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공습으로 이스라엘 병원이 피해를 입어 미국의 결정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이란이 미국 개입 땐 항전을 경고했고 지지층 반응도 저조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럼프 정부가 이란을 타격하되 전면전으로 빠져들지 않을 방법을 궁리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유럽이 이란과 핵 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협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완전히 가라앉진 않은 상태다.
<AP> 통신 등을 보면 19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남부 비르셰바의 소로카 병원 건물 일부가 손상됐고 화재가 발생했으며 여러 명이 다쳤다. 소로카 병원은 1000개가 넘는 병상을 보유한 이 지역 주요 의료 시설이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 정권이 병원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 고의로 민간인을 겨냥했다"며 이는 "전쟁 범죄"고 이란은 "적색선을 갖고 있지 않다"고 규탄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란 국영 언론은 해당 공격의 주요 표적은 병원 인근 군사 기지였고 병원 자체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이 충격파에만 노출돼 심각한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BC는 이번 공격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작전에 대한 미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고려 중인 매우 중요한 시점에 발생했다"며 "이 공습은 아마도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미국) 군사 개입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압력을 가하는 데 이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이날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다. 이스라엘군(IDF)은 19일 오전 이란 아라크 중수로 핵시설과 나탄즈 핵시설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아라크 원자로가 현재는 비활성화 상태지만 다시 활성화돼 플루토늄 생산에 투입될 수 있다고 공격 이유를 설명했다.
<AP>는 이란 국영 방송이 아라크 시설 공격으로 인한 방사능 위험은 없고 주변 민간 지역 피해도 없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할 수도 안 할 수도"…'공격 뒤 전면전 피할 궁리 중' 보도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모호한 태도를 유지 중이다. <뉴욕타임스>, <AP> 통신 등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미국이 이란 공격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내가 뭘 할진 아무도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뭘 할지에 대한 구상은 있지만 확정되진 않았다. 난 마감 1초 전에 최종 결정을 하는 걸 좋아한다. 상황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며 "다음 주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싸우고 싶지 않다"며 "하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는 것과 싸우는 것 사이 선택지라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여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왜 이 죽음과 파괴가 일어나기 전에 협상하지 않았냐"며 이란을 비난하면서도 이제 협상하기엔 너무 늦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너무 늦은 것은 없다"고 답했다.
유럽이 오는 20일 이란과 핵 관련 회담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18일 <로이터> 통신은 독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 프랑스, 영국 외무장관이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이란 핵 프로그램을 민간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을 보장하도록 설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해당 회담이 미국과 조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이란이 백악관에 계속 접촉 중이며 "백악관으로 오겠다고 제안했다"고도 했다.
관련해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어떤 이란 관리도 백악관 문 앞에서 굽신대며 애원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보다 비열한 것은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하겠다는 비겁한 위협 뿐"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란은 협박에 의해 협상하지 않는다"며 "어떤 조치에 대해서도 상호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논의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17일 오후 고위 보좌관들에게 이란 공격 계획을 승인한다고 했지만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지 지켜보고자 최종 명령은 보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CNN 방송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 계획을 검토 중이지만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서 물러날지 일단 주시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 정부 최고위 당국자들 사이에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되 전면전에 휘말리지 않을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직 미국만 이란의 핵 야망을 끝낼 수 있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주장에 수긍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이 피하겠다고 공언한 유형의 해외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깊이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은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공격이 반드시 외국 전쟁에 대한 미국의 완전한 개입을 의미한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결정적 공격과 분쟁을 장기화할 수 있는 광범위한 조치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단지 편리한 구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트리타 파르시 미 싱크탱크 퀸시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에 의한 어떤 공격도 역내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의 본격적 공격 및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미국에도 쉬운 전쟁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은 일부 이란 전문가들이 전쟁이 벌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내 지속될 수 있으며 이스라엘 요구로 미국 인명과 자원이 막대한 희생을 치를 수 있다고 우려 중이라고 전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을 보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8일 방송 연설을 통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무조건 항복"을 거부하고 미국이 이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지지층 다수 이란 군사 개입 반대…"이란 인구도 모르면서 정권 전복하려 하나" 마가 내부 대립도 격화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지지층 다수가 이란 개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가 지난 13~16일 조사해 18일 공개한 내용을 보면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에 투표한 응답자의 53%가 미군이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개입 찬성은 19%에 불과했다. 또 이들 중 63%가 핵 프로그램에 관해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답했다. 협상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18%였다.
전체 응답자 중 미군이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답한 비율은 60%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인 마가(MAGA) 내부 대립도 격화했다. 이 진영의 대표 인사인 전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과 테드 크루즈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란 정권 교체에 대해 논의한 18일 공개된 칼슨의 개인 방송에선 고성이 오갔다. 이란 개입에 반대하는 칼슨은 개입에 찬성하는 크루즈 의원이 이란 인구가 몇 명인지 모른다고 하자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나라의 인구도 모르냐"며 "당신은 이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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