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년 전 바다를 품고 떠났던 뗏목 발해1300호의 숭고한 뜻이 오늘, 다시 한 번 동해 위에서 되살아났다. 지난 6월 18일, ‘DMZ 평화동행’(대표 안재영)이 주관한 민간 독도 탐사 프로젝트 ‘범선 타고 독도 가자’가 울진 후포항을 출항해 다음 날 아침, 독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번 탐사는 1998년 1월 24일, 일본 오키섬 앞바다에서 폭풍에 휩쓸려 귀환하지 못한 발해1300호 대원 ― 장철수 대장, 이용호·임현규 대원, 이덕영 선장 ― 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여정이었다. 이들은 발해 건국 1300년을 기념하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제주도까지 오직 바람과 해류에 의존해 항해에 나섰다. 당시 외환위기로 흔들리던 조국에 ‘해양국가’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독도의 중요성을 알리려는 시도였다.
2025년 6월 18일 오전 6시, 경기도 파주에서 출발한 탐사대는 당일 오후 울진 후포항에서 범선 코리아나 호(선장 정채호)에 승선했다. 총 41m 길이의 범선에는 ‘발해1300호’ 깃발과 ‘우리는 하나다’ 문구가 적힌 한반도기가 휘날렸고, 30명의 탐사대원과 6명의 선원이 함께 탑승해 세대와 지역, 계층을 넘어선 민간 연대의 상징을 보여주었다.
밤낮없는 14시간의 항해 끝에 19일 오전 7시경, 탐사대는 마침내 독도에 입도했다. 입도 직전, 탐사대는 독도 전문가 안동립 선생의 설명을 들으며 동도와 서도, 그리고 89개의 부속 섬들을 직접 눈에 담았다.
또한, 동도 정상부에 위치한 망양대에 올라 가수 백자와 함께 홀로아리랑을 부르며 “남북이 독도로 하나 되기를” 염원했다.
이후 오전 8시 30분, 독도를 떠난 범선은 울릉도로 항해하여 약 6시간 만에 현포항에 도착했다. 탐사대원들은 해수욕과 자유시간을 즐기며 여유를 만끽했지만, 기상 악화로 인해 마지막 날 일정을 취소하게 되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오후 8시경 울릉도를 출발한 탐사대는 선상에서 조별 장기자랑과 백자의 공연으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노승현(18) 군은 “경찰이 꿈이었는데 이번 독도 탐사를 통해 독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독도경비대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독도는 더 이상 단순한 영토가 아닌, 해양 주권과 역사, 정체성을 상징하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장철수 대장은 생전에 “독도는 땅의 문제가 아니라 바다의 문제”라고 강조했으며, 이번 탐사는 그 철학이 시대를 넘어 재조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해1300호의 희생정신과 독도 수호 의지를 계승한 ‘범선 타고 독도 가자’ 프로젝트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민간 중심의 평화 실천이자 공동체 교육의 현장이었다. 한반도 평화의 미래는 이처럼,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항해하며, 바다에서 길을 찾는 국민 모두의 의지 위에 세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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