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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의 유산 철도 민영화, 이재명이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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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의 유산 철도 민영화, 이재명이 끝내야 한다

[기고] 철도산업구조개혁을 넘어 모달시프트로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고속철도 통합' 두고 벌써부터 통합 반대론자들이 공약을 무산시키기 위해 혈안이 됐다. 심지어 대통령 취임사를 비틀어 "통합은 무능의 결과이고, 경쟁이 유능의 지표"라며, 통합시 반정부투쟁이라도 벌일 태세다.

한국의 고속철도는 KTX(코레일)와 SRT(㈜SR)로 분리 운영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철도민영화를 추진하다가 국민 여론에 부딪히자, 박근혜 정부에서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며 ㈜SR을 공공기관으로 출범시켰다.

공공기관 간 경쟁을 벌이는 이 낯선 풍경은 사실 유럽의 철도 경쟁 모델에서 착안했는데, 이 경젱 체재가 한국에 이식되는 과정은 그 배경도, 방식도, 맥락도 유럽과는 상이하다는 게 문제다. 1993년 유럽연합(EU)이 출범하면서 유럽 국가들은 사법, 외교, 안보와 더불어 경제적 통합을 진행하기 시작했지만, 사람과 화물을 수송해야 할 교통시장 통합은 더딘 상황이었다. 철도의 길이라고 할 수 있는 '선로'는 각각의 국가 소유였으므로 길을 잇기 위해서는 '선로'라는 인프라의 통합이 필수였다.

갖은 노력 끝에 선로를 개방하고 인프라를 통합하자 유럽 대륙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됐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철도산업의 특성상 시장이 커질수록 효율성은 커진다. 시장이 하나의 국가 단위에서 유럽 대륙 전체로 확장되면 여러 기업들이 경쟁을 펼치며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시장 분할에 따른 단가 상승이 발생하지 않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EU 철도시장의 개방과 경쟁은 이러한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을 위해서는 시장의 확대가 필수다. 그러나 사실상 섬나라나 마찬가지인 한국에서 경쟁체제란 결국 나눠먹기 이상도 이하도 아닌게 돼 버렸다. SRT 개통 이후 수서역과 서울(용산)역의 승객 비율은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7대 3으로 고정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경쟁체제를 옹호하는 자들의 대표적 주장은 통합 시 조직 비대화에 따른 방만 운영 우려다. 코레일 직원이 3만 명인데 반해 ㈜SR은 700여명에 불과하다. 700여명에 불과한 조직을 항상 코레일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다보니 착시효과가 발생한다. 조직 비대화는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의 '웃픈' 얘기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경쟁체제 옹호론자인 최진석(한국교통연구원)은 최근 고속철도 분리로 인해 거래비용이 발생하더라도 ㈜SR은 흑자를 보고 있으니 비효율이 아니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SR의 흑자는 사실상 코레일의 적자 위에 세워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실제 2016년 12월 9일 SRT가 개통하기 직전 3년간 흑자를 기록하던 코레일은 2017년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코레일은 고속철도만 운영하고 일반, 광역철도를 비롯해, 차량과 선로의 정비를 모두 ㈜SR이 한다면 코레일도 흑자 기업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최진석은 거래비용을 ㈜SR이 코레일에 지급하는 공용역 및 매표시스템 사용료, 고속열차 22편성의 임대료와 위탁정비비로 협소하게 적용하고 있다. 심지어 "거래비용이 높게 책정되고 있다는 견해가 있다"면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는다.

거래비용이란 철도산업 전체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애초에 분리하지 않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KTX와 SRT, 혹은 일반철도와 SRT 연계수송 분리로 인한 티켓 구입의 불편함과 불필요한 대기시간 발생이 포함되고, 공급 측면에서는 자연독점인 철도산업의 특성상 시장 축소에 따른 비용 단가 증가가 포함된다.

거래비용에는 기관 분리에 따른 중복비용도 포함한다. 국토부조차 집행 조직의 이원화로 인한 추가비용인 406억원의 중복비용이 매년 발생한다고 공식 인정했다. 인하대 물류학부 김태승 교수는 2016년 SRT 운행 이후 연평균 1,350억 원에 달하는 거래비용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수요측면의 거비래용은 포함하지도 않은 값이다.

설상가상으로 ㈜SR이 코레일로부터 독립하겠다면서 향후 도입될 17편성의 차량 정비를 위해 평택 지제에 8천억 규모의 차량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도 기존 코레일의 정비기지를 개량하여 사용할 경우 수백억 원이면 충분하다. 대표적인 중복비용으로 억지 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수천억 혈세가 낭비되는 꼴이다.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명분으로 ㈜SR이 출범하게 된 기원은 ‘철도산업구조개혁’이다. 기존 철도청을 시설과 운영으로 분리하여, 시설은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은 시장에 맡긴다는 구상이다. 철도산업구조개혁은 철도민영화의 또다른 이름이었고 철도민영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이 낡은 프레임에 기대어 한국의 좁은 땅덩어리에서 어떻게 돈 되는 철도를 나눠먹을까 궁리하는 일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성큼 다가온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에게, 아니 인간들에겐 이토록 사소하고 지엽적인 일로 다툴 시간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IPCC 보고서가 티핑포인트로 제시한 2030년까지 불과 5년 남았다.

철도는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할(극복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파국의 시간을 조금 늦출 뿐일지도) 대안적인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교통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의 주범인 도로의 수요를 어떻게 철도로 옮겨올 것인가가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의 교통망을 철도를 중심으로 설계하고, 버스나 트램 등 다른 공공교통수단을 철도의 규칙 시간표와 연계하는 통합적 공공교통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독일에서 추진 중인 '도이칠란트탁트' 프로젝트다. 매시간 같은 분에, 대도시 사이에서 30분마다, 모든 방향을 열차가 출발하도록 설계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더 많은 승객이 기차를 이용하도록 유도하여 도로 위의 차량 수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것"을 분명한 목표로 삼고 있다.

영국도 이와 유사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노동당은 '통합 공공철도를 위한 노동당의 계획'에서 "전국적인 시간표는 지역 철도서비스에 대한 열망과 버스, 트램, 기타 대중교통과의 통합을 개선하기 위한 지역 계획과 조정되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포괄하는 통합 시스템을 제공하여 ‘하나의 네트워크, 하나의 시간표, 하나의 티켓’의 편리함과 단순함을 제공"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대선의 교통 관련 공약은 많이 아쉽다.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의 탄핵으로 급하게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면, 이제라도 철저히 준비하고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민자철도의 난립과 고속철도의 분리 등으로 파편화된 철도망을 어떻게 하나의 단일시스템으로 구축할지, 나아가 철도와 다른 공공교통수단과의 매끄러운 연계를 위해 전체 공공교통망을 어떻게 통합할 지 고민을 서둘러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속철도 통합을 추진하다 좌초된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국토부 내 철도민영화 카르텔을 압도할 수 있는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 나아가 연구자들과 공무원들은 낡은 프레임에서 제발 벗어나길 바란다. '철도산업구조개혁을 넘어 모달시프트로'. 감히 단언컨대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철도산업의 방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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