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던 한 시민 활동가를 경찰이 과잉 진압해 논란이다. 이 활동가는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통령실 관계자가 모여 있던 장소로 걸어가던 중, 경찰의 완력에 의해 사지가 들린 채로 끌어내려졌다. 녹색연합은 "'국민 주권 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 맞느냐"고 규탄했다.
김현욱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집행위원은 지난 4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의 맞은편 인도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중, 도로 건너편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및 김은혜 의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비롯한 10여 명의 정치권 인사들과 기자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봤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반영한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항의 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하고 있었다.
맞은편 인도엔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유족, 무안공항 참사 유족 등이 저마다 구호를 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6일 <프레시안>과 통화한 김 집행위원은 "정치인들을 본 참가자들이 다 같이 '여길 봐 달라'며 피켓을 머리 위로 올리면서 '우리 목소리 좀 들어달라'고 계속 소리 질렀다"며 "그런데 왕복 7차선 도로로 떨어져 있고 차도 달리고 있으니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집행위원은 이에 정치인들에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에 문제가 많다. 우리 얘길 들어달라"고 직접 얘기하기 위해 도로를 건넜다. 손엔 '가덕도신공항 백지화하라!',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란 구호가 적힌 A4 용지 크기의 종이 2장을 들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넌 직후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해 주세요"라 말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자리로 걸어가자마자, 경찰이 몸을 밀치며 강제 진압을 시작했다. 김 집행위원은 "왜 이러시냐", "나는 저기로 가야 한다" 등이라 말하며 소리치면서 차도로 밀려났다. 이 직후 경찰 네 명이 각각 김 집행위원의 양팔과 양다리를 하나씩 붙잡고 그를 눕혔다. 김 집행위원은 강제로 자신을 옮기지 말라며 내내 소리를 질렀다. 이들은 그의 사지를 든 채로 끌어냈고, 곧장 7차선 도로를 건너 반대쪽 인도 바닥에 그를 내렸다.
김 집행위원은 "경찰에 의해 내동댕이쳐진 후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우릴 옆을 지나갔다"며 "그때도 내가 '얘기 좀 들어주세요' 했는데 듣지도 않고 바로 자기 차 타고 가버렸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2021년 3월부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싸움을 이어 온 김 집행위원은 "부산에선 어디도 우리 목소리를 전달해 주지 않고, 들어주는 권력자들도 없다"며 "지역 언론은 다 정부, 시청, 건설사 등 권력자의 편에 서서 그들 주장만 보도하고 반대 목소리는 전혀 보도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이재명 정부에 직접 반대 의견을 전하기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대통령실 앞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김 집행위원은 "단지 말을 전달하고 싶은 간절함 때문에 국회,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모인 곳으로 종이피켓을 들고 갔을 뿐이었다"며 "자기네(더불어민주당)들은 민주 정부라고 하더니, 별반 차이 없더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6일 경찰 과잉진압에 대한 긴급 성명을 내고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비폭력적인 의사 개진조차 가로막는 일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4일 일어난 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김 집행위원은 손에 종이 피켓만 들고 있었고, 어떠한 위해 행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적으로 이야기를 전했다"며 "그러나 경찰은 대화를 통한 중재나 합리적 대응을 시도하지 않고, 완력을 동원해 김 집행위원의 팔과 다리를 들고 강제를 끌어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경찰은 어제 벌어진 일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비슷한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재발 방지 약속해야 한다"며 "아울러 정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절차적 정당성, 안전성, 경제성, 환경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후세에 부담과 위험, 환경파괴를 물려주는 일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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