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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보수화의 대안, 학교 시민의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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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보수화의 대안, 학교 시민의회를 만들자

[복지국가SOCIETY] 청년의 보수화와 학교 시민의회

청년들의 보수화는 한국 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그 원인과 현상은 매우 복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취업난, 높은 주거비용, 불안정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기득권 옹호적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하고 진보적 가치가 권력화, 기득권화 되었다고 느끼고 피로감을 토로하는 측면이 있다. 즉 진보 담론에서 강조하는 결과의 평등에 반감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정치 불신, 강한 발언, 단순화된 메시지가 알고리즘에 따라 퍼지기 쉬우며 개인주의적 세계관이 강화될 수 있다.

청년들의 보수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한국사회에서 청년의 보수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청년들이 전통적 보수 담론에 적극 동의하고 있다고 보는 입장과 보수화가 아니라 기존의 진보-보수 구도보다 공정성, 실용성 중심의 판단이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청년들의 이런 전반적인 보수화는 어떤 사회적 문제를 가져올 것인가?

우선 능력주의와 경쟁 중심 사고가 강화되면서 약자나 소수자를 위한 정책에 대한 공감이 줄어들 수 있다. 이는 사회적 연대를 약화시키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계층·지역 간의 갈등을 자극하는 정치세력이 청년층의 불만을 이용해 분열의 정치를 강화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비난과 공격의 자유'로 혼동하며 건강한 토론문화가 실종될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공정과 자유는 강조하되 연대·배려·책임의 가치를 소홀히 할 경우 미래지향적이고 진보적인 정책들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청년의 보수화는 '틀렸다'고 비판하기보다는 왜 지금의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성찰하고 청년을 교정하거나 설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구조적인 대응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정치·사회·교육적 관점에서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청년들의 삶의 문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기 위해 직접 정치참여를 확대하고 공감과 협력을 강조하는 숙의적 토론문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기회 접근의 평등을 중심으로 채용·복지제도를 재설계하고 연대와 협력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대안적 경제 모델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교육적으로는 단발적인 교육이 아니라 권리·책임·참여·협력을 경험하는 민주주의 교육을 확대하고 시민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이 요구된다.

학교 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대안

위에서 제시한 대안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까? 필자는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부터 교육적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학교가 학생대표를 선거를 통해 뽑는다. 따라서 리더십이 있거나 활발한 성격의 학생들만이 주로 자치, 즉 학교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현실이다. 쉽게 말하면 늘 참여하는 학생들을 위주로 학생자치가 운영된다. 결국 학생회는 학교를 구성하는 학생들의 대표성을 갖기 보다는 그들만의 리그가 된 것이 현재의 현실이다.

학생들이 학교안팎에서 자치를 실제적으로 경험하고 참여하는 시간이 부족하고 기간도 매우 짧다. 한학기 또는 1년 단위로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선발하다보니 지속적인 활동이 어렵고 장기적인 활동이나 회의가 부재하여 숙의를 통해서 의견을 수렴해 결론을 도출하고, 현실에 반영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의사결정규칙으로 대부분 다수결을 사용함으로써 집단적 의사결정으로서 합의적 의사결정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신뢰하고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각각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대등한 동료시민들 간의 존중과 박애에 기초한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공적 의사결정을 본질로 한다."

2014년 헌번재판소 판결문 내용이다. 민주주의는 형식적인 형태의 회의나 학생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공적 의사결정을 경험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즉 의사결정의 구조가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적으로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학교 시민의회를 위한 방향과 방법

현재의 부실한 학교 민주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민의회를 학교에서부터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시민의회란 '공공의 문제를 숙의하고 직접 결정에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기구'를 말하며, 시민의회의 핵심적인 특징은 △대표성 △숙의 △공적권고의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공론화를 과정을 배우는 학교수업. 학교시민의회라는 보다 제도적이고 체계화된 방식으로 청소년들을 주체적 시민으로 만드는 양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진제공=복지국가소사이어티)

첫 번째 대표성이란 무작위추첨으로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교생 중에 학년·성별·학급 등을 고려하여 무작위추첨으로 시민의회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선거 대신 추첨을 활용해 소외된 학생, 적극적이지 않은 학생에게도 참여와 발언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필요시 다문화 학생 등도 고려하여 대표성을 보완할 수 있다.

두 번째 숙의란 학생들로하여금 함께 해결해야 할 주제를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며 기대와 우려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충분히 표출하도록 하고 스스로 결론을 도출하도록 절차를 제공하는 것이다. 주제와 관련하여 전문가 또는 교사가 정보를 제공하거나 직접 자료를 조사 및 학습하는 과정을 가질 수 있다.

세 번째 공적권고란 숙의의 결과를 바탕으로 공식적인 제안서 및 실행안을 작성하여 학생회 또는 교장에게 제출하는 것이다. 제출된 공적권고에 대해서 실행 가능 여부를 답변하고 반영이 되도록 한다.

하나의 사례로 프랑스에서는 청소년들이 직접 정책 형성과 사회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된 참여민주주의 모델로서 청소년 시민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국가정책에 반영하기 위하여 15세~25세 사이의 청소년 100명을 성별, 지역 등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무작위추첨으로 구성했다. 선출이 아닌 제비뽑기 방식으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운영은 정기적 회의를 통해 기후문제에 대하여 전문가의 강의·토론·학습 등을 진행하고 제안을 도출하여 정부와 국회, 대통령실에 보고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권한은 자문적이었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된 사례도 있다.

프랑스의 사례를 살펴보면 청소년 시민의회는 청소년이 정책 대상이 아니라 정책 주체로 전환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무작위 선발을 통한 대표성을 구현하고 숙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를 교육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청소년이 직접 국가의 미래를 토론하고 제안하는 실질적인 숙의를 경험했다는 것에 가치가 있다.

프랑스처럼 시민의회를 큰 사회적 이슈부터 적용하기에는 한국사회에서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민의회의 핵심적 특징인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는 숙의민주주의를 실제로 경험하고 축적하기 위해서 각 학교부터 시작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물론 우리사회의 교육현실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학업성적과 능력주의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학교와 교사가 뜻을 함께 하지 않는다면 현실화되기 힘들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청년들이 앞으로 야기할 사회문제와 갈등을 생각하다면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관점에서 참여와 숙의, 직접과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결합과 실험이 필요한 때다.

학교시민의회가 가져올 변화들

학교시민의회가 진행된다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하나의 예로 중학교에서 교내 휴대폰사용 규칙에 대한 주제로 학년·성별·다양성을 고려하여 선발된 학생들이 함께 모여 숙의하고 '휴대폰을 수업시간에 소지해도 되는가'에 대한 학교시민의회를 열었다고 생각해보자.

학생들은 상반된 의견을 주고 받으며 몇 차례에 걸친 대화를 진행함으로써 함께 결론을 도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학교내 3주체 회의로서 교사, 학부모, 학생그룹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학교시민의회를 구성하여 좀 더 확장된 논의와 포괄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학교시민의회를 통해 도출된 휴대폰 사용 권고안이 교내 규정에 반영되어 전교생에게 공유되고 실천으로 어어지는 일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참여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기에 실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함께 생각하고 의논하고 결정하는 시민의회의 본질적 특성은 시민성을 함양한 자치적 시민의 존재가 있을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자치의 역량을 키워가는 과정을 실제적이어야 하고 장기적이어야 한다. 민주적인 토의와 의사결정은 시민의회의 핵심이자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능력이다. 결국 누가 결정하는가는 삶의 자치 즉 삶의 주인이 되는 것 그리고 내가 참여하는 모임과 지역의 주체가 되는 것 나아가서 국가의 주권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의 삶 그리고 집단과 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자치하는 인간'으로서 '인간이 가장 인간다워지는 시간'이다. 시민의회는 자율성과 연대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의 구조와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이번 정부에서 시민의회, 특히 학교부터 시민의회가 만들어지도록 마중물을 붓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정민규 님은 공론장을 활성화시키는 퍼실리테이터(FT)로 학교에서 청소년들의 민주시민교육을 주된 활동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 학교에서 시민의회를 도입하기 위한 청소년시민의회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시민의회 관심있는 분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및 시민의회전국포럼 홈페이지를 통해 준비위원으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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