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일본 정부의 주요 당국자가 과거 합의와 정부 담화를 최대한 존중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과거사 문제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한일본대사관 주관으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이 열렸다. 이 리셉션에 참석 차 한국에 방문한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본 총리 보좌관은 이날 오후 한국외교협회와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특강에서 연설을 통해 '역사 문제를 올바르게 관리하기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의원이면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안보 부문 보좌를 담당하고 있는 나가시마 보좌관은 △단기적인 이해득실에 얽매어 양국의 장기적인 전략적 이익을 놓치지 않을 것 △과거의 합의(정부 담화)를 최대한 존중하고 결코 후퇴시키지 않을 것 △양국 국민들을 용기를 가지고 설득할 것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이러한 과거사 문제 해결 원칙을 밝히게 된 배경으로 "군사안전보장을 둘러싼 협력은 한일을 둘러싼 지정학적, 전략적 환경 악화에 따라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지만, '역사문제'가 병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 강연에서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이 중요하다며 "한·미·일 3국 공동의 대응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비약적인 발전과 진화를 이뤘다. 그런 의미에서 새 정부의 동향을 주시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우는 실용주의 접근법에 많은 기대를 걸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이날 리셉션에서도 한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의 엄중한 국제 환경에 비추어 양국이 긴밀히 의사소통하고 협력의 폭을 넓혀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안보, 경제, 에너지, 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직 한국 정부의 공식 대응은 없는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리셉션에 영상 축사를 통해 "1965년 당시에는 약 2억 달러 정도였던 교역 규모가 2024년에는 약 700억 달러를 넘어서서 350배 가량 증가했고, 연간 1만 명 수준이던 인적 교류가 이제는 1,200만 명을 돌파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양국 국민을 하나로 이어주었고 문화 교류도 매우 깊어졌다"며 "그동안의 성과와 발전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한일 관계의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이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 양국은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파트너"라며 "지난주 이시바 총리님과의 통화에서 새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씀나렸다. 곧 있을 G7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앞으로 총리님과 신뢰와 우정을 쌓아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인사말에서 "지난 60년간 양국간 교류와 협력은 국교정상화 당시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을 만큼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다"며 "이러한 한일관계의 발전은 그간 양국 국민들이 지혜를 모으고, 쌓아온 신뢰와 교류를 바탕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올해 국교정상화 60주년이라는 의미깊은 해를 맞이하여, 양국 국민의 마음과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고, 한일 관계의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리셉션은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공동사업의 일환으로 한일 외교부가 양국 수도에서 60주년을 기념하는 리셉션을 각각 개최하기로 한 데 따라 주한일본 대사관 주최로 개최됐다. 오는 19일에는 도쿄에서 주일본 대한민국대사관 주최로 한일 양측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 리셉션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석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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