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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롯카쇼재처리공장, 또다른 대량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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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日롯카쇼재처리공장, 또다른 대량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온다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를 둘러싼 진실] 후쿠시마오염수, 롯카쇼사용후핵연료처리공장 준공 연계해 대책 세워야

어떤 국가시설이 당초 준공기간인 4년을 훨씬 초과해 30년이 넘도록 준공이 되지 않고 당초 예산의 20배 가까이 드는 상황인데도 이 시설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면 이 시설의 효용성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일본에 이같이 상식선에선 이해가 안 되는 그런 시설이 있다. 바로 아오모리현 롯카쇼(六ヶ所)촌에 1990년대에 착공된 롯카쇼무라사용후핵연료재처리공장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준공이 되지 않고 있다. 숱한 문제를 안고 그간 수십차례 준공이 연기된 롯카쇼재처리공장은 지난해 준공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8월 다시 '2026년 준공 연기' 보도가 나왔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23년 8월부터 시작된 후쿠시마핵오염수 해양투기는 당초 30년이라는 방류기간을 설정했지만 그간의 사정을 보면 일본 전문가들조차 50년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내년 롯카쇼재처리공장이 준공되면 나오게 될 어마어마한 삼중수소를 비롯한 핵종의 해양방류를 감안한다면 금세기 안에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후쿠시마핵오염수의 해양투기는 사실은 롯카쇼재처리공장의 핵오염수 해양방류를 위한 사전조치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후쿠시마오염수 해양방류만이 아니라 조만간 준공될 롯카쇼재처리공장의 핵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환경권 및 해양주권 수호 차원에서 국가적 대응은 물론 태평양 주변국과 지혜를 모아 대응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는 무모하고 무능했던 내란세력 윤석열 정부가 내팽겨쳤던 환경주권을 바로 세워야 할 과제도 안게 됐다.

일본의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와 관련해서 '금기의 정치학'이 횡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학자들로부터 나온 지 몇 년이 흘렀다. 신동애 기타큐슈대 법학부 교수는 2023년 6월 경주 더K호텔 세미나실에서 한국정책학회 '지속가능한 환경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정책적 논의와 국제안전관리기관의 논의'란 주제의 연구회에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의 본질은 일본의 원자력정책 추진의 걸림돌 제거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미일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묵인하에 해양방류를 하는 것으로 2024년 완공될 롯카쇼무라재처리공장에서 나오는 엄청난 각종 오염수 처리를 손쉽게 하기 위한 조치로 국제환경범죄"라며 "향후 롯카쇼재처리공장의 삼중수소 등 다핵종 오염수의 해양투기를 하지 못한다면 일본 원자력정책 자체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일본 정부가 삼중수소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후쿠시마오염수의 해양투기를 통해 다핵종 오염수의 해양투기에 대한 반발을 사전에 줄이기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이러한 원전정책 추진을 위해 일본 정부가 앞장서서 '금기의 정치학'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과학적'이라는 이름으로 헛소문을 막는다고 하고, 수산물 유통판매 추진예산을 짜서 이해관계자들을 무마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오염수 해양투기의 문제점을 제기하기 보다는 이러한 문제점 제기로 인한 소위 '헛소문'의 피해자가 어민이라며 이해관계자를 어민들로만 축소하고, 소비자인 국민들과 분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4월 16일 도쿄신문은 일본 이바라키현에 있는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 도카이(東海)재처리시설이 1977년부터 2007년까지 30년 동안 약 4500조㏃(베크렐)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했다고 주장했다. 이때 플루토늄 등 다른 핵종의 방류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경향신문(2021년 4월 22일)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 뒤에 숨은 의도'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강 전 위원장은 일본이 오염수의 해양방출을 결정한 것은 2023년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재처리시설 가동을 염두에 두고 삼중수소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국내외에 심어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했다. 실제 롯카쇼무라재처리시설이 재가동되면 후쿠시마오염수 방출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많은 양의 삼중수소와 방사성물질이 방출돼 심각한 환경·해양오염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롯카쇼무라재처리공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연간 800t 처리하며, 매년 약 9700조㏃의 삼중수소를 해양으로, 약 1000조㏃의 삼중수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되며 매년 약 50조㏃의 탄소14와 500억㏃의 요오드129를 방출한다. 즉 매년 후쿠시마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총량 900조㏃의 10배의 양을 바다로, 배 이상의 양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롯카쇼무라재처리공장은 사용후핵연료에서 연간 8t의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능력 때문에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왔다. 플루토늄 8t은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준에 따르면, 핵무기 1000기 분량에 해당하는데 2018년 말 기준 일본은 플루토늄을 45.7t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따르면 롯카쇼재처리공장은 이바라키현 도카이촌에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일본원연,日本原燃株式会社, JNFL)이 소유한 도카이연구개발센터 핵연료사이클공학연구소(처리능력 우라늄 210t/년) 대체시설로 아오모리현 롯카쇼촌에 우라늄농축공장, 롯카쇼저준위방사성폐기물매설센터, 롯카쇼고준위방사성폐기물저장관리센터가 병설되어 건설되고 있다. 향후 MOX(플루토늄-우라늄혼합산화)연료공장의 건설도 예정되어 있어 핵연료사이클을 위한 핵연료콤비나트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롯카쇼재처리공장은 당초 1997년 준공예정으로 1993년에 착공하였으나 여러 가지 문제로 준공이 26회 연기됐다. 2015년 일본원연은 준공시기를 2018년 상반기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7년 건물에 빗물 유입을 점검하지 않고 점검일지에 '이상 없음'이라고 기재하는 등 문제가 드러나자 2018년도 상반기 완성 전망도 '언급할 수 있는 단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련의 준공 연기와 함께, 건설비용도 당초 발표되었던 7600억엔에서 2011년에 2조1930억엔, 2017년에 약 2조9500억엔으로 증가했고 2021년에는 총사업비가 약 14조4000억엔으로 불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새로운 규제기준에 대한 대응이나 공장의 완성 지연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 후쿠시마오염수를 방류하는 모습. ⓒ연합뉴스

2024년 8월 일본원연은 '2024년도 상반기 중 가능한 한 조기'라고 하던 준공시기를 연기했다. 27번째 연기로 약 2년 반 후인 2026년 완공 목표로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같이 건설중인 MOX연료공장도 8회째 준공 연기를 전하고 있는데 시기는 '2024년 상반기'에서 약 3년 반 후인 2027년으로 조정하고 있다.

일본원연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면서도 재처리공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일본원연은 홈페이지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회수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경수로에서 이용함으로써 1~20%의 우라늄자원 절약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미래적으로 플루토늄의 전환효율이 뛰어난 고속증식로에서 플루토늄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효율은 현격히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오모리방송(2025년 5월 18일)은 '롯카쇼재처리공장 가연성 액체 누출 외부 영향 없음 원인은 조사 중'이란 보도를 내놓았다. 5월 18일 오전 10시 넘어 6곳 재처리공장의 방사선 관리구역에 있는 '정제건물'에서 가연성 액체인 '노르말도데칸'이 약 2.5ℓ 누출되고 있는 것을 점검하던 당직자가 확인했다. 노르말도데칸은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약품을 희석하는 액체로 방사성 물질은 아니지만 가연성이 있다. 일본원연이 원인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방사선과학자인 와타나베 에츠지, 엔도 준코 등이 공동집필한 <방사선피폭의 쟁점-후쿠시마원전사고의 건강피해는 없는가>(2016)에는 더욱 놀라운 사실이 나온다.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 배수(排水)는 농도기준이 있지만 일본의 사용후핵연료재처리공장에서는 삼중수소 배수의 농도기준이 없고 '관리목표'라는 것을 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그 관리목표가 1년간 1경8000조Bq이라는 엄청난 수치이다. 아오모리현의 롯카쇼재처리공장은 본격 가동하면 엄청난 양의 핵오염수가 바다에 방출되게 된다.

재처리에 있어서는 사용후핵연료봉을 세밀하게 절단해 화학처리할 때 연료봉 가운데 있는 삼중수소가 거의 모두 누출되기 때문에 재처리공장에서 나오는 삼중수소의 방출은 자릿수가 달라질 정도로 커진다고 한다. 롯카쇼재처리공장이 현재까지 실증실험에서 최대 삼중수소수를 방출한 것이 2007년 10월이지만 1개월에 520조Bq의 삼중수소를 방출했다. 일반 원전의 일상적 방출의 10년간 분량 정도가 1개월에 방출된 것이다.

일본 국립암연구센터에 의하면 '전암(全癌) 75세 미만 연령조정 사망률'에 있어 아오모리현은 2004년 이래 계속 전국 1위이다. 연속 11년간 전국 최악의 1위인 것이다. 아오모리현 동쪽 태평양에는 삼중수소가 대량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마이니치신문, 2015년 10월 18일).

일본의 내과의사이자 한의사인 우쓰미 사토루(內海聰)는 <방사능과 원전의 진실>(2015)에서 앞으로 해양오염수문제는 후쿠시마원전사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롯카쇼재처리공장이 완공되면 엄청난 방사성폐기물이 나오는데 이것은 제대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기에 해양방출을 하기로 결정돼 있다. 롯카쇼재처리공장의 배수구는 앞바다 3km, 깊이 44m 해저에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그 배수구로부터 연간 1경8000조Bq의 삼중수소를 방출할 계획이 세워져 있다.이 기준은 프랑스 라아그재처리공장이 1경8500조Bq이라고 해서 결정됐다고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양이라는 것이다.

일본 원자력정보자료실(CNIC)은 홈페이지(https://cnic.jp/knowledgeidx/rokkasho)에 '중단시키자! 롯카쇼재처리공장'이란 제하의 글을 통해 핵연료사이클문제를 포함한 재처리공장의 위험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에는 타다 남은 우라늄, 플루토늄, 그리고 '죽음의 재(핵분열 생성물)'가 포함되어 있다.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는 이 사용후핵연료 속의 플루토늄을 다시 원전에 재이용하는 '핵연료사이클'을 원자력 정책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프루토늄은 사용후핵연료에 약 1% 포함되어 있다. 롯카쇼재처리공장은 1년간 약 800t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고 약 8t의 플루토늄을 분리한다.

롯카쇼촌에는 재처리공장을 포함하여 핵연료사이클기지라고 불리는 4개의 핵시설이 있다. 우라늄농축공장은 천연우라늄을 농축하는 시설이다. 천연우라늄은 약 99.3%의 핵분열이 어려운 우라늄, 약 0.7%의 핵분열을 일으키기 쉬운 우라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핵분열이 쉬운 우라늄을 약 4~5%로 농도를 높인 농축우라늄을 만들어내는 시설이다. 저준위방사성폐기물매설센터는 원전 운전으로 발생하는 저준위폐기물(노란 드럼통 등)을 매립해 최종처분하는 시설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저장관리센터는 프랑스나 영국에 위탁한 해외 재처리(전체 약 7100t)로 인해 발생한 폐기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시설이다. 현재는 프랑스에서 일본으로 반환 수송된 고준위 유리고화체를 보관하고 있다.

재처리공장은 사용후핵연료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뽑아내는 시설이다. 방사능을 원료로 한 거대한 화학플랜트이기 때문에, 핵시설로서 임계사고, 방사능누출, 피폭사고 등의 위험성과 화학공장으로서 화재·폭발 사고 등의 위험성이 중첩된다.

재처리공장은 △절단 및 용해 공정 △분리 공정 △정제 과정 △저장 과정으로 나눠 전개된다. 공장에서는 우선 사용후연료를 뭉툭하게 절단해, 고온의 질산에 녹여, 우라늄·플루토늄·죽음의 재가 섞인 질산용액이 만들어진다. 이 질산용액에서 죽음의 재를 분리한다. 죽음의 재 부분은 농축되어 고온의 유리 원료와 섞어 스테인리스 용기에 넣어 차갑게 굳히는데 이것이 고준위 유리고화체로 전용 저장건물에서 30~50년간 저장된다. 인간이 접근하면 즉사할 정도의 매우 강력한 방사선과 열을 낸다. 또한 우라늄용액과 플루토늄용액을 분리한 뒤 우라늄은 질산을 빼고 산화우라늄 분말상태로 저장되고, 플루토늄용액은 한번 분리된 우라늄용액과 1:1 비율로 혼합되어 질산을 빼고 MOX분말 상태로 저장된다. 이것이 재처리공장의 제품인데 이 플루토늄(MOX)을 다시 원전의 연료로 이용하자는 것이 플루서멀(Pluthemal)이다. 문제는 이들 공정 전체에서 설사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원전 1년치 방사능을 하루 만에 내놓는다'고 할 정도로 대량의 방사능이 환경 속으로 방출된다.

2007년 3월말, 도쿄전력을 비롯한 일본의 모든 전력회사에서, 1만건 이상의 원전·화력발전소 등의 사고·트러블 은폐가 밝혀졌다. 롯카쇼재처리공장에서도 설비의 설계 미스가 은폐된 사실이 그해 4월 발각되었다.

롯카쇼재처리공장의 비용은 당초 공표된 것은 건설비뿐으로 1993년 당시 약 7600억엔이었지만 1999년엔 2조1400억엔으로 3배로 치솟았다. 그런데 건설 10년 후인 2003년에 느닷없이 전기사업연합회는 "롯카쇼재처리공장의 총 비용은 약 11조엔"이라고 공표했다. 공표된 내역은 건설비 약 3조3700억엔, 운전·보수비 약 6조800억엔, 공장 해체·폐기물 처리비 약 2조2000억엔이다. 건설비만 해도 당초 계획의 4.5배가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일절 설명되지 않았던 운전·보수비, 공장 해체·폐기물 처리에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후에도 비용은 해마다 상승해 2018년 현재는 13조9300억엔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시산은 공장이 40년간 100% 풀가동, 무사고로 가동된다는, 있을 수 없는 것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이 이상의 금액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게다가 최종처리 비용을 포함한 백엔드(Back End)비용 총액이 약 19조엔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민환경단체는 지금 이 롯카쇼재처리공장 건설계획을 중지하면 공장의 운전비용, 해체비용, MOX연료공장이나 TRU(초우라늄원소)폐기물의 처분비용이 필요 없어 19조엔 중 무려 70%의 삭감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는 "재처리를 통해 폐기물의 양이 줄어든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고준위사용후연료는 유리고화체 하면 작아지지만 동시에 방대한 저준위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한다. 그 양은 프랑스 라아그재처리공장에서의 사용후핵연료의 약 15배, 일본의 도카이재처리공장의 약 40배가 되고 있다. 롯카쇼재처리공장은 공장 조업 후에는 시설 전체가 방사성폐기물이 되어 버린다. 이를 포함하면 재처리공장은 원래의 사용후연료에 비해 약 200배나 되는 폐기물을 생성한다는 시산치도 있다. 이것들은 재처리를 실시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는 폐기물이다.

재처리공장은 원전 1년치 방사능을 하루만에 내놓는다. 재처리공장은 비록 사고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대량의 방사능을 방출하지 않으면 운전할 수 없다. 높이 150m의 거대한 배기통에서는 크립톤을 비롯해 삼중수소, 요오드, 탄소14 등의 기체상 방사능이 대기 중에 방출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러한 방사능이 '공기에 의해 확산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롯카쇼촌 앞바다 3km의 해양 방출관 방출구에서는 삼중수소, 요오드, 코발트, 스트론튬, 세슘, 플루토늄 등 모든 종류의 방사능이 폐액에 섞여 바다에 버려진다. 이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나 일본원연은 '대량의 해수에 희석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롯카쇼재처리공장의 당초 계획에서는 크립톤과 삼중수소 제거가 계획되어 있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되어 전량이 방출된다는 것이다.

재처리공장은 위험한 방사능을 드리우는 최악의 핵시설이다. 실제로 이미 재처리공장이 30년 이상 운전되고 있는 유럽에서는 엄청난 방사능 방출로 인한 환경오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보고되고 있다. 프랑스 라아그재처리공장 주변에서는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프랑스 평균의 약 3배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재처리공장의 운전과 방사능 방출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셀라필드재처리공장에서 나오는 방사능에 의해 오염된 아이리시해를 둘러싸고, 강 건너 아일랜드 정부가 영국 정부에 어필하는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 서유럽의 각국 정부는 영국·프랑스 재처리공장의 운전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아오모리현에서도 롯카쇼재처리공장 주변에서의 환경오염 및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되어 1999년부터 '아오모리현 소아암 등의 암 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일본의 환경시민단체는 쓸모없는 플루토늄 때문에 대량의 방사능을 퍼뜨려 대형사고의 가능성을 안고 11조엔 이상의 비용을 필요로 하는 롯카쇼재처리공장을 정당화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

그동안 연기에 연기를 거듭해온 롯카쇼재처리공장은 지난 2023년에는 완공돼 가동에 들어갔어야 했지만 일본 정부는 작전상 가동을 계속 연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후쿠시마원전오염수의 무리한 해양투기는 향후 롯카쇼재처리공장에서 나올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물질의 해양투기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사전조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앞서 신동애 일본 기타규슈대 법학과 교수는 일본의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 2개월전인 2023년 6월 학회에서 "일본은 우리 밥상과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멈춰야한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들었다.

첫째,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 처리를 담당해온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 검토위원회의 결정이 객관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오염수 관련 정보공개 부족과 충분한 논의의 부재이다. 셋째, 오염처리가 불완전하고, 오염수에 남아 있는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성물질이 위험이 제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오염수 투기계획과 관련된 정보의 부재이다. 다섯째, 오염수 해양투기를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여섯째, 일본 정부의 오염수 관리정책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일곱째, 원자로가 철거될 때까지 계속 오염수가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신 교수는 결론으로 "오염수 관련 정보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특히 최인접 국가인 한국에 관련 정보를 모두 제공한 후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포함해서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객관적인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오염물질을 인류 공동 자산인 해양에 투기할 권리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일본의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대책을 방기한 것은 물론 엄청난 국가예산을 투입해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재야 학자들의 비판과 우려를 '비과학적' '괴담' 운운하며 일본 정부의 논리를 대변해왔다. 이제 이재명 정부는 2023년 8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오염수 해양방류의 문제점과 실태를 직시해야 한다. 적어도 중국 정부 수준의 주체성과 독자성을 갖고 일본 정부에 정보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국제사회에 해양오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제공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 대응은 과학의 문제를 넘어서 주권의 문제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위험이 입증되지 않으면 안전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안전하다고 입증되지 않으면 위험한 것으로 가정하고, 위험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과학적 상식이자 새로운 정부나 제대로 된 여당이 해야 할 일이다. 후쿠시마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인식 전환과 대책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일본에 대한 역사문제를 비롯한 외교 현안에서 주도권을 갖는 시작점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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