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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걱정 없는 '탄탄'한 집을 향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탄탄주택협동조합의 전세사기 피해 치유 사례

"처음 조합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순간이 낯설고 쉽지 않았는데, 애써주신 사회주택협회와 활동가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조합원분이 한번 크게 상처를 입은 상태라, 저희조차도 마지막까지 조합을 온전히 믿어주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이번 일로, 아직 우리 사회에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도 언젠가 받은 마음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합을 통해 치유받고 있었음에도, 총회 날 등이 되면 다시금 문득 떠오르는 지난날의 좋지 않은 기억에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제 모습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항상 마음 한편에 같은 상처를 받은 분들이 함께 힘내고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었고, 또 조합을 만들고 이끌어주신 많은 분 덕분에 일상을 잘 지켜나갈 수 있었습니다."

지난 5월 27일 조합원 출자금 반환 결의를 위한 임시총회를 마친 후 조합원들이 남긴 인사말이다. 지난 2년의 세월, 우리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회주택 활동가와 전세사기 피해자의 연대

서울 강서구에서 시작된 조직적 전세사기 피해가 수도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연이어 드러나던 지난 2023년 4월,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 대규모 역전세 전세사기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당시 전세사기라는 사회적재난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 공방과 행정의 무대응, 사회적 무관심 속에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사)한국사회주택협회는 피해자들에게 개개인의 고립된 싸움 대신 사회적경제 방식의 피해치유 모델을 제안하여 협회의 활동가 및 회원사 7명과 전세피해 당사자 21명이 함께 조합원으로 참여하였고, 같은 해 5월 12일 '탄탄주택협동조합'(이하 '탄탄')을 설립하였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금전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정신적 고통, 사회에 대한 불신,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이 크다. 그래서 탄탄이 하는 일을 우리는 단순한 피해 '보상'이 아닌 '치유'라 부른다. 조합이 사업을 진행한 방식은 단순하다. 먼저 협동조합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계약한 오피스텔들을 가해자로부터 인수했다. 그리고 조합은 인수한 주택을 10년 장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임대주택 사업자가 되었다. 다음으로 조합은 조합원들과 시세 90% 이하(HUG 보증보험 가입 기준)로 전세 계약을 새로이 체결한다. 그리고 10%는 협동조합 출자금으로 약정한다.

사회연대와 사회적금융을 통한 피해 치유 성과

조합 설립 이후 탄탄은 (사)한국사회주택협회,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화성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성남 주민신협, 화성 한마음신협, 다수의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과 시민이 협력하여 인내자금을 조성하여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전환함으로써 설립 1년 만에 보증금 반환 및 보호를 완료하였다. 이어 올해 출자금 반환까지 완료함으로써 총 피해액의 93.57%를 돌려주는 성과를 이루었다. 사회적재난인 전세사기 피해를 피해 당사자들과 함께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보자는 탄탄의 설립 목적을 2년 만에 조기 실현함과 동시에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전세사기 걱정 없는 안전한 사회주택으로 만든 것이다.

탄탄하지 않았던 탄탄의 길

절박한 상황에 급하게 조합을 설립하고 피해물건(오피스텔 21호) 인수를 완료하였다. 그러나 우리를 기다린 것은 꽃길이 아닌 험난한 가시밭길이었다. 기대했던 경기도의 정책자금 연계가 무산되었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우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을 거절하였다. 공공의 일부 인사는 협회 활동가를 '보조금 헌터'라고 음해하기도 하였으며, 일부 조합원은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의 상담사로부터 탄탄은 못 믿을 조직이니 빨리 탈퇴하라는 상담을 받기도 했다. 이에 불안해진 한 조합원은 임대인인 조합을 상대로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였고, 조합과 신규로 임차권 계약을 하여 임차권등기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신청을 받아들이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공론장을 열어 문제 제기와 함께 대안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민간의 힘겨운 자조적 노력이 공공의 이해 부족과 방해로 인하여 확산하지 못하는 일이 국민주권정부에서는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전세사기의 아픔 속에서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헌신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많은 시민과 다양한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협력과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성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 조합을 믿고 끝까지 함께해 준 조합원, 그들의 용기와 지혜가 오늘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탄탄의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

탄탄은 2024년 한국주거복지포럼으로부터 주거복지우수사례 특별상을 수상하였고, 제6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는 대상의 영광을 조합원과 함께 나눴다. 이제 탄탄은 단순한 주택협동조합을 넘어 사회적 재난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해법을 찾아낸 용기와 연대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는 '피해자는 약자'라는 통념을 깨고 협동조합이라는 틀 안에서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우리 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의 성공은 비슷한 아픔을 겪는 다른 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증명하는 소중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피해 복구 완료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탄탄은 앞으로 안정적인 사회주택으로서 그 역할을 굳건히 해나갈 것이다. 더 이상 전세사기 걱정 없이 조합원과 일반 임차인 모두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튼튼한 보금자리를 지켜나갈 것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조합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주거의 질을 높이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전세사기 걱정 없는 안전하고 든든하고 탄탄한 집을 향한 그 길에 늘 함께할 것이다.

▲전세사기 사태 등으로 비아파트 공급 절벽이 심화하는 가운데 7월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및 빌라단지의 모습. 이날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내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준공은 1천813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4% 감소했다. 4년 전인 2021년 1∼5월(1만517가구)과 비교해 입주 물량은 6분의 1로 줄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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