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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엄마가 올해 몇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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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엄마가 올해 몇이신가?

필자도 우리말을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가끔 우리말의 대범함(?)에 놀랄 때가 있다. 지난 주에 아내의 제자 내외와 여행을 하였다. 늙은 사람들이라고 자신들이 운전하겠다고 하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필자가 주로 운전을 했는데, 뒤에 앉아 가니 엄청 편하고 좋았다.

대화 중에 친정 엄마(친정 어머니는 모두 ‘엄마’라고 부르는 특징이 있다)가 몸이 아프시다는 이야기에 이르러 필자가 “어머니가 몇이신가요?” 하고 물었다. 제자는 “올해 여든둘 되셨어요.”라고 답을 하였다. 필자는 물어보고 나서 혼자 속으로 웃었다. 마치 어머니가 모두 몇 명이냐는 질문 같았기 때문이다.

화용론이라는 말이 있다. 화용론(話用論Pragmatics)이란 의사 소통시의 발화에 대한 언어론을 말한다. 어용론(語用論)이라고도 한다. 화자(話者)와 청자(聽者)와의 관계에 따라 언어 사용이 어떻게 바뀌는지, 화자의 의도와 발화의 의미는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다루는 연구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말은 화용론을 따로 공부해야 할 정도로 어렵다. 대한민국 국민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똑똑한 민족이다.

필자는 수업 시간에 지각하는 것을 참 싫어한다. 43년을 교단에 서 있으면서 지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뻥(?)을 치기도 한다. 실제로 지각한 기억이 없다. 항상 30분 전에 도착해서 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있다. 이 점에서 아내와 많이 다툰다. “아직 멀었는데 왜 벌써부터 서두르고 난리야?” 하는 말이 늘 듣는 말이다.

한창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학생이 문을 빠꼼이 열고 머리를 긁적거리며 들어온다. 대뜸 소리를 지른다. “이놈아, 지금 몇 시야?” 하고 물으면, 학생은 얼버무리며 “스쿨버스가 늦었어요.” 등과 같은 변명을 늘어 놓는다. “지금 몇 시야?”라고 묻는 것이 정말로 시간을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물론 정말로 시간이 궁금해서 물을 때도 똑같이 말을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시간을 묻는 것이 아니고, 수업 시간에 늦은 것을 질책하는 표현이다. 누구나 그렇게 알아듣고 그에 합당하게 대답한다. 이와 같이 말하는 상황(누가, 누구에게, 어떤 장소에서, 듣는 사람의 입장)을 종합해서 연구하는 것이 화용론이다.

말을 할 때 보면 사람마다 특징이 있다. 아내는 모든 것을 혈액형에 비유하며 이야기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 T야?”와 같이 이상한 말을 한다. 노랫말에도 있는데, 그것을 이해하는데 엄청 오래 걸렸다. 직접 MBTI를 해보기도 했다. ENTJ라고 나온다. 이것을 해보기 전까지는 “너 T야?”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떤 이는 직접적으로, 어떤 이는 돌려가며 말을 한다. 가끔은 직접적인 표현이 상대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이게 뭐야? 당신 틀렸어.”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내가 보기에는 이런 것이 더 좋을 것 같아.”라고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이것이 소통의 방법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이러한 표현 방법에 익숙해야 한다. 우리 주변을 보면 지위를 이용해서 부하직원을 업신여기고 윽박지르는 것을 많이 보았다. 이런 것을 우리는 ‘갑질’이라고 한다. 물론 요즘은 시대가 변하여 을질(?)하는 사람도 많지만(예를 들면 요즘 유행하는 세 마디, ‘이걸요?’, ‘내가요?’, ‘왜요?’ 등), 대화에서는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로 말을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사람들은 항상 자기 중심으로 말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 주는 것(?)에는 관심이 덜하다. 다음에 무슨 말을 할까 하는 것을 생각하지,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가는 관심이 없다. 대화할 때, 서로 배려하는 입장에서 듣고 말한다면 훨씬 화기애애할 것이다. 그래서 화용론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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