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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론과 행정통합의 관점에서 본 전북의 선택…AI 실증단지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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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론과 행정통합의 관점에서 본 전북의 선택…AI 실증단지는 어디로?

[이춘구 칼럼]

전북특별자치도는 전국 최저 수준의 낙후를 털고 국가 미래 전략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정동영 국회의원이 2025년 국비 229억 원을 확보해 총 382억 원 규모의 피지컬AI 실증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할 기반을 갖춰 주었기 때문이다. 전북자치도가 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한다면 장차 1조 원 이상의 투자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AI 100조 투자, AI 3대 강국 전략과 연계될 경우, 전북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전초기지로 도약할 기회를 맞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한 부지선정이 아니다. 실증단지를 어디에 조성하느냐는 지역 균형발전, 정치적 이해관계, 그리고 행정통합 논리가 얽힌 복합 방정식이다.

지금의 구도는 명확히 “완주군 이서면”과 “김제시” 두 후보지 간의 경쟁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행정통합’이라는 더 큰 정치적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완주, 실증단지는 원하되 통합은 거부?

정동영 국회의원과 전북자치도는 7월 11일 완주군청 문예회관에서 ‘피지컬AI 모빌리티 실증 선도사업 전북세미나’를 열어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완주군에 먼저 선택의 기회를 준 셈이다.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이서면은 전북대 스마트농생명 캠퍼스, 전주과학산단과 인접해 물리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후보지다. 게다가 ‘전주-완주 통합론’에서 이서는 핵심 경계 지대다.

실증단지가 이서에 조성된다면, 이는 전주와 완주 간의 연결 고리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완주군 내부 분위기는 복잡하다. 단지는 유치하고 싶지만, 전주와의 행정통합에는 여전히 냉랭한 기류가 흐른다. 완주가 ‘단지만 가져가고 통합은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고수할 경우, 전북자치도가 이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통합 없는 개발은 정치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제, 통합·개발 함께 거론한 전략적 선택

반면 김제시는 상황이 다르다. 전주와의 통합을 공개적으로 희망해왔고, 피지컬AI 실증단지를 통한 균형발전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김제시는 7월 23일 전북도의회 브리핑 룸에서 ‘피지컬 AI 기반 인공지능 대전환(AX)’의 핵심 실증 거점으로 47만 평 규모의 옛 김제공항 부지를 공식 제안하고 나섰다.

김제시는 과거에도 행정통합 논의를 제안한 바 있으며, 이번 기회에 실증단지를 매개로 다시 한번 “통합과 유치의 패키지 제안”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이 구도는 게임이론의 프레임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김제시는 실증단지 유치 + 행정통합 수용이라는 “협조 전략”을 택하고 있다.

완주군은 실증단지 유치 희망 + 행정통합 거부라는 “비협조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중앙정부나 전북도 입장에서는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쪽에 보상을 집중하는 것이 정책성과와 정무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결국 “협력하는 자가 보상을 얻는 구조”이다.

치킨게임에서 핸들을 꺾을 것인가

ChatGPT는 지금의 상황을 일종의 치킨게임(Chicken Game)으로 보고 있다. 치킨게임은 두 경쟁자가 극한 대립을 벌이다가 양쪽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의미한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자동차 게임에서 유래했다.

전북도는 실증단지를 통합 유도 수단으로 삼고 있고, 완주는 통합 없는 개발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도가 이 게임에서 먼저 양보해 이서 유치를 강행한다면, 완주군의 비협조적 태도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셈이 된다. 정치적 손실이 뒤따른다.

이럴 경우 전북도는 김제시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 김제시는 통합과 개발을 동시에 요구하며, 실증단지 유치를 “통합형 도시전략”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중앙정부 역시 행정통합이 수반되는 개발에 대해 더 큰 재정적 유인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이춘구 칼럼니스트(前 KBS 모스크바 특파원)ⓒ

일제 강점기에 호남선과 전라선 철도의 분기점을 어디로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당시 전주 유지들은 전주역 설치를 반대했다.

이후 전주는 성장과 발전의 동력을 상실했다. 정동영 국회의원은 이 같은 과거를 반추하며 완주군에 행정통합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치 원로로서 애향하는 마음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지금 전북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완주군이 전주시와의 행정통합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실증단지는 김제시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김제시는 통합을 매개로 전북 서부권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구축할 준비가 돼 있다.

이재명 정부의 AI 100조 원 전략은 단순한 기술 투자를 넘어, 지역통합과 균형발전이라는 정치 경제적 의미를 갖는다.

실증단지 유치는 ‘기술 인프라’가 아니라 ‘통합의 정치’로 귀결될 것이다. 결국 “AI 실증단지는 행정통합의 의지를 가진 자의 품에 안길 것”이다. 이제 전북이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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