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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애인 직업교육, 보호 아닌 ‘기회 설계’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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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애인 직업교육, 보호 아닌 ‘기회 설계’로 전환해야 한다

최유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특수교육 진로 강사

2023년 기준, 전국 특수학교 고등부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졸업 후 6개월 이내 취업에 실패했다.

취업한 경우에도 상당수가 반복적인 단순노동이나 단기 보조 일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진로교육은 학교 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지만, 교육 이후 고용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매우 부족하다.

장애학생들에게는 진로는 있으나 직업은 없고, 배움은 있으나 생애 설계는 없는 셈이다.

필자는 전북특별자치도에서 특수학급과 전공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강사로 활동하며 이 단절의 현실을 반복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수업 시간에 함께 상상한 미래는, 졸업과 동시에 현실의 벽에 막혀 사라지기 일쑤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명시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전환교육’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전환교육이란 학교교육을 마친 장애학생이 성인기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직업, 사회, 자립생활 등을 준비시키는 교육 과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전환교육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육과 고용 사이의 연결 구조가 부재하며, 대부분의 책임은 여전히 가정과 당사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적합한 직무 연계 교육은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

장애인을 위한 직업교육은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변화에 적응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의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을 보호 개념에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야 하며, ‘평생교육’의 관점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학교 어느 교수는 『평생교육론』에서 자기주도학습, 경험학습, 전환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평생교육이 개인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전략적 도구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장애인 교육 역시 이 관점에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단순 보호 중심이 아니라, 자립과 사회적 역할을 위한 실질적 경로로 기능해야 한다.

실제 사례도 있다. 「학교-지역사회 네트워크 중심의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에서는 지역사회와 학교, 청소년기관이 협력해 디지털 미디어 기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학생들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며 자기표현력과 디지털 소통 능력을 키우고, 졸업 이후에도 학습과 직업역량이 연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현재 AI 데이터 검수, 스마트팜 원격 모니터링 등 IT 기반 직무가 장애인 직업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직무는 신체적 제약이 적고, 장애인의 집중력이나 규칙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다. 이를 실제 교육과 연결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 안에서 직무 모델을 설계하고 지역 기반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북특별자치도를 포함한 지역의 특수교육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교육–실습–취업이 선형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단기 훈련을 넘어서, 산업 환경에 참여하고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장애인 맞춤형 평생교육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장애학생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단발적인 기회가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고 스스로 배우며 나아갈 수 있는 연결된 교육 구조다. 지금, 우리는 단절이 아니라 연결을 설계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최유진 특수교육진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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