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고 생명나눔을 실천하는 헌혈자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시하는 이날 전북 전주시 '헌혈의 집 고사동센터'에서 119소방대원이 119번째의 의미 있는 특별한 헌혈을 해 주변의 박수를 받았다.
주인공은 전북자치도소방본부 임실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황정택 소방위(45)이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인데요. 건강해야 헌혈도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행복 아니겠습니까?"
환하게 웃는 미남형인 그의 헌혈 계기는 아주 평범하다.
고교 시절 첫 헌혈을 시작으로 대학 때부터 '생명을 지키는 작은 행동'이 헌혈이라고 생각해 기회 있을 때마다 '헌혈의 집'으로 향했다.
어려운 형편에 자원봉사도 쉽지 않아 약간의 짬을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게 된 것이 건강도 지키고 남을 돕는 '헌혈'이었다.
헌혈은 '전혈 헌혈'과 '혈장 헌혈', '혈소판 헌혈', '혈소판혈장 헌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가 '전혈 헌혈'로 약 20분이면 가능하다. 다만 8주 후에 재헌혈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간 5회로 제한된다.
'혈장 헌혈'은 혈액의 액체 성분인 혈장만을 채혈하고 나머지 성분은 돌려주는 방식으로 소요시간은 약 1시간 내외이며 연간 24회까지 가능하다.
젊은 시절에 항상 시간에 쫓겼던 그는 주로 '전혈 헌혈'을 많이 해왔다.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던 20대 후반에 그는 "다른 직종은 동기부여가 안 된다"며 과감히 소방직 공무원을 선택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전주 덕진소방서를 찾아갔는데 소방관들의 얼굴이 한결같이 해맑고 그늘이 전혀 없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에 소방관이 된 그는 매년 5회 안팎의 헌혈을 잊지 않았다. 더 하고 싶어도 횟수 제한에 걸린다.
소방대원과 헌혈은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항상 화마와 싸워야 하는 직업은 위험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헌혈도 긴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지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누군가는 해야 한다. 사고나 수술, 혹은 질병으로 혈액이 필요한 상황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데 누군가의 헌혈이 있어야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이렇게 해온 헌혈이 어느덧 100회를 넘어섰고 다시 10여회를 추가하게 됐다.
"생명을 살린다는 거창한 의미보다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장에서 건강을 유지하며 제가 할 수 있는 헌혈을 통해 작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절로 행복함을 느낍니다."
1남 1녀의 자녀를 둔 그에게 헌혈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나눌 수 있는 기쁨'이다.
'긍정적인 마음이 긍정적인 삶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그는 청사 내 헬스기구를 이용해 건강을 유지하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사람이 헌혈한 후 현장에 쓰러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걱정하던 아내도 이제는 충분히 이해해줘서 감사하다.
요즘에는 몸과 기억이 스스로 헌헐로 유도하는 것 같다고 활짝 웃는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아이쿠, 헌혈할 때가 됐는데…'라는 생각이 불현 듯 스칩니다. 그러면 즉시 헌혈 날짜를 예약합니다. 그날이 되면 알람이 울리고 헌혈을 하게 되지요. 몸이 알아서 헌혈하라고 시키는 것 같아요. 하하!"
지금도 헌혈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는 황정택 소방위는 "건강해야 헌혈도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가족들과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헌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그의 말이 가슴에 남아 큰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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