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 속에 택배 노동자가 연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택배 업체들이 휴식 시간 의무화, 작업중지권 보장 등 폭염 대책을 내놓았다. 노동계는 "택배 노동자의 생명 보호를 위한 실효적 조치"로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CJ대한통운은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택배기사 및 물류센터 작업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휴식권과 작업 중지권을 보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이미 지난 6월부터 택배기사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폭염과 온열질환에 대비해 무리한 배송을 지양하고 온열질환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배송을 멈추라'고 권고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고객사에도 배송 지연에 대한 양해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아울러 여름 휴가를 적극 사용하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와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전날 단체 협약을 체결하고 출산 휴가(최대 60일), 경조 휴가(최대 5일) 외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3일의 특별 휴무를 보장하기로 했다.
또 다음 달 14~15일은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해 모든 택배기사가 휴식할 수 있도록 했다.
한진도 이날 "역대급 폭염 속에서 무리한 배송을 지양하고 안전하게 배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작업장 온도가 영상 33도를 초과할 경우 '50분 근무, 10분 휴식' 원칙을 적용하며, 관련 교육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전국 택배기사에게 얼음 생수를 지급하고 최근 대전메가허브 터미널에 냉방기를 증설했다.
또 추가 허브터미널을 가동해 택배기사의 오전 근무 가능 시간을 늘리고, 가장 무더운 시간대를 피해 배송할 수 있도록 탄력 근무 운영을 지원한다고 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는 택배 업체들의 이같은 조치에 환영하며, 특히 CJ대한통운의 대응 방안에 대해 "생명을 지키는 실효적인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모든 택배사가 응답할 차례"라며 다른 택배사들의 폭염 대응 조치 발표를 촉구했다.
특히 쿠팡을 향해 "택배산업 내 점유율 1위이며, 최근 수년간 과로사 및 산재 다발 사업장으로 지목돼 왔다"며 "쿠팡은 그 누구보다 앞장서 폭염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대책위는 아울러 '늦어도 괜찮습니다' 긴급 범시민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4대 요구안으로 △폭염 시기 배송 지연에 따른 불이익 금지 △모든 물류터미널·캠프·배송거점에 냉방설비 긴급 지원 △폭염 시 분류작업 및 부가업무(프레시백 회수 등) 금지 △8월 14일 택배없는 날 전 택배사 시행 보장 등을 제시했다.
대책위는 "이 네 가지 요구는 사치가 아닌 생존의 최소선이며 택배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도록 당장 시행해야 할 사회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8일 경기 연천지역의 택배 노동자 A(53) 씨가 자택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뒤 사망했고, 7일에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활동하던 택배 노동자가 B(51) 씨가 출근 직후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4일에는 인천의 한 택배대리점 소장 C(43) 씨가 오전 분류작업을 마치고 차량에서 휴식하던 중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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