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학생들에게 교육을 빙자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찬양을 주도하고 제21대 대선 댓글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는 극우단체 '리박스쿨'이 여성과 노동조합, 성소수자와 학생들을 공격해 온 정황이 확인됐다.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혐오를 정치세력화의 자원으로 삼은 셈이다. 인권단체들은 "극우단체들이 소수자 혐오를 세력 확장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며 "법과 제도를 동반해 공교육에서부터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8일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웹사이트 '국민광장'은 '6.3 대선 댓글 감시단 모집 및 교육' 제하의 글을 올리고 "향후 3주간 하루 2시간 자원봉사의 기적을 기대하며, 대선 승리를 위해 진인사대천명 댓글 동참 교육 희망자를 모신다"고 했다.
리박스쿨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댓글 실태, 확인 요령, 동참 실습 등을 교육한다고 밝혔다.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아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부대' 양성 프로그램인 것이다. 리박스쿨은 참여 희망자들에게 다음날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 사무실로 결집하라고 했다.
국민광장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댓글부대는 사이트 관리자가 공격 대상으로 삼은 기사와 댓글 예시를 공지하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댓글을 작성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이는 앞서 <뉴스타파>가 보도한 리박스쿨 댓글 부대인 자손군 운영방식과 같아, 리박스쿨이 국민광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들의 여론조작 대다수는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정치적 공세로 시작해 여성과 노동자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확장했다. 국민광장 관리자는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준법투쟁을 시작했다는 기사에 "버스도 하루빨리 자동화돼야 한다. 요금 인상 주원인이 쓰레기 노조들 때문"이라며 노조를 공격하는 댓글을 달라고 공지했다.
동덕여대의 학생 고소 취하에 민주당이 개입했다는 기사에는 "이러면 동덕X들 세상 쉬운 줄 알고 빼액거리면서 살겠네~ 앞으로 동덕여대 출신들은 걍 거르자! 인간이 아니다" 식의 격한 비난 댓글을 달라고 했다. 국민광장이 겨냥한 버스노조 기사에는 2일 기준 댓글 600개가, 동덕여대 기사에는 댓글 2700여 개가 달려 있다.

리박스쿨은 임신중지와 동성애 비난에도 앞장서왔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판결을 내린 2019년 4월 11일 '낙태죄폐지반대 전국민연합' 이름으로 헌재 앞에 모여 낙태죄 폐지 반대를 주장했으며, 2021년에는 "서울시교육청은 위험한 성행위인 동성애/성전환 옹호 등의 교육행위를 당장 중지하라"는 성소수자 혐오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또 서울시학생인권조례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부모의 교육권(양육권) 등을 침해한다며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2020년 강유화 리박스쿨 강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동성애 비난을 막는다며 "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혐오한다"는 칼럼을 언론에 기고하기도 했다.
리박스쿨의 혐오 선동은 학생들에게까지 향했다. 지난 1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며느리 양모 씨는 2021년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리박스쿨에 찾아가 초등학생들에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반대한다 △임신중절은 죄악이다 △동성애 합법화는 안 된다 등을 강조했다. 양 씨는 아이들에게 이런 내용을 마스크에 쓰게 했으며 "낙태 반대",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모임에 나가자고도 했다.
리박스쿨을 비롯한 극우단체들이 소수자 혐오를 병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2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극우 보수 개신교는 전부터 전통적 가족체계를 지키겠다는 명분을 가지고 성소수자와 반동성애 등에 반대해왔다"며 "보수 성향 인사가 지자체장을 맡으면 극우 성향의 보수 개신교와 반공주의 관련 단체들에게 민간위탁을 맡기는 일이 전부터 있어왔기에 리박스쿨 사태가 놀랄 일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극우단체가 소수자 혐오를 범보수 진영 내 세력 확장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프레시안> 통화에서 "극우, 보수, 대안우파 등 범보수 진영은 모두 소수자 차별에 사실상 입장 차이가 없다. 혐오가 그들의 돈과 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며 "무엇이 차별인지 알고 소수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걸 교육하는 법안이 마련돼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이를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채로 보수 진영 간 경계가 무너지다 보니 보수 진영이 극우를 끊어내지 못하고 극우는 이를 양분 삼아 급부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박스쿨 사태와 같이 교육을 통한 사상 주입과 여론 조작을 막기 위해서는 공교육과 사회 전반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몽 위원장은 "다른 사람을 차별하거나 특정 집단을 공동체 내에서 차출하려는 행동이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는 것을 공교육에서 뚜렷하게 정하고 가르쳐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학생인권법을 비롯한 여러 법·제도를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광장은 리박스쿨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여론조작 게시물들을 전부 지운 채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리박스쿨 댓글부대 교육 담당자는 2일 광장과 리박스쿨의 관계를 묻는 <프레시안> 질문에 "나는 모르는 일이다. 누군가 공지 차원에서 올렸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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