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라디오 피디인 이주영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교유서가)이 출간됐다.
소설집에는 주중에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주말에는 소설을 쓰는 이주영 작가의 단편소설 여덟 편이 담겨 있다.
<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에는 문맹, 반공법 위반자, 퀴어, 성폭행범의 가족 등 사회에서 낙인 찍인 이들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정체성마저 비밀에 부치고 소통할 수 없는 불행의 고통을 고스란히 삼키고, 누구에게 들킬세라 오랜 시간 단 한 번도 소리쳐 울지 못한다.
<디어 시스터>에는 평생 문맹임을 밝히지 못한 손말임 할머니가 등장하고, <산책>에는 납북 어부의 자식이 등장하며, <이터널 선샤인>에는 안락사를 결정하고 스위스로 떠난 대중음악평론가가 자신의 '장례식' 초청장을 라디오 진행자에게 보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되는 얘기>와 <돌스의 사생활>에서는 사는 법보다 '뜨는' 법을 먼저 배웠을 아이돌 세계의 단면을 '요새' 언어로 풀어내며 창작자로서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작가는 사회적 편견 앞에서, 죽음 앞에서까지도 북지불기(踣地不起)의 순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며 손을 내밀지 못하는 이들의 불행을 깊이 있게, 또는 당돌하게, 우리 옆에 누군가의 이야기로 설득해낸다. 이 소설집은 혹자에게는 위로를 혹자에게는 공감과 이해의 시간을 마련할 것이다.
이주영 작가는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그런 무용함 속에서 탄생했다. 작품의 씨앗은 각기 다르지만, 희미하고 어렴풋한데 어쩐지 지나치고 싶지 않은 마음들, 그러니까 유용함과는 거리가 먼 것들을 곰곰이 들여다보다 지어낸 이야기들이다. 세상의 기준으로 본다면 아무 소득도 없는, 그런 무용한 흔적과 기척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반짝임과 온기가 있고, 그것이 결국 우리를 살게 한다고 나는 믿는다"라고 적었다.
이주영 작가는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대학원에서는 서사창작을 공부했다. KBS 팟캐스트 <요즘 소설 이야기에서 요즘 소설을 소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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