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급등세에 이달에도 가계대출 증가액이 7조 원에 육박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묶는 전례 없는 초고강도 규제를 하면서 다음 달부터 '고액 영끌' 수요는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직 등 고소득자들의 신용대출이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추가 보완 대책도 이어질 수 있다.

가계대출 증가폭 10개월만에 최대…'영끌' 주담대가 주도
29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5조8000억원가량 증가했다.
남은 기간 예정된 대출 실행액 규모 등을 고려하면 6월 증가액은 6조 원대 후반 수준으로 예상된다.
올해 2월(+4조2000억 원), 3월(+4000억 원), 4월(+5조3000억 원), 5월(+6조 원)에 이어 5개월 연속 증가세다.
6월 증가 폭은 사상 최대 영끌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 8월(+9조7000억 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출채권 매·상각 등의 변수를 감안한 추정이다.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아파트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불장'을 이어가면서 은행권 주담대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5대 은행 4.9조↑·하루 1890억씩…신용대출도 4년만에 최대 증가폭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9948억 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 원)보다 4조9136억 원 불었다.
하루 평균 약 1890억 원씩 증가했는데, 이 역시 지난해 8월(3105억 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크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이달 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액은 약 5조6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날부터 수도권 주담대가 최대 6억 원으로 묶이는 등 강력한 대출 규제가 시행된만큼, 이달 전체 월간 증가 폭이 5조 원대 초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28일부터 새 규제가 적용돼 증가세가 다소 약해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주택매매 계약을 마치고 대출을 신청한 경우 기존 규제대로 집행되는 만큼 월말까지 며칠 사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갑자기 뚝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담대(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이 597조6105억 원으로, 5월 말(593조6616억 원)과 비교해 26일 사이 3조9489억 원 늘었다.
신용대출도 103조3145억 원에서 104조3233억 원으로 1조88억 원 증가했다. 이미 하루 평균 증가액(388억 원)이 5월(265억 원)의 약 1.5 배에 이른다.
월말까지 나흘 앞둔 현재 이미 2021년 7월(+1조8637억 원) 이후 무려 약 4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은행권 신용대출 급증에는 주택 거래자금뿐 아니라 증시 투자자금 수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강력 규제로 '영끌' 직격…월간 증가폭 3조~4조 이하로 내려올 듯
금융당국은 지난 27일 발표한 고강도 대출 규제 효과를 분석하며 가계대출 및 부동산 시장 흐름에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주담대 한도 6억 원' 등 이번 대책이 전날부터 전격 시행됐지만, 주택 거래부터 대출 실행까지 한두달가량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본 게임'은 8월 대출 추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음 달 실행될 주담대는 이미 한두 달 전 승인이 난 경우도 많아 당장 7월 가계대출 수치가 확 꺾이긴 어렵다"며 "8월부터는 규제 효과가 본격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에도 '실행액'이 아닌 '승인액' 기준 등으로 규제 효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한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절반으로 감축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가계대출 월간 증가 폭은 3조~4조원 아래로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그간 5조~6조원(정책대출 포함) 수준까지도 감내·관리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대응 기준선'이 달라진 것이다.
전문직 신용대출·노도강 등 강북에 수요 쏠림 우려도
초강력 규제로 대출 수요가 상당 부분 억눌릴 것이란 보이지만, 고가 아파트에서 가격이 높지 않은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하 기대나 주택 공급 부족 전망이 유효한 상황에서 '고가 영끌'을 타깃으로 한 대출 규제만 도입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6억 원 주담대 한도 내에서 빚을 내 매입이 가능한 서울 '노도강'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으로 매수세가 옮겨붙을 수 있다.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면서 신용대출로의 풍선효과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묶는 규제가 포함됐지만 의사 등 소득이 높은 일부 전문직에는 신용대출이 최대 4~5억 원도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용대출 수억원에 주담대 6억 원을 활용하면 종전처럼 충분히 고가 아파트 구매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필요시 추가 보완 대책도 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쏠림이나 풍선효과가 혹여 나타나더라도 추가 보완 조치를 할 것"이라며 "매주 점검회의를 하며 가계대출 현황을 체크하는 동시에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도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주 대출 규제 후 첫 점검회의를 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전날 비대면 주담대·신용대출 신청 접수를 일시 중단한 은행권에 대해서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 지침에 따라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지방은행 등이 대출 요건을 자체 전산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 비대면 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은 이날까지 전산 반영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30일부터 현장점검에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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