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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건설 반대, 최후 진술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제주의 녹색분칠]

전국의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며, 제주천막촌 그리고 세종의 활동가들과 함께한 국토부 앞 시위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지난 6월 12일은 최종변론일이었습니다. 왜 그들이 반생태적 행위들에 반대하는지, 활동가들이 재판부에 낸 최후진술문을 독자와 함께 공유합니다.

<대전2024노**** – 최후진술문>

우리는 다 다릅니다. 사람은 다 다릅니다. 그것은 나와 내가 아닌 존재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잘 드러납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몫이 너무 커서 다른 존재를 존중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나는 조심해야 합니다. 자신을 속이지 말고 나는 나를 잘 들여다 봐야 합니다. 사람은 다 죽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다다랐을 때, 나는 내가 나 말고 또 무엇을 사랑했는지 가장 잘 알 것 같습니다. 그 순간에 그리운 무언가가 떠오른다면, 그것이 평생 내가 원했던 것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나의 시절들에 다른 의미가 주어질 것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어, 말하지만,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했을지 모릅니다. 그 당신은, 당신일 수도, 남일 수도 있고, 벗이거나 벗과 함께 속한 조직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섭씨 40도 땡볕에 타들어가는 쪽방에 있을 수도 있고,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속옷에 덧대었거나 남의 나라 장갑차에 산산이 몸이 부서진 소녀들일 수도 있고, 에어포켓에 마지막 숨을 걸고 엄마 생각을 하는 소년일 수도 있고, 가로세로 1미터의 철창에 스스로 몸을 가둔 하청노동자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라고요.

우리 사랑은 깊어지거나 얕아지며 변합니다. 애초에 나는 당신보다 나를 사랑했습니다. 살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에, 나는 실수합니다. 끊임없이 잘못 판단하고 잘못 행동합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그렇다는 것을 압니다. 그것만이 나의 장점입니다. 계속 반성에 이릅니다. 실수와 잘못, 부족함이 많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에 어떠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나 말고 조금 더 당신에게 깊어지려고 애를 쓰는 마음이 사랑인 것 같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당신을 돌아보고 존중하고 돌보려고 노력하는 일이, 우리의 '시위'입니다. 부단히, 나는 나에게 저항합니다. 나는 나에게 시위합니다. 당신보다 나를 사랑하는 나에게 시위하고, 나를 극복합니다. 그렇게 지난 나를 딛고 수없이 일어서는 일로 인해 나의 사랑은 깊어지며 변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시위'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나와 DNA가 겹치는 당신, DNA가 겹치지 않는 당신, 그리고 인간의 DNA 때문에 생명을 위협받는 존재들이, 생존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일을 합니다. 인간이 심었으니 인간이 베어도 된다며 생명의 모가지를 싹둑 베어내는 일을 막고 우리는 숲을 지킵니다.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왕복 28,500km를 비행하는 새 하나가 쉴 수 있게, 그 새에게 갯벌을 되돌려주어야 합니다. 갯벌을 매립하고 바다를 방조제에 가두는 일, 그 갯벌에 공항을 지으려는 일에 우리는 반대합니다. 인간이 지은 문명을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분배하길 바랍니다. 전쟁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권력에 저항합니다. 그렇게 시위를 합니다.

우리는 소수입니다. 어떤 소수가 될 것인가, 우리에게 숙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소수라서 옳은 게 아닙니다. 옳지 못한 것들에게, 옳지 못한 자신에게 저항하므로, 그렇게 서로의 시간과 서로의 삶을 존중하므로, 우리는 옳은 소수입니다. 소수여도 우리에겐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은 스스로를 반성하는 의지에서 끝없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시위는, 나의 죽음 후에도 남는 사랑입니다. 마지막 죽음에 이르기까지 돌아보고, 돌보고, 반성하며 생존하는 것이 저항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계속 살게 할 것입니다. 우리 그렇게 살고 죽을 때까지 함께입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은 생태적지혜연구소와 <제주투데이>에도 함께 실립니다.

ⓒphoto by 송영욱(봄봄)

ⓒphoto by 송영욱(봄봄)
ⓒphoto by 송영욱(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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