 위한 시도는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곤 했지만 제대로 성과를 올린 곳은 드물었다”라며 “구리시가 연구용역을 통해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서울 편입에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현재까지 이어온 것에는 백 시장의 열정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시민의 요청에 부응한다’는 구리시 측의 설명과 결이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대내외 여건과 정책 환경, 시민 의견 등을 적극 반영하여 서울 편입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는 향후 계획을 밝혔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이 ‘구리시 서울 편입’을 다시 띄우고 국민의힘 소속 시장이 이를 받아 키우려는 모습을 통해 감지되는 것은 대선 패배 후 이렇다할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여론은 국민의힘에 결코 호의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은 너무나 또렷하다. 그러나 ‘구리시 서울 편입’이라는 철지난 카드 정도로 흐름을 바꾸겠다는 것은 ‘당랑거철(螳螂拒轍)’에 불과할 뿐이다.

오히려 기존에 구리시 이전이 계획된 GH 문제를 확실하게 매조지해 실리를 챙기고 ‘특별한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한 정부에게 당당히 혜택을 요구하며 이러한 기반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가시적이고 현실적인 방향을 잡는 것이 민심을 얻는 길이 아닐까. 실현가능성이 안개가 가려 보이지 않고 혼자 힘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도 없는 ‘서울 편입’ 카드는 이제 서랍 속에 넣어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백경현 구리시장.ⓒ구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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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경기북부취재본부 이도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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