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텃밭인 전북의 정치권은 21대 대선 직후부터 곧바로 내년 6월에 있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속으로 빨려 들어간 모습이다.
정치권의 최대 관심이 쏠린 '차기 도지사 선거'는 아직 '예측불허' 그 자체이다.
11개월 후에 있을 선거를 지금 전망하는 것부터 언어도단이지만 정치와 선거는 통상 1년 전부터 끓어오른다는 점에서 호사가들의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현역인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재선 도전이 확실한 가운데 김윤덕(3선)·안호영(3선)·이원택(재선) 의원 등이 차기 후보군으로 손꼽힌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게 된 이춘석 의원(4선)과 예결위원장 자리를 앉게 된 한병도 의원(3선)이 도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전북시장군수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정헌율 익산시장의 참전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초단체장 3선의 정헌율 익산시장은 지난 26일 민선 8기 3주년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서 익산출신 도지사가 한 명도 배출되 않았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기회가 주어지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했다.
인물과 구도·바람의 '선거 3대 요소' 중 인물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전북 정치권의 시선은 '구도' 쪽으로 치환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인물의 다자대결 속에서 "차라리 구도를 보는 것이 선거판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첫 번째 가변적 요인은 이미 모습을 드러냈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내각 구성이 내년 6월3일 제9회 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전북도지사 선거의 변수였다.
당초 차기 도지사 후보군으로 손꼽혔던 정동영 5선 의원(전주병)은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함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기에 처한 남북문제 등 부처 관련 국정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동영 의원이 장관 자리를 내놓고 도백에 출사표를 던지는 상상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란 정치권의 판단이다.
이원택 재선의원(군산김제부안을)은 당초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지만 송미령 장관이 유임하는 바람에 다시 도지사 후보군에 포함되는 분위기이다.

송하진 전 전북지사의 복심이었던 이원택 의원은 탄탄한 조직력에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호감도가 높은 편이다. 그의 행보에 따라 차기 도백 선거는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내각 구성에 이어 두 번째 변수는 8월2일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라 할 수 있다. 당 대표를 뽑는 전대와 광역단체장 선거가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연관은 있다.
한 달 가량 남은 당 대표 경선이 과열로 치달을 경우 그 결과가 향후 광역단체장 공천 방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번 전대는 당원 70%(대의원 15%에 권리당원 55%)에 여론조사 30%로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게 됨에 따라 당원들의 표심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일정한 당심을 쥐고 있는 어떤 도지사 후보군의 역할이 어느 정도로 컸느냐에 따라 공천의 유·불리가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세 번째 변수는 오는 8월 말이나 9월 초에 예상되는 '8말 9초 주민투표'라 할 수 있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 여부에 따라 그동안 찬성해온 김관영 현 전북지사와 사실상 반대쪽에 서 있었던 안호영 3선의원의 희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관영 전북지사 입장에서 볼 때 통합이 될 경우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 선정에 이어 또 하나의 묵직한 자산을 확보하게 된다.
주민투표 결과 통합이 무산될 경우엔 김관영 지사의 반대쪽에 있던 안호영 의원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전주와 완주 2곳의 표심을 쓸어담을 수 없을 것이다.
통합을 둘러싼 찬반이 지역별로 극명하게 부딪히고 있어 한쪽을 얻으면 다른 쪽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해득실의 주판알을 튕기기가 쉽지 않다.
구도에 노출된 후보군에 비해 김윤덕 의원을 비롯한 현역의원과 정헌율 익산시장 등은 상대적으로 외적 변수의 결과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특정 구도에 묶이지 않은 후보군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장점을 누린다. 상처를 입을 우려가 없는 만큼 몸을 가볍게 하고 뛸 수 있기도 하다.
반면에 구도가 지배하는 시간대에는 주변의 주목을 받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어 뜨겁고 치밀한 전략적 접근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여러 변수 외에 향후 정국의 흐름도 차기 도지사 선거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향후 여대야소 국면의 전북 실익 여부 △전북 현안의 돌파구 마련 △AI 등 신성장 동력 창출 여부 등을 둘러싼 민심의 변화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만약 '여대야소' 국면에서 전북 정치권이 지역민들의 '기대이상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민심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는 이재명 정부의 100일이나 6개월, 1년 등 특정시기와 맞물려 있다.
결국 '선거 3대 요소' 중 마지막 요소인 '바람'까지 모두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기는 내년 2~3월경이나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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