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지역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이를 인정받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피해자가 보복에 시달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와 전북특별자치도노동조합은 16일 오전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6년이 지났지만 법은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라며 정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이 이날 발표한 전북 직장인 근무환경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300명 중 217명이 최근 1년 새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중 진정을 한 비율은 11%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인정받은 사례는 1~2%에 그쳤으며 19%는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7월12일 보도>
이어 “전주시 소재 소원주간보호센터에서 센터장이 간호조무사에게 40명에 달하는 수급자를 혼자 관리하게 하고 퇴근 이후에도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도록 강요했다"며 "병원 동행 시 3명의 수급자를 1명이 맡게 한 뒤 건강보험공단에는 허위로 직원 1명당 1명씩 동행했다고 보고하도록 지시했다”는 실제 사례도 공개했다.
여기에 “센터장은 근무시간 기록을 조작하도록 지시하고 사무실 내 음성과 영상이 모두 녹화되는 CCTV를 설치해 직원들을 감시했다. 문제를 제기하자 센터장 남편이 ‘퇴사하라’는 강압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센터장은 이후 직원들에게 문자로 민형사 소송을 예고하고 ‘직장을 떠나더라도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에 반발한 직원들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했지만 전주지청은 지난해 4월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올해 6월까지 끌다 결국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며 “노동부는 조사 과정에서 대부분 사건을 사업장 자체조사로 돌려보내는데 자체조사 과정엔 진정인의 참여조차 보장되지 않아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2023년부터 외부위원 3명 이상이 참여하는 전문위원회를 도입했지만 전주지청은 1년에 고작 1~2건만 회부하고 있어 사실상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5인 미만 사업장과 특수고용, 프리랜서 노동자에게는 여전히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노동관계 속에서 지휘와 감독을 받고 있지만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자 단체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건수가 2020년 5823건에서 올해 1만2253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는데 인정률은 17%에서 12%로 떨어졌다”며 “이럴 거면 왜 법을 만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에 △형식적인 직장 내 괴롭힘 전문위원회 전면 개선 △조사위원회에 진정인 추천 노동자 대표 참여 보장 △5인 미만 사업장과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금지법 전면 적용 △소원주간보호센터 직장 내 괴롭힘 철저 조사 및 즉각 인정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인권이 존중되는 일터를 만들지 않으면 직장 내 괴롭힘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는 더 이상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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