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상고장을 제출하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발언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항소심 일부 승소 판결에 불복하며 상고 마감일인 지난 30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접수했다.
31일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에 따르면 이번 상고는 항소심 재판부가 피해자 27명에 대해 일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 이후 이뤄진 것이다. 피해자들은 1·2심 모두 사실관계가 확인된 사안인 만큼 상고 없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길 기대했지만 법무부는 또다시 상고를 택했다.
앞서 정성호 장관은 지난 7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된 사건은 거기서 종결시키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며 "무분별한 상소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그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 됐다.
피해생존자들은 깊은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피해자 모임 대표는 "장관의 공개 발언에 기대를 걸었지만 상고 소식을 듣고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며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 회피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상고 직후인 지난 11일 피해생존자인 홍영식 씨가 상고 소식을 접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사망하면서 상고 결정이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소송과 유사한 사건들이 이미 40건 넘게 1·2심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받고 있어 추가 상고는 사실상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올해 3월 대법원은 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 책임을 최종 확정한 바 있다.
법무부는 이번 상고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밝히겠다고 전했지만 이미 여러 피해자들이 사망하고 유족들 역시 지쳐가는 상황에서 "이제는 사과와 보상이 먼저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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