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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는 십대여성건강센터에 계속되는 후원금…서울시는 몰랐나, 외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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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 닫는 십대여성건강센터에 계속되는 후원금…서울시는 몰랐나, 외면했나

[나는봄 폐쇄 저지 공대위 연속기고④] 모금은 했지만 어디 썼는지는 알 수 없다? 시민들이 납득할까

서울시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던 '시립 십대여성건강센터'가 오는 7월 4일 종료됩니다. 그러나 정작 센터 운영이 종료된 이후에도 '센터지정후원금'이라는 이름으로 후원금 모금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후원자의 신뢰와 시민의 선의를 근본부터 흔드는 이 상황에 대해, 서울시와 수탁기관 모두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

센터 수탁기관인 (사)막달레나공동체는 지난해 11월 22일 이사회에서 수탁 종료 관련 논의를 시작했고, 올해 2월 14일 정기총회에서 종료 안건이 의결됐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18일, 수탁기관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재위탁 종결 의사를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해명자료에는 1월 7일에 수탁기관이 직원들에게 운영종료를 사전 통보했다고 적시되어 있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1월 7일은 현 센터장이 사직 의사를 밝히자, 법인 측에서 이를 만류하기 위해 센터를 방문한 날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직원들은 처음으로 법인이 재위탁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전해 들었으며, 그 자리에서조차도 자연스럽게 "다른 위탁법인이 올 것"으로 상호 확인하며 업무를 이어갔습니다. 즉, 법인의 재위탁 포기 의사는 이 시점에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고, 공식적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월 말 기준 해당 센터 명의의 후원금 계좌에는 약 1억5000만원의 후원금이 잔액으로 존재했고, 이후 2~4월에도 수백만원의 후원금이 추가로 유입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후원자에게 센터의 운영 종료 사실을 안내하거나, 후원금 사용 계획에 대해 설명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처럼 '종료된 사업을 위한 후원금'을 계속 모은 정황은, 후원자에 대한 기만이며 법적·윤리적으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후원금과 새로 쌓이고 있는 후원금에 대한 사용계획을 법인 측에 요구하자, (사)막달레나공동체는 기존의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지정후원금' 명칭이 담긴 리플렛과 홈페이지 내용을 유지한 채, 단지 후원금 계좌 명칭만을 '나는봄. 여성청소년지원'으로 교체했습니다. 이는 명백히 기존 지정후원금의 지정을 교묘히 변조한 것으로, 센터가 종료된 상황에서도 모금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기만적으로 이름만 바꾼 것에 불과합니다.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폐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은 지난 5월 재정보고서에서도 여전히 '십대여성건강센터 지정후원금' 명칭을 사용하는 등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으며, 이는 '기부금품법'과 회계규칙 위반 소지가 큰 행위입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조사가 서울시 해당 부서에 요청되었음에도, 서울시는 이를 묵인,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시민과 후원자들의 신뢰를 크게 저버리고 있습니다.

'기부(후원)금품의 모집․사용 및 기부문화 활성화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은 지정 외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 규칙'에 따라 후원금은 지정용도에 따라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하며, 지자체와의 협약과 조례 역시 이에 준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알고 있었는지, 알고도 묵인한 것은 아닌지입니다. 실제로 실무자들은 수차례 후원금 집행과 후원금 사용에 대한 투명성 확보를 서울시에 건의했고, 문제점을 전달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당했습니다. 감시와 감독의 책임을 진 서울시가 정작 이 같은 후원금 운영실태를 관리하지 못한 채 묵과했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미흡이 아니라 공공 신뢰에 대한 배신입니다.

시민의 선의로 모인 후원금이 종료된 사업에 대한 '잔재'로 남아 무책임하게 쓰인다면, 누가 다시 후원을 할 수 있겠습니까. 행정기관은 당장의 수탁 종료 절차만이 아니라, 후원금 사용의 전 과정과 잔액 처리, 후원자에 대한 설명 책임까지 끝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모금은 했지만 어디 썼는지는 알 수 없다"는 식의 처리로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라 자부했던 이 센터의 마지막마저 시민들에게 납득시키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서울시는 민간위탁기관에 대한 후원금 관리 및 사후점검 체계를 재정비해야 합니다. 서울시의회 역시 정책감시자의 역할을 스스로에게 되묻고, 후원자 기망행위에 대해 조사권을 발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후원의 이름 아래 벌어진 무책임의 연결고리를 지금 끊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다음 세대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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