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핵위협이 포함된 거친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2차 제재를 압박하며 우크라이나 휴전을 촉구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키이우에 공습을 가하며 꿈쩍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무거운 관세를 매긴 인도도 러시아 원유 수입 정책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 전 대통령이자 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의 매우 도발적인 발언에 따라, 핵잠수함 두 대를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조치가 "이러한 어리석고 선동적인 발언이 말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은 매우 중요하고 종종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번은 그런 경우가 아니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앞서 메드베데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 휴전을 촉구하며 러시아 제재를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전설적인 '데드 핸드(Dead Hand)'가 얼마나 위험한지" 기억해야 한다며 핵위협을 가했다. 데드 핸드는 적의 공격으로 지도부가 제거될 경우에도 핵미사일이 발사돼 보복이 가능하도록 한 옛 소련 때 설계된 장치다.
<로이터> 통신은 취재진이 핵잠수함 이동을 명령한 이유를 묻자 트럼프 대통령이 "러 전 대통령이 위협을 가했고 우리는 우리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미 해군과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 및 어떤 잠수함이 이동했는지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모든 핵추진 잠수함이 핵탄두 미사일로 무장한 것은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핵잠수함"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안보 전문가들이 미국 대통령이 핵 군사력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미 군비통제협회의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무책임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떤 지도자나 부지도자도 핵전쟁 위협을 해선 안 되며 소셜미디어에서 유치한 방식으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비판했다.
통신은 미국과학자연맹 핵정보프로그램 책임자 한스 크리스텐슨은 미국 핵잠수함이 항상 러시아를 겨냥해 발사할 수 있도록 배치돼 있기 때문에 "위치를 이동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 치하의 러시아는 한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문제를 함께 풀 동반자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을 좌절시키고 취임 첫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던 발언을 조롱하는 듯한 존재가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초조함이 과도한 강경 발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러 지도부 간 핵위협을 동반한 설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관세 및 2차 제재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50일"로 지정했던 러시아 제재 시한을 지난달 말 "10~12"일로 앞당겼다. 이 말이 지켜진다면 러시아가 오는 8일까지 우크라이나 휴전 관련 "진전"을 보이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관세 100% 및 러시아 원유 구매국에 2차 제재가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산 군사 장비와 에너지 구입 등을 들며 인도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벌칙"을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2일 인도 고위 당국자 2명이 러시아 원유 구입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인도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는 것 관련 "석유 회사들에 어떤 지침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인도가 더 이상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사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 또한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맹폭 중이다. 1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의 키이우 공습으로 31명이 숨지고 179명이 다쳤다. 공격이 9층 짜리 주거용 건물을 타격하며 이 건물에서만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학교, 유치원, 의료 기관, 대학 등도 피해를 입었다.
<AP> 통신은 2살 유아를 포함해 어린이 5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이 공격이 2022년 10월 이후 단일 공격으로 키이우에서 가장 많은 어린이 사상자를 발생시킨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전체 사망자 수도 지난해 7월 33명을 숨지게 한 공격 이후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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