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한자어와 순우리말에 관해 자주 언급해 왔다. 오랜 세월 한자어와 우리말은 같은 이불을 덮고 잤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말이다. 그래서 한자 혼용을 주장했고, 학교에서 한자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해왔다.
요즘 광고에 ‘계란말이’ 만드는 기계가 나와서 관심 있게 보았다. 그런데, 다른 곳에는 달걀말이라고 하니 뭐가 표준어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선 사전을 찾아보았다. 우선 달걀말이는 ‘달걀을 부쳐서 돌돌 만 음식’이라고 나타나 있고, 계란말이는 ‘달걀 푼 것을 기름에 부쳐서 돌돌 말아 놓은 음식’이라고 나타나 있다. 결국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그냥 문장대로 풀어 본다면 ‘달걀말이는 달걀을 부쳐서 돌돌 만 음식’이니 다른 첨가물이 없어도 되는 것이고, ‘계란말이는 달걀을 푼 것을 부쳐서 돌돌 말아 놓은 것’이니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달걀을 푼 것’인가 그냥 부친 것인가의 차이일 뿐이라는 말이다. 우리말이지만 참 어렵다. 그냥 둘 다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하자.
닭은 원래 조류의 총칭이었다가 의미가 축소되어 닭(鷄)만 지칭하게 된 단어다. <해례합자>에 따르면 닭은 ‘달’이 원형(원래는 아래 아(·)를 써야 한다)이었다가 말음에 ‘ㄱ’이 첨가된 것이다. 경상도 방언에서는 아직도 ‘달’이라고 한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참고) 이러한 말은 ‘까투리(갓두리)’, ‘종다리(종달새)’ 등에 남아 있다. 즉 ‘다리, 두리’의 원형이 ‘달’이라는 말이다. 조류를 총칭하던 ‘달’에 ‘ㄱ’을 붙여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닭’이 된 것이고, 이 새가 낳은 알이므로 ‘닭의 알’이라고 하였다. ‘닭의알’은 다시 발음상 ‘[달기알]’이 되었고, 여기서 더 나아가 ‘[달걀]’이 된 것이다. 좀더 길게 설명해 보자. ‘닭의 알’에서 ‘의’는 제2음절에 있는 것이므로 ‘[ㅣ]’로 발음한다. ‘회의’를 [회이], ‘하늬바람’을 [하니바람]이라고 발음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달기알]’이라고 발음하였다가, 다시 이것이 축약되어(ㅣ모음 순행동화가 일어나서) ‘기알’이 [걀]로 바뀐 것이다. 그러므로 ‘달걀’은 ‘닭의 알’이 소리나는 대로 굳어져 표준어가 된 경우다. 한자어 계란(鷄卵)과 ‘달걀’이 같은 말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설명하다 보니 이렇게 길어졌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필자가 보기에는 달걀말이와 계란말이는 동일한 음식을 이르는 것으로 본다. 다만 사전적 설명이 다르게 표기된 것일 뿐이다. 복수표준어로 보아도 좋다. 서전에는 유의어라고 나와 있지만 그 차이를 인식하기는 어렵다. 우선 사전에 나타난 달걀말이의 예문을 보자
달걀말이는 완전히 식은 후에 썰어야 부스러지지 않는다.
와 같이 나타나 있다. 예문이 하나만 등장한 것이 계란말이에 비해 달걀말이를 적에 사용하는 모양이다. 계란말이의 예는 상당히 많이 나타나 있다.
계란말이나 햄, 소시지, 볶음류 반찬의 재활용 사례도 다수 차지했다.
오늘따라 어머니께서 해 주시던 계란말이가 먹고 싶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찬은 돼지불고기와 계란말이이다.
등과 같이 다양하게 나타나 있다. 일반적으로 계란말이와 달걀말이 중에서 계란말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본다.
어린 시절에는 소풍갈 때나 먹었던 귀한 음식인데, 요즘은 식당 어디에나 가면 쉽게 먹을 수 있으니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이런 곳을 ‘헬 조선’이라고 부르는 사라들의 의도를 알 수가 없다. 하기야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힘든 인생들 살고 있다고 생각할 테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좋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셨다. 그래서 필자는 선친 앞에서는 결코 힘들다는 표현을 해 본 적이 없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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