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주를 지키자! 김관영은 물러나라!”
25일 오전 완주군청 앞, 붉은 머리띠를 두른 주민들의 고함이 이어졌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도민과의 대화’를 위해 완주를 찾았지만, 군청 앞부터 문예회관까지 이어진 반대 행렬은 그 발걸음을 또다시 막아섰다.

이날 현장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오전 9시 30분, 완주군의회 의원 10명이 군청 앞에서 삭발식을 단행했고, 곧이어 400여 명의 주민들이 통합 반대 구호를 외치며 김 지사의 차량을 기다렸다.
피켓을 든 주민들은 “통합은 재선용 정치쇼”, “군민 무시, 일방 추진 중단하라”고 외쳤고, 일부는 차량 앞을 가로막으며 거세게 항의했다.

김 지사는 예정대로 유희태 군수와 군청 중회의실에서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았다. 유 군수는 “인구 10만 돌파를 계기로 시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며 수소 산업·AI 산업 육성 등 전북도의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과반을 넘지 않으면 통합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지사는 “완주 발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통합 여부는 군민의 결정에 맡겨야 하고, 정치적 논리보다는 경제적 타당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모든 것을 군민에게 맡기자는 군수의 의견에 100% 동의한다”며 군민 공론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하지만 가장 핵심이었던 ‘도민과의 대화’는 또 무산됐다.
업무보고를 마친 김 지사는 ‘군민과의 대화’가 예정된 군청 옆 문예회관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입구는 이미 통합 반대 주민들과 군의원들이 막아선 상태였다. 김 지사는 회관 진입을 시도했지만, 주민들의 고성과 육탄 저지, 막말과 욕설 등으로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기자실로 이동한 그는 군민들과의 직접 대화를 포기해야 했다.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현장은 곧 아수라장이 됐다. 복도에 집결한 주민들은 도지사 앞을 막았고, 도청·군청 직원들과 뒤엉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일부 주민은 주먹을 들고 위협하며 공무원들과 충돌했고, 결국 경찰 기동대가 투입돼서야 상황은 정리됐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도 대화 자체가 원천 차단돼 매우 유감스럽다”며 “상반된 입장은 있을 수 있지만, 소통 자체를 막는 방식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시군통합과 관련한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완주-전주 통합 문제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정치권도 신중히 판단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유의식 완주군의회 의장은 “김 지사가 일부 군민의 찬성 건의만을 근거로 통합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군민 설득 없이 일방 추진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의 완주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 시도였다.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에도 ‘도민과의 대화’는 각각 반대 시위와 일정 연기로 무산된 바 있다. 전북도는 오는 8월 주민투표를 목표로 통합 절차를 준비 중이지만, 완주 민심은 점점 더 단단히 닫히고 있다.
현장에 모인 주민들은 말이 아닌 몸으로 ‘거부의사’를 표현했고, 그 장면은 이번 통합 논의가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근본적 갈등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