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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경계를 넘어: 세계와 지역을 품는 '대한민국 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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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경계를 넘어: 세계와 지역을 품는 '대한민국 상원'

황태규 교수가 제안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8대 전략’ ⑧

글로벌 국가의 숙명 그리고 국가균형발전

2025년 7월 31일, 한국과 미국 간의 관세협정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우리 경제는 한숨을 돌렸지만, 이 사건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글로벌 통상 환경은 곧 국가 생존의 조건이라는 점이다. 2024년 기준 무역의존도는 76.6%에 이른다. '글로벌 전략이 곧 국가 전략'이라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연일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언급하며 "균형발전은 정부의 배려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단지 지역을 돌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 안보, 성장, 통합의 토대라는 인식의 전환을 보여준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정치 시스템이 이 두 가지 축 ‘세계와 지역’을 동시에 품어야 할 시점이다. 이 글에서 제안하는 ‘글로컬 상원(Glocal Senate)’은 바로 그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정치 시스템의 구조 개혁안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다중 위기의 경계선에 서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다중 위기의 경계선'에 서 있다. 초저출산, 세대 갈등, 수도권 과밀, 지방소멸, 글로벌 무역 갈등, 그리고 구조화된 정치 불신까지.

오늘날 한국이 직면한 문제들은 결코 단일 사안이 아니다. 이들은 서로 맞물려 악순환을 강화하는 복합 위기다. 문제는 그 한가운데 정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는 국민 통합의 구조를 설계하고 국가 전략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책무를 지닌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 구조는 그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 채, 선거 중심의 파편화된 이익 구조에 갇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지금의 정치 체계는 미세 조정으로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전면적인 정치 구조 개편이 필요한 전환기에 와 있다.

그 해답으로 제안하는 것이 ‘글로컬 상원’이다. 이는 단지 제2의 국회를 하나 더 만드는 행정적 장치가 아니다. 정치의 지평을 지역과 세계로 확장하고, 국민과 재외동포, 오늘과 미래를 하나의 설계안에서 통합하는 근본적 정치 혁신이다.

정치는 더 이상 국내라는 울타리에 갇혀선 안 된다

오늘날의 정치만큼 현실과 괴리(乖離)된 영역도 드물다. 과학자는 세계를 상대로 연구하고, 기업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며, 예술가와 콘텐츠 창작자는 국경을 넘어 활동하는 시대다.

그러나 정치만은 국내, 더 정확히는 지역구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다. 그 결과, 정치인은 국민 전체가 아니라 지역구 유권자만을 의식하며, 단기적인 민원 해결과 표 계산에 매몰되고 만다.

이러한 정치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갈등을 조장하고, 책임을 지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며, 통합보다는 분열을 확대하는 구조로 굳어진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이제 정치의 무대는 국경을 넘어야 하며, 지역을 넘어 세계와 미래를 포용해야 한다.

왜 글로컬 상원인가?

‘글로컬(Glocal)’은 단지 글로벌과 로컬의 단어 결합이 아니다. 그것은 수도권-지방 간의 불균형과 국내-재외동포 간의 단절이라는 이중 구조적 위기를 동시에 해소하려는 전략적 제안이다. 글로컬 상원은 국가의 외연과 내연을 동시에 확장하는 정치 시스템으로, 한국 정치의 새로운 중심축을 형성할 수 있다.

먼저 로컬(Local) 측면에서 보자.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의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50.2%를 넘는다. 인구 비례로 설계된 현 단원제 국회는 자연스럽게 수도권에 정치권력을 집중시킨다. 이에 따라 지역은 정책 결정과 자원 배분에서 소외되고 지방은 점점 더 주변화된다. 일부 비례대표제가 운용되고 있지만 다양성과 전문성 확보에는 한계를 보인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상원을 모든 주에 2석씩 동등하게 배분한다. 독일은 분데스라트(Bundesrat)라는 제도를 통해 각 주 정부가 직접 연방 입법 과정에 참여하게 하고, 일본은 참의원의 해산을 금지해 중장기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동등하게 의석을 배분한 상원을 설치함으로써, 인구수와 관계없이 지역의 정치적 발언권을 제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는 정치 구조 내에서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실현하고, 균형 발전을 정치 시스템 안에서 제도화하는 방식이다.

다음은 글로벌(Global) 측면이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 약 750만 명의 재외동포를 보유한 세계 4대 '디아스포라(Diaspora) 국가'다. 유대인, 중국인, 아일랜드인에 이어 네 번째다. 특히 한국인은 가장 많은 국가에 균등하게 분포한 민족이기도 하다. 이는 단지 해외 체류 인구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외연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전략 자산이다.

2023년 대한민국은 재외동포청을 출범시키며 글로벌 한민족을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는 행정적 통합을 넘어, 정치적 대표성의 확대가 필요하다.

프랑스는 상원에 12명의 재외국민 전용 의원을 두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는 상하원 모두에 재외국민 선거구를 두고 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로, 미국, 유럽, 동북아, 동남아, 중동·아프리카 등 대륙별로 재외동포 상원의원을 배정함으로써 세계 한민족의 정치적 연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단지 표를 주는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한민족을 국가 전략의 정치적 동반자로 인정하는 일이다.

▲황태규 우석대학교 교수. ⓒ

국민의 정의를 다시 쓰자

이러한 글로컬 상원의 구조는 정치를 안정시키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스템으로 설계될 수 있다.

상원은 하원과 임기를 교차하여 구성함으로써 정권 교체나 단기 정쟁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 전략 수립과 국가 미래 설계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정치권력은 수도권에 집중되지 않고 지역과 세계로 분산된 에너지가 구조 안에 동등하게 반영될 때 여야 간 정쟁보다는 협치, 수도권 일극 체계보다는 지역 공존, 국내 중심주의보다는 글로벌 공동체의 정신이 정치 전면에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국민’의 정의 자체를 재설정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합계출산율 0.72라는 수치는 이제 기존의 인구정책이 더 이상 해법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국민이 줄어든다면 국민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한국어를 쓰고 조국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국경 밖에 있어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2세, 3세, 다문화 가정의 자녀, 한민족 후손까지 정치공동체 안으로 포용해야 한다. 이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절벽 시대를 돌파하는 가장 전략적인 국가 시스템 설계다.

글로컬 상원은 이러한 정체성의 확장을 제도화하는 플랫폼이자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정치 구조의 실험장이다.

정치는 세계와 지역을 동시에 품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단순한 구조 변경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헌법 개정은 물론, 국적법, 공직선거법, 정당법, 국회법 등 관련 법률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 재외동포의 국적회복 및 참정권 확대 문제, 복수국적 문제, 원격 투표 시스템, 디지털 본인 인증 체계 구축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겠는가. 정치 구조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글로컬 상원’은 단지 상원을 하나 더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 속의 한민족을 정치적 자산으로 통합하고 동시에 국내 지역 간 불균형을 구조적으로 조정하는 대한민국 정치의 재설계 프로젝트다.

글로벌 한민족과 로컬 지역이 함께 참여하는 정치·갈등을 중재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국민을 다시 정의하는 정치. 그것이 글로컬 상원이 지향하는 비전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 이상 국경 안에서만, 수도권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이제는 지역과 세계가 함께 만드는 ‘글로컬 코리아’의 시대다.

그 시작점에, 글로컬 상원이 있어야 한다.

(※ 황태규 교수가 제안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8대 전략'은 이번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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