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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년 치 비 35% 쏟아졌다… 폭염 50년간 점차 증가, 30년 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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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년 치 비 35% 쏟아졌다… 폭염 50년간 점차 증가, 30년 후는?

[분석] 서귀포는 한 달 내내 열대야… 7월 극한 기상 뒤엔 그린란드·인도 영향도, '지구적 연동'

지난 7월 폭염의 기세는 대단했다. 제주도는 거의 한 달 내내 열대야였고, 완도, 보령 등 폭염 일수가 평균 1~2일에 불과한 지역이 15~20일의 폭염을 기록하며 평균의 10배를 뛰어넘었다. 기상 관측소의 약 39%가 7월 평균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고, 하루 최고기온이 처음으로 40도를 넘은 지역이 다수 발생했다.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었지만, 며칠 새에 1년 강수량의 절반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극한 기상이 집중됐던 여름이다.

올해 7월은 전국 기상 관측망이 확립된 이래 두 번째로 뜨거웠다. 지난 5일 '7월 기후특성'을 발표한 기상청은 "전국 평균기온은 27.1℃(도)로 가장 더웠던 1994년 27.7℃에 이어 역대(1973년이래) 두 번째로 높았다"며 "평년보다 2.5℃, 작년보다는 0.9℃ 높았다"고 밝혔다.

낮 최고기온이 40℃를 넘은 지역도 여러 곳 나타났다. 7월 상순 가장 더웠던 8일 경기도에서다. 의왕 40.4℃, 광명 40.2℃, 가평, 안성, 파주 등 3곳이 40.1℃를 기록했다. 기상 관측 역대 가장 뜨거웠던 날은 1942년 8월 1일 대구의 40.0℃이고, 두 번째는 2018년 8월 1일 홍천 41.0℃이다.

경북 구미는 거의 한 달 내내 폭염이었다. 폭염일수만 24일이다. 평년(30년 평균치) 8.1일보다 약 3배 많다. 전국 관측소 62개 기준, 15일 이상 폭염이 기록된 곳은 31곳(50%)이다. 대관령은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 일수 이틀을 기록했다. 평균 기온은 22.4℃로 평년 기온 19.6℃를 훌쩍 뛰어넘었다. 대관령을 포함해 전체 관측소 127곳 중 49곳(38.6%)의 7월 평균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1973~2025년 6월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 추이. ⓒ프레시안(손가영)
▲1973~2025년 7월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 추이. ⓒ프레시안(손가영)
▲1973~2024년 8월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 추이. ⓒ프레시안(손가영)

폭염 50년간 점차 증가… 완도 폭염 2일→22일

폭염 일수가 급증한 지역도 있다. 전남 완도는 평년 2일에서 올해 22일(11배)로 급증했다. 충남 보령도 평년 1.5일에서 15일로, 10배 증가했다. 인천도 1.1일에서 11일로 10배, 강원 태백은 0.5일에서 8일로 16배 늘었다. 전국 66개 지점의 폭염 일수 증가율(평년 대비)은 평균 4.6배 정도다.

열대야 일수도 여러 지역에서 최고 기록이 경신됐다. 서울은 23일로 1908년 이래 최곳값을 기록했다. 최고 일수를 기록한 지역이 제주 서귀포다. 한 달 31일 중 27일이 열대야였다. 2위는 제주로 25일, 3위가 서울 23일, 이어 인천 22일, 청주와 목포 각각 21일 등을 기록했다.

폭염 일수는 지난 50년 동안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0년의 폭염 일수 추이를 살펴본 결과, 6월과 8월 경우 꾸준히 폭염 일수가 증가하는 추세가 그려졌다. 다만 통계적으로만 의미가 있어, 시간 변화만으로 폭염 증가 추세를 단정할 순 없다. 해양 온도, 대기 순환, 도시 열섬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이 더 큰 탓이다. 추세선만 보면, 8월의 경우 10년에 0.9일, 50년에 4.5일 증가한 경향을 올해까진 보였다.

지난 50년 열대야 일수 추이를 봐도 40~50년 전과 현재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6월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최근 4년 동안 대폭 늘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1994년을 제외하면, 7월과 8월도 최근 15년간의 열대야 일수가 그 전보다 확연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7월은 1973~1999년까지 평균 열대야 일수는 2.1일이지만, 2000~2025년 평균 열대야 일수는 3.3일이다. 8월도 각각 2.4일과 4.4일로 차이가 난다.

▲1973~2025년 6월 전국 평균 폭염 일수 추이. ⓒ프레시안(손가영)
▲1973~2024년 8월 전국 평균 폭염 일수 추이. ⓒ프레시안(손가영)

5일 새 1년 치 비 절반 쏟아져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었다. 7월 전국 강수량은 249.0밀리미터(㎜)로 평년 296.5㎜의 85.8% 정도다. 그런데 강수량이 시기 별로 널을 뛰었다. 7월을 상·중·하순 3개 시기로 구분했을 때, 상순엔 3.9㎜(1.6%), 하순엔 6.1㎜(2.4%)가 내렸고 96.1%에 달하는 239.4㎜가 중순에 쏟아졌다. 평년이 상순 109.1㎜(36.8%), 중순 106.5㎜(35.9%), 하순 80.9㎜(27.3%)로 비교적 균등한 것과 차이가 크다.

충남 서산은 1년 평년 강수량의 절반에 가까운 강수량(578.3㎜)이 지난달 16일부터 닷새 동안 내렸다. 이 중 438.9㎜가 17일 하루에 내렸다. 한 해 강수량의 35% 정도 비가 하루 만에 쏟아진 것이다. 경남 산청은 지리산과 소백산맥 등의 지형 효과로 비구름이 더 발달해 5일 새 800㎜가량의 폭우가 쏟아졌다. 광주, 순창, 천안, 산청 등 전국 11개 지점의 7월 하루 최대 강수량 기록이 올해 갱신됐다.

기상청은 2023년부터 '극한 호우'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원래 1시간 30㎜ 넘게 내리는 집중 호우 분류 기준이 있었으나, 이로써 설명할 수 없는 강수 현상이 빈번해져 도입된 분류다. 기상청은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 이상이거나,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 이상이면서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이상일 때를 극한 호우라고 부른다.

지난 10년 극한 호우 빈도를 살펴보면 극한 호우 현상은 근래에 집중된 모습을 보였다. 기상청 종관기상관측장비(ASOS) 92곳의 2016년부터 2025년까지 6~7월 1시간 최대 강수량 기록을 살펴본 결과, 최근 10년 간 시간당 72㎜를 넘는 기록은 16건이 있었고 이 중 11건이 2023~2025년에 발생했다. 시간당 50㎜ 이상 호우 기록으로는 총 84건 중 43건이 2023년 이후에 발생했다.

▲2016~2025년 연도별 1시간최다강수량 72㎜ 이상 빈도 수 그래프. ⓒ프레시안(손가영)
▲2016~2025년 연도별 1시간최다강수량 50㎜ 이상 빈도 수 그래프. ⓒ프레시안(손가영)

그린란드의 고기압이 동아시아에 저기압으로

기상청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극한 기상의 배경에는 전 지구적 규모의 대기 흐름이 있다. 서태평양, 인도, 그린란드 등의 기상 상황이 파동으로 움직이는 지구 규모의 대기 이동과 맞물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한국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폭염의 직접적 배경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빠른 확장인데, 이를 유도한 것이 지구적 대기 순환이라는 설명이다. 기상청은 "열대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활발한 대류(기류 상승)가 일본, 한국 부근에 평년보다 강한 고기압성(기온 상승) 흐름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 상층(약 11㎞)에도 "전 지구의 중위도를 가로질러 고기압이 정체하는 구조가 형성됐고, 이에 한국 상공에 고기압이 정체하며 기온 상승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또 고기압이 정체한 요인도 "인도 몬순과 인도 북서부 쪽의 대류 강화와 관련됐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극한 호우와 관련해 기상청은 "그린란드 부근 북대서양에서부터 동아시아에 걸친 중위도 대기 파동이 강화된 것과 관련된다"고 밝혔다. 대기가 파동으로 움직이는 흐름에서, 그린란드 부근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동아시아 부근에선 기압골(저기압) 형성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기상청은 "상층 기압골이 한국 주변의 기압능(고기압) 사이에서 더욱 강하게 발달했고, 동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으로 인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일주일 동안 (정체하며 호우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7월 상순 대류 활동 편차 지도. 파란색(-)은 평년보다 대류가 활발한 지역으로, 대류가 활발하면 구름이 발달한다. 인도 북서부와 서태평양의 대류 현상이 동아시아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원격상관을 보여준다.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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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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