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전 주일 대사가 국민주권을 표방한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의미와 향후 과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대사는 조기 대선으로 분열된 국민 통합과 내란 세력 척결, 민생 안정 등 국정 안정화를 위한 대통령 직속 ‘국민주권위원회’ 설치를 주문했다.

제주언론인클럽은 21일 제주시 관덕로 제주도소통협력센터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국정 운영 기조와 제주도의 주요 현안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제7회 언론인클럽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70년대 유신 반대 운동과 민청학련 활동, 4선 의원과 외교관을 지낸 강창일 전 대사는 '이재명 정부와 제주, 그리고 미래' 주제 발표를 통해 그간 국회.외교.학계 경험을 토대로 이재명 정부가 가져올 제주의 미래 비전과 전략 과제를 재조명했다.
그는 특히 이재명 정부의 성격을 ‘실용주의적 국민주권 정부’로 규정하며,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무엇보다 전국민이 투철한 주권의식을 갖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창일 전 대사와의 일문 일답이다.
제주언론인클럽 :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번 대선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린다.
강 전 대사 : 압승은 했지만 기대한 것만큼은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내란 지지세력과 반탄 지지세력이 여전히 40%에 달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윤 정권과 극우세력, 국힘당, 보수언론이 장기간 이재명을 악마화하며 반복적으로 세뇌교육을 한 결과다. 일정 부분 그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제주언론인클럽 : 이재명 대통령도 ‘국민주권정부’란 표현을 썼다. 이재명 정부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강 전 대사 : 국민주권이 바로 이 시대의 정신이다. 하지만 국민주권을 강조했다는 건, 지금까지 그것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가진 한계와 모순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다. 그래서 ‘소민주주의’라는 개념이 나오는 것이고, 우리는 이를 선구적으로 실험해나가야 한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를 선출할 때 당원의 참여를 도입하며 당원 주권을 일정 부분 실현한 바 있다.
제주언론인클럽 : 대통령 직속 ‘국민주권위원회’ 설치 제안이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강 전 대사 :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본다. 국회를 넘어 국민의 직접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제도적으로 안착시킨다면 국민주권 실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물론 시행착오도 따르겠지만 충분히 시도할 가치가 있다.
제주언론인클럽 : 대선 당시 ‘빛의혁명 시민본부’에서 공동본부장을 맡으셨다. 앞으로 이 조직의 역할은 무엇인가.
강 전 대사 : 빛의혁명 시민본부는 선거 승리를 위한 시민조직이었지만, 여기서 그쳐선 안된다. 이제부터는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주권 실현을 위해 계속 활동해야 한다. 저는 민청학련 출신으로서, 시민의 힘이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믿고 있다.
제주언론인클럽 : 이재명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언제인가.
강 전 대사 : 국회의원 시절 함께 국정감사를 다니며 유심히 지켜봤다. 그는 탁월한 정치력과 실천력을 갖춘 인물이다. 그의 인생은 소설 같고, 정치 여정은 드라마틱하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야당 인사로 험한 길을 걸어왔고, 검찰이 150여 명이나 동원해도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을 만큼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다. 그는 이념이 아닌 실용정치를 추구하며 국가 이익 앞에서 자신의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제주언론인클럽 :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시는지.
강 전 대사 : 국민소환제나 국민발안제는 과거 국회에서도 논의돼왔지만, 현실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시민의회법 도입은 다소 앞선 이야기이지만 가능성을 열어두되, 우선은 국민주권기본법을 먼저 제정하고 그 속에 단계적으로 담아야 한다.
제주언론인클럽 : ‘국민주권’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강 전 대사 : 국민이 선거에서 참정권만 행사하고 그 이후로는 국회의원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방식은 대의민주주의를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다. 국민이 일정 부분 직접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해야 진정한 국민주권이 실현된다.
제주언론인클럽 : 최근 개헌과 관련해 국민주도 개헌운동이 활발하다. 개헌절차법 등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강 전 대사 : 워낙 다양한 주장이 있어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해 개헌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이재명 정부도 개헌 의지를 표명했으니, 절차법 제정과 국민의 의견 수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본다.
제주언론인클럽 : 오늘날 한국 사회는 심각한 정치적 분열과 갈등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강 전 대사 : 공동체 사회가 파편화되고 극단화돼 있다. 가짜뉴스, 유튜브, SNS 등이 여론을 왜곡하고 정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 병적 현상을 바로잡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제주언론인클럽 :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국민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나.
강 전 대사 : 귀를 열어야 한다. 반대자의 말도 무조건 거부하지 말고, 그 이유를 듣고 고민해야 한다. 병든 정치와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선 정치는 왜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 관종 정치는 이제 퇴출돼야 한다. 다수는 소수를 배려하고, 소수는 다수를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공화국을 만들어가야 한다.
제주언론인클럽 : 제주도 출신으로서, 제주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해주신다면?
강 전 대사 : 제주의 청정성과 4·3의 평화정신은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탄소 없는 섬’, ‘전기차 확대’, ‘근검절약과 상부상조의 공동체 정신’ 등 제주가 가진 전통과 비전을 적극 살려야 한다. 제주는 정의로운 민중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섬이며, 그 정신이 계승 발전되어야 한다.
제주언론인클럽 : 마지막으로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강 전 대사 : 이 사회가 병들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백가쟁명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사회를 찢는 구조로 작동해선 안된다. 정부에 박수치던 사람들도 조금만 불만이 생기면 비난부터 쏟아낸다. 이제는 기다려주는 미덕, 반대자에 대한 너그러움의 미학이 필요하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귀를 열고, 국민은 마음을 열어야 진정한 통합과 국민주권시대를 열 수 있다. 역사는 그렇게 진보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