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일본의 식민통치를 거치며 조선이 근대화됐다는 근대화론을 믿는다는 등의 발언을 한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에 대해 역사단체 및 일제강점기 피해자 단체들이 사퇴를 촉구했다.
21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식민지역사박물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역사정의를 거스르는 강준욱 비서관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지금 당장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강 비서관은 2018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본인 계정에 게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에서 "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믿으며 강제징용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한겨레>가 이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강 비서관은 "위안부도 마찬가지지만 길거리에서 아무나 무작정 잡아간 것으로 여기기에는 일본인들의 태도가 너무도 존경스러운 수준"이라며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을 '강제'로 동원한 사실이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단체들은 "2018년 대법원판결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20년이 넘게 일본과 한국의 법정을 오가며 자신의 인권과 존엄의 회복을 위해 싸워 쟁취한 역사적 승리"라며 "또한, 이 판결은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의 발전에 따라 식민주의 극복이라는 세계사적인 흐름을 반영한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이제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한 투쟁은 식민주의 청산과 '65년 체제'의 종언을 의미하는 인권선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이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강준욱 비서관의 발언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투쟁의 역사를 훼손하는 망언이며 피해자의 인권과 존엄을 다시 한번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강준욱 비서관은 윤석열의 내란을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고 옹호하며 민주주의를 부정했다. 또한, 그는 성소수자 시민의 자긍심 행진을 포함한 퀴어문화축제를 두고 '타인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며 심지어 방종'이라며 차별과 혐오에 바탕을 둔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강 비서관의 극우적 인식을 문제삼기도 했다.
이들은 "국민통합비서관은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통합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국민통합을 해야 할 비서관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고 시민을 차별하는데 어떻게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강준욱 비서관은 국민통합은커녕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낳는 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전 정권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일본의 마음이 중요하다"라고 발언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이 "과거사에 대해서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역사 정의를 거스르고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으며 제3자 변제를 추진한 내란수괴 윤석열 정권은 대일 굴욕외교로 비참한 파국을 맞은 정권으로 역사에 새겨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이 저지른 '역사쿠데타'를 청산하는 일이 시급한 지금, 식민지근대화론자의 공직 임명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강준욱 비서관은 당장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역시 이날 성명에서 "강제동원과 일본군성노예제 부정하고 식민지근대화론을 찬양하는 강준욱으로 국민통합은 어불성설"이라고 일갈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끊어내도 모자란 상황에서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의 임명은 오히려 국민통합이 아니라 친일 극우세력의 손을 들며 국민을 분열시키는 모습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강 비서관이 20일 입장문을 통해 "수 개월 간 계엄으로 고통을 겪으신 국민께 제가 펴낸 책의 내용과 표현으로 깊은 상처를 드렸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진정성도 내용도 없는 사과다. 심지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며 "내란을 옹호하고 친일극우 사관으로 철저히 물든 일탈자의 행보가 짧은 사과 한마디로 될 일인가? 가당치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더욱이 자국의 아픈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제국을 옹호하는 강준욱은 국민통합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진정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사퇴하라"라고 말했다.
강 비서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합의 의도를 살려 보수인사의 추천을 통해서 온 비서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는, 이해할 수 있는 해명을 하는 것은 임명 받은 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임명권을 훼손하지 않을 정도였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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