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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낼수록 을이 되는 곳!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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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낼수록 을이 되는 곳!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현실

[기고] 이재명 정부는 간병 문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보통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 갑의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분야가 세 곳이 있다. 바로 법조계, 교육계, 의료계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중증 환자의 경우 특이하게도 돈을 더 많이 내면 낼수록 그 환자는 더 을의 지위가 강화된다. 병원은 평소에는 '고객 만족'과 '환자 중심'을 떠들며 굽신거리지만 이런 태도는 병원과 환자 간에 의료사고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태도와 얼굴을 바꿔 버리는 게 다반사다. 많은 사람이 아는 것이지만 전 분야를 통틀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싸우기가 가장 어려운 곳이 바로 병원이다. 오죽하면 병원하고 싸우면 백전백패라고 했을까?

최근 내가 신장 투석을 위해 4년째 다니고 있는 병원과 문제가 생겼다. 나는 시각 장애와 주 3회 이상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이런 내가 투석을 더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최근 아내의 신장을 이식받기로 했다. 병원에서는 이식 전 정밀검사를 위해 일주일간의 입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실로 입원을 요청하였으나 뜻밖에도 병원으로부터 거부를 당했다. 병원의 간호․간병 통합병실 입원 거부 입장은 이러했다.

"간호간병 통합 병실은 혼자 생활이 가능한 환자만 입원이 가능하고 이는 정부가 정한 기준입니다."

혼자 생활이 가능한 환자면 그냥 일반 병실로 가지 왜 일반병실보다 입원료를 더 내는 통합병실로 간다는 말인가? 게다가 입원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담당 의사 역시 "시력이 좋아지면 입원이 가능하지만, 현재는 환자의 안전에 문제가 있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나는 보건의료 시민운동을 수십 년간 해오며, 많은 병원이 중증환자는 배제하고 경증환자만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현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당사자가 되어 겪고 보니 분노가 치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병실로 입원하면 가족이 간병을 하거나 사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는데, 간병비만 하루 평균 15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신장이식 관련해서 3주 정도 입원을 하면, 간병비만 최소 315만 원이 들며, 이는 내 두 달 생활비에 해당한다.

환자와 그 가족 모두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이 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입원환자에게 보호자나 사적 간병인 없이 의료기관 책임 하에 입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병원은 간호사 외에 간호보조 및 간병인력을 기준에 맞게 배치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일반병실보다 더 많은 수가를 받는다. 중요한 사실은 지난해 12월에 개정된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입원환자 기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1조의5(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제공 절차) ③ 법 제4조의2제3항에 따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기관의 장은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신체·인지기능의 장애가 심하거나 질환의 중증도가 높은 입원환자 등이 우선적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신설 2024. 12. 27.>

이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중증장애 환자에게 통합서비스를 우선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다. 시각 기능과 청각 기능이 떨어졌고, 신장 투석을 계속해야 살 수 있는 바로 나와 같은 환자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우선 입원 대상이다. 그런데도 병원은 되레 "혼자 생활이 가능한 사람만 입원 가능하다"며 엉뚱한 기준을 들이댔고, 마치 정부 지침인 양 환자에게는 거짓말을 하면서 일반병실 입원을 유도했다.

병원은 왜 간호·간병 통합병실 운영 신청을 했는가? 병원은 중증환자를 일반병실로 보내고, 간병은 환자 가족이나 사설 간병인에게 떠넘긴다. 이로 인해 병원은 낙상 등의 안전사고 위험에서 자유로워지고, 통합병동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쉬운 경증환자만 수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 그러면서도 정부로부터는 추가 수가를 받는다. 환자의 고통 위에서 병원의 수익이 창출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 모든 것이 환자와 가족의 침묵과 희생을 전제로 유지되고 있다.

결국 나는 일반병실 입원을 거부하고, 신장이식 일정 또한 전면 취소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결단이 아니라, 오랜 시간 보건의료운동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더는 침묵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일은 비단 나만의 경험이 아니다. 오늘도 전국의 병원 곳곳에서 동일한 현실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환자들은 늘 약자의 위치에 놓인 채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부조리를 세상에 알리고, 문제를 직시하게 만들어야 한다.

간병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희생에 맡겨둘 일이 아니다. 세계 10위 경제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족이 병원 한켠에서 쪽잠을 자고, 간병비로 인해 가계가 파탄나며, 가족 전체가 돌봄의 굴레에 갇히는 현실은 결코 정상일 수 없다. 정부가 민생을 챙기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든 국민이 소리 없이 감내하고 있는 이 간병 문제부터 직시해야 한다.

1. 전국의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전 병상을 간호·간병 통합병실로 전환하라.

2. 요양병원 실정에 맞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모델을 개발하여 전국적으로 확대하라.

3. 모든 국민이 병원에서만큼은 간병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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