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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불댕긴 '선거구 조작 전쟁' 미 전역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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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불댕긴 '선거구 조작 전쟁' 미 전역으로 확대

텍사스 넘어 공화당 우세주들 적극 가담 분위기·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주들도 '맞불' 경고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텍사스주가 불을 댕긴 당파적 선거구 조작(게리맨더링) 전쟁이 미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공화당이 우세한 주들이 앞다퉈 자당에 유리한 선거구 재구획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강세인 주들도 공화당이 이를 시행한다면 맞불을 놓겠다고 경고 중이다. 분석가들은 승자가 불분명한 이 싸움에서 희생되는 건 미국의 정치 규범이라고 비판했다.

이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지난달 중순 촉발했다. 지난달 15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간단한 (선거구) 재구획으로 우리가 5석을 더 얻을 수 있다"며 텍사스에 연방하원 공화당 의석수 증가를 목적으로 선거구를 바꾸도록 촉구했다. 텍사스 공화당은 이에 곧바로 화답해 지난달 30일 주의회에서 공화당이 5석을 더 얻을 수 있도록 고안된 선거구 재구획안을 공개했다.

이에 공화당 다수인 텍사스 주의회에서 민주당 주의원들이 정족수 미달을 통한 관련 표결 무산을 위해 다른 주로 도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텍사스주 하원 150석 중 민주당은 62석, 공화당은 88석을 차지하고 있다. 선거구 재획정을 위한 표결을 위해선 이 중 3분의 2가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데, 민주당 소속 주하원의원 51명 이상이 텍사스를 떠난 것이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도피한 민주당 주의원들에 해임을 위협하며 복귀를 촉구 중이다. 애벗 주지사는 3일 성명을 통해 다음날까지 복귀하지 않을 땐 "텍사스 주하원의원직에서 제거"하겠다고 경고했고 5일 주대법원에 "주모자"인 주하원의원 진 우의 해임을 요구하는 긴급 청원을 제기했다.

자당에 유리한 선거구 재편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유권자들이 게리맨더링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당파적 목적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이러한 상황은 이례적이다. 2023년 AP-NORD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5%가 게리맨더링을 "중대한 문제"로 꼽았다.

애벗 주지사는 4일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텍사스가 (선거구를) 재구획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고 광분하고 있다. 우린 공화당에 투표할 추가 의석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그렇게(재구획)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5일 미 CNBC 방송에서 관련해 텍사스에서 공화당이 선거구를 재설정해 "5석을 더 얻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표결 무산을 위해 텍사스주를 벗어난 민주당 주의원들을 붙잡기 위해 연방수사국(FBI)이 개입할 수도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그래야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연방하원에서 텍사스에 배정된 의석 38석 중 현재 공화당은 25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선거구 조정을 통해 이를 30석으로 늘리는 것이 공화당의 목표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텍사스 득표율이 56.1%,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득표율이 42.5%였음을 감안할 때 이미 하원에서 공화당 의석이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텍사스 외에도 공화당이 우세한 주들은 선거구 재구획에 적극 가담하는 분위기다. <AP>를 보면 5일 공화당 소속 마이크 브런 인디애나 주지사는 선거구 재획정 등 논의를 위해 JD 밴스 미 부통령이 인디애나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키호 미주리 주지사도 관련 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선거구 재구획을 고려 중이며 "어떤 형태가 될지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신은 오하이오주도 참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하원에서 공화당이 불과 8석 차이로 다수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도 맞불을 놓겠다고 응수하고 있다. 민주당이 강세인 주에서 선거구를 재획정해 공화당 의석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4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취재진에 캘리포니아에서 선거구 변경은 "텍사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촉발될 것"이라며 "그들이 옳은 일을 하길 바라며, 그들이 옳은 일을 한다면 우리가 움직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 CNN 방송은 캘리포니아가 선거구를 재구획할 경우 연방하원 공화당 의석 5석이 뒤집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방하원에서 캘리포니아에 배정된 의석 52석 중 43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 대선에서 해리스 전 부통령이 58.5%, 트럼프 대통령이 38.3%를 득표한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 의석이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도 4일 텍사스 선거구 개정 시도 관련 "불에는 불로 맞서야 한다"며 뉴욕주 선거구 재구획을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5일 "만일 그들이 부정행위를 한다면 우리 모두는 그 부정행위가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순전히 당파적 관점에서 확전 중인 현 상황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조지워싱턴대 정치경영 교수 맷 달렉이 "선거구 재획정 싸움은 좋은 정부, 민주주의, 온건 세력에 대한 또 다른 타격"이라며 "트럼프와 그의 반대자들은 이 전투를 종말론적 방식으로 보고 있다. 다른 전쟁과 마찬가지로 공격은 대개 반격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많은 분석가들이 이 싸움에서 어느 당이 이길지 불분명하지만 가장 큰 희생자는 '미국의 정치 규범'이 될 것이라고 우려 중이라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도 캘리포니아의 맞불 시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를 보면 4일 슈워제네거의 대변인 대니얼 케첼은 슈워제네거가 "게리맨더링을 악이라고 부른다. 정치인이 국민에게 권력을 빼앗는 것은 진정 악하다"며 "텍사스가 하는 일에 반대하고 캘리포니아가 같은 일을 해 바닥으로 가는 경쟁에 참여하는 구상도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슈워제네거는 주지사 시절 캘리포니아 선거구 획정 권한을 정치인이 아닌 독립위원회에 맡기는 일을 주도했다. 슈워제네거는 공화당 주지사였지만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미국적"이라고 비판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기도 했다.

다만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을 보면 새라 새드와니 미 포모나대 정치학 교수는 현재 캘리포니아 선거구엔 문제가 없지만 "다른 주에서 게리맨더링, 극단적 게리맨더링이 이뤄질 경우 캘리포니아 주민과 미국 유권자의 목소리는 전반적으로 뒤집히게 된다"며 "민주당이 반격하려는 이유가 이해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텍사스 주의회에서 공화당 소속 주하원의원 칼 테퍼가 선거구 재구획 청문회에서 선거구 지도를 손에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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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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