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누가 의사가 돼야 하는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누가 의사가 돼야 하는가?

[서리풀연구통] 좋은 의사를 위한 조건, 다양성 있는 의대 입시

2024년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의정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많은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의대생들 또한 1년 반이 넘도록 수업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집단 유급 사태가 현실화됐으며, 재학생 중 약 40%가 유급 대상자로 분류됐다.

의료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에 대한 사회의 실망도 커졌다. 이들이 사회적 발언을 하는 방식에서 무례하거나 공감이 부족한 태도가 지적됐으며, 특히 일부 의대생의 계급의식과 사회를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성과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금 질문하게 된다. '누가 의대에 들어가는가?' 그리고 '누가 의사가 돼야 하는가?'

한국에서는 IMF 이후 의대 쏠림 현상이 본격화됐고, 입시 제도는 오랜 시간 동안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해 왔다. 그 결과, 의대는 부유한 집안의 모범생들이 진입하기 쉬운 공간이 됐다.

하지만 좋은 의사란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의사는 사람을 돌보는 직업이며,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의사가 많을수록 다양한 삶을 살아온 환자들의 경험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의료의 질을 높이고 의료 서비스의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들이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데에 점점 더 많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준은 실제 얼마나 의대 입시에서 반영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이에 대한 실증적 자료가 거의 없다. 반면, 미국에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자료가 있다. 따라서 오늘은 미국 의대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변화 추이를 다룬 연구를 소개하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시사점을 던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과대학협회(AAMC)는 전국의 의과대학 신입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꾸준히 조사를 진행해 왔다. 연구진은 2002년부터 2015년까지의 신입생 설문 자료와, 2005년부터 2020년까지의 졸업생 데이터를 활용하여, 미국 의대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 '1세대 대학생' 여부, 졸업 성과 등을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1세대 대학생'은 부모 모두가 대학 학위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로 정의하며, '의료계 저대표 집단(URIM, Underrepresented in Medicine)'은 히스패닉계, 비히스패닉계 아메리카 원주민, 알래스카 원주민, 하와이 원주민, 기타 태평양 섬 주민,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해당하는 경우로 정의한다.

2002년부터 2015년 사이 분석된 약 25만 명의 의대생 중, 여성은 28.0%, 1세대 대학생은 7.4%, URIM은 14.7%였다. 소득 하위 4분위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학생은 10.7%인 반면, 부모 소득이 미국 전체 가계 소득 상위 5%에 해당하는 학생의 비율은 2002년 19.6%에서 2015년 24.5%로 증가했다. 즉, 일반 인구 대비 4~5배 이상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1세대 학생은 비1세대 학생보다 교육비 부채가 더 많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빚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의대를 졸업하지 못한 학생의 비율은 전체의 3.5%였는데, 이들 중 1세대 학생은 10.6%, 저소득층은 9.8%였다. 반면 졸업생 중 1세대 학생은 6.8%, 저소득층은 6.5%였다. 분석 결과, 학생이 저소득층, URIM, 1세대일 경우 의대 졸업을 하지 못할 위험이 각각 1.71배, 2.07배, 1.5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미국의 일반 환자인구를 대표할 수 있는 1세대 학생이라는 기준을 강조하며, 의료계 인력이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의 다양성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학생을 모집하기 위한 의도적인 투자가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입시에서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가 주요 가치로 자리 잡은 미국조차 이 정도라면, 의대 입학이 입시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다양한 배경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가 '역차별'이라는 프레임이 반복되는 한국에서 과연 다양한 배경의 학생을 뽑기 위한 의도적인 입시 제도 개편이 가능할까? 그와 같은 걱정을 하기에도 앞서, 우선 한국에서도 누가 의대에 입학하고 졸업을 하는지 현 상황을 파악하는 자료가 구축돼 한국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