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자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가 자칭 '남성연대' 회원으로부터 테러 협박 이메일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6개 여대가 "금번의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며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표적으로 한 명백한 여성 혐오 범죄"라는 성명을 냈다.
덕성여대·동덕여대·서울여대·성신여대·숙명여대·이화여대 등 서울 소재 6개 여대 총학생회 및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에 깊은 분노를 표하며 이를 강력히 성토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송신자는 자신을 남성연대 소속으로 지칭하였으며, 수색 결과 폭발물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그 목적은 분명했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학문의 요람을 위협하고, 구성원 전체를 공포에 빠뜨리는 범죄 행위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지난 수년간 여성 혐오에 기인한 각종 범죄가 반복되는 현실을 목도해왔다. 피해자는 늘 여성이고, 사회는 그 사실을 축소하거나 도외시하기에 급급했다"며 "이번 사건 또한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으며, 단지 특정 대학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이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 대학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안전이 위협받는 현실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을 향한 위협과 혐오에 맞서기 위한 연대"라고 했다.
이어 "금번의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여성 전체의 안전과 존엄이 침해당한 사건임을 직시해야 한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표적이 되어 위협당하고 피해를 입는 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거듭 "여성 대상 범죄는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될 수 없는 현재진행형의 현실"이라며 "우리는 이 부당한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뿐더러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성신여대와 광주여대에서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이메일이 연달아 발견돼 학생과 교직원들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해당 이메일은 지난 4일 밤 11시쯤 발송된 것으로, 작성자는 자신을 '남성연대 회원'이라고 소개했다. 두 대학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은 수색을 벌였지만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동일인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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