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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첫 종전협상 결렬…전문가 "이란이 미국보다 패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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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첫 종전협상 결렬…전문가 "이란이 미국보다 패 많아"

호르무즈·고농축 우라늄·해외 동결자금 문제서 이견 못 좁힌 듯…미 "최종 제안·이란 수용 지켜볼 것"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협상이 21시간 마라톤 회담 끝에 12일(현지시간) 결렬됐다.

미국 대표단을 이끈 JD 밴스 미 부통령은 전날부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협상 종료 뒤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나쁜 소식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우린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협상 결렬 및 추가 회담 없이 미국으로 귀환 예정임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 쪽이 "우리의 금지선(레드라인)을 매우 명확히 했다"며 이란 쪽이 "우리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길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합의 타결이 안 된 건 "미국보다 이란에게 훨씬 나쁜 소식"이라고 주장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핵무기를 신속히 확보하게 해 주는 수단도 추구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약속"을 해야 하며 "그게 우리가 이 협상에서 달성하고자 했던 바"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최종적이고 최선의 제안"을 했다며 "이란이 이를 수용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후 합의 타결 가능성을 일단 열어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란 쪽은 "불신"이 팽배했던 이슬라마바드 회담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외교는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을 보면 12일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여러 사안에 대한 이해에 도달"했지만 "2~3가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협상은 40일간 전쟁 뒤 불신과 의심의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처음부터 단 한 번의 회담으로 합의에 도달할 거라고 기대할 수 없었건 게 당연하다"며 "외교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협상에 추가됐다"며 협상이 한층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 이란 대표단은 모하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이 이끌었다.

<타스님>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 탓에 협상이 결렬됐다고 비난했다. 통신은 미국 쪽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 및 이란 내 핵물질 제거 등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란 대표단이 국민 기본권 및 "평화적 핵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과도한 요구가 실현되는 걸 막았다"고 전했다.

양쪽이 추가 협상 시점 및 휴전 지속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AP> 통신을 보면 파키스탄 외무장관 이샤크 다르는 "당사자들이 휴전 약속을 계속 준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파키스탄은 향후 미국과 이란의 새 대화를 중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협상 결과가 "지난 2월 제네바에서 교착 상태에 빠졌던 협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핵협상 교착 상태에서 2월 말 이란을 군사 공격해 현재에 이르렀다.

신문은 이번 회담에 정통한 두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 처리 문제, 이란 해외 동결 자금 문제가 주요 쟁점이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관련 미국은 즉시 재개방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영향력 포기를 거부하고 최종 평화 협정 도출 뒤 개방을 주장했다고 한다. 이 당국자들은 반면 공습 배상금 지급 및 해외 동결 석유 수익금 해제를 요구한 이란 쪽 제안은 미국이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 전체를 넘기거나 팔 것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반대 제안을 내놨고 이 또한 양쪽이 타협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문가 "이란이 미국보다 패 많아·양보보단 재공격 감수할 것"

핵 문제, 호르무즈 해협 통제 등 주요 문제에서 양쪽의 공개된 입장이 판이했던 데다 선호하는 속도도 달라 단기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던 미 CNN 방송은 밴스 부통령은 상대적으로 신속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듯 보였지만 이란은 일반적으로 장기 협상을 선호하고 천천히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 중동 협상가를 맡은 바 있는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CNN에 이란이 "미국보다 더 많은 패를 쥐고 있다"며 "서둘러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관리해 지리적 위치를 무기화"해 "안보와 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보여줬다"며 이란이 협상에서 빈손으로 물러나는 것보단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을 다시 받는 위험을 감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타임스>는 협상 결렬로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몇 가지 달갑지 않은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고 봤다. 이란과 "장기 협상"을 벌이거나 에너지 공급망 혼란을 빚은 전쟁을 재개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둘러싼 "장기 분쟁"에 휘말리는 선택지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 특사가 언급대로 이란이 그저 "항복"해야 한다고 믿고 있고 이란과 복잡하고 장기적인 대화에 휘말리는 것을 기피하지만 전투 재개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 있어 "정치적으로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인들의 이란 전쟁 지지율은 높지 않다. 지난 8일 공개된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34%만 이 전쟁을 지지했고 53%는 반대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는 신호를 보내진 않았고 양쪽이 마주한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 존스홉킨스대 발리 나스르 중동학 교수가 "이번 회담은 미국과 이란 간 이뤄진 가장 진지하고 지속적인 직접 대화로 양쪽 모두의 전쟁 종식 의지를 반영한다"며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협상이 결렬된 뒤 미국 대표단을 이끈 JD 밴스 미 부통령이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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