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로 이름을 붙였다. 12.3 비상계엄과 4.4 대통령 탄핵의 파고를 넘어 탄생한 정부임을 천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주권자인 국민의 결단과 힘으로 헌정 질서가 회복된 것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있어서 또 하나의 획기적 사건이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은 6월 25일과 7월 4일 광주와 대전에서 타운홀미팅을 열고 그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공법 연구자로서 필자는 타운홀미팅을 이벤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대통령도 참모진도 타운홀미팅의 의미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본다. 여기에서는 19세기 프랑스 정치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의 관점에서 타운홀미팅을 살펴본다.
"타운홀미팅은 민주주의의 학교다."
토크빌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이다. 토크빌은 1830년대 미국 뉴잉글랜드의 타운홀미팅(Town hall Meeting)을 단순한 마을공동체 회의가 아닌 민주주의 시민을 길러내는 학교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을 여행하면서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정치가 실현되는 과정을 『미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라는 책에 기술했다. 그는 “지방의 자유가 살아 있는 한, 국민의 자유도 안전하다.”고 설파했다.
토크빌은 타운홀미팅에서 마을 주민이 도로 포장, 학교 운영, 치안 유지 같은 작고 일상적인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정치적 판단 능력과 공동체 의식을 함께 길러낸다고 보았다. 그는 이를 ‘자유의 학교(School of Liberty)’라고 표현했다.
“시민은 작은 일에 참여함으로써, 큰 일에도 능숙해진다. 타운홀미팅은 사람들을 사소한 일에 몰두하게 만들지만, 그 안에서 자유를 배우게 만든다.” 『미국의 민주주의』 제1권.
토크빌은 타운홀미팅을 단순한 행정기구로 보지 않았다. 그는 “타운홀미팅은 정부의 가장 자유로운 형태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시민의 자유를 보존하는 최고의 수단이다.”고 말했다. 즉 타운홀미팅은 자유와 권리의 실천 현장이며, 시민이 스스로 정치의 주인이 되는 훈련장이며 주권자인 시민이 ‘자율’과 ‘책임’을 기르는 공간이다.
오늘날 한국의 타운홀미팅이 민원 청취형 이벤트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바로 이 ‘자율과 책임’의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대통령의 ‘답변’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의 질문이 존중받고, 그 질문이 사회적 의제로 성숙해가는 구조다.
토크빌은 중앙집권화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고 경고했다. 시민이 지방 행정이나 지역 문제에서 소외될수록, 국정에 대한 무관심과 무기력이 확산된다는 주장이다. “중앙권력은 시민을 점점 더 의존적으로 만들고, 마침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자유의 소멸로 이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미팅이 이러한 중앙의 독점적 구조를 분해하고, 시민의 참여를 국정운영의 일상으로 흡수하려는 시도라면, 그것은 토크빌이 예견한 바를 거슬러 가는 바람직한 길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같은 정치철학에 입각해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이라는 책을 내며 공론의 장을 주권의 형성과 실천의 장으로 풀이한 바 있다.
오늘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도하는 타운홀미팅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 한국 정치에서 보기 힘들었던 직접 소통형 정치 실험이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시민과 직접 마주하고, 지역 민심과 현안을 토론하는 장면은 충분히 상징적이다. 그 시도가 진정 민주주의의 진전이라면, 그 이면에 담긴 철학적 기초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는 자유의 학교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본다. 한국에도 역사적으로 계·두레·향약·집강소 등 자치와 공론의 문화가 전통적으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산업화와 중앙집권적 행정 속에서 이러한 공동체 자치는 쇠퇴했다.

타운홀미팅의 형식을 차용한다고 해서 곧바로 토크빌이 말한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 정신을 우리 문화 속에 이식하고, 제도로 정착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은 ‘타운홀미팅을 한다–안 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의 시민을 길러내는 학교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더 중요하다.
타운홀미팅은 형식이 아니라 훈련이다. 토크빌은 말했다. “모든 민족이 자유를 가질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는 훈련을 통해 획득해야 한다.” 타운홀미팅은 바로 그 정치적 훈련장이다. 한국이 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키려면, 타운홀미팅이라는 형식을 이벤트가 아니라 정치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시도는 단초를 열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문을 지나, ‘한국형 자유의 학교’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단지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길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계와 향약 등을 통해 우리 몸 속에 전해지고 있는 민주주의 DNA를 바르게 발현되도록 강하게 단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중심지, 전주에서 열리는 타운홀미팅은 전주·완주 통합을 주제로 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묘수를 찾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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