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치하에서 단 한 편의 친일문장도 남기지 않은 작가로 잘 알려진 한흑구(1909-1979)의 수필집 《뻐저리 아저씨》가 나왔다.
오래된 잡지와 신문에 흩어져 있던 글들을 모아 한 권으로 묶었다.
생전에 출간된 수필집 《동해산문》(1971),《인생산문》(1974) 에 이어 반세기 넘어 펴낸, '한국 수필문학과 수필론의 선구자' 한흑구의 제3 수필집이자 유고집이다.
수록 작품은 모두 50편으로, 전반부에는 평양이나 미국 유학과 관련된 수필을 배치하고 후반부에서는 포항의 삶에서 우러난 글들을 거의 발표한 시계열에 맞도록 앉혀 놓았다.
평양 안내지도를 그렸다고 해도 좋을 《모란봉의 봄》이나 첫사랑의 스웨덴계 여대생 《루스 알바》를 추억하는 글에서 만나게 되듯이 전반부의 작품들에는 돌아갈 수 없는 평양은 물론 청춘 시절이 내면의 호수에 잔잔히 물살을 일으키고, 후반부의 작품들에는 동해바다, 영일만 갈매기, 수평선, 하늘, 구름, 나무 같은 자연의 체온이 고독한 은둔의 사색을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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