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대북 확성기 철거에 맞춰 대남 확성기를 철거한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국방상이 직접 비판 담화를 발표했으나 내용은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북한도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날 발표된 노광철 국방상의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비판하는 담화에 대해 "2023년도에는 총참모부 보도가 있었고 작년에는 국방성 공보실장 담화가 있었는데 과거에 비해 격을 높여서 입장을 발표했다"며 "다만 표현 수위는 조절하며 비교적 절제된 어조를 사용하여 군사적 위협보다는 입장 표명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구 대변인은 "한미 연합 훈련은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방어적 훈련의 성격임을 분명히 한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한반도의 평화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차분히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 국방상은 이날 '미한의 적대적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전리익을 수호하는 것은 공화국무력의 절대사명이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의 군사적대결립장을 려과없이 로출시키고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안보환경에 또다시 심각한 도전을 가해오고 있는 미한의 도발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그것이 초래할 부정적후과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노 국방상은 "실제적인 핵전쟁상황을 가상하여 진행되는 '을지 프리덤 쉴드'는 우리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도발로 될 뿐 아니라 정전상태인 조선반도정세의 예측불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지역정세의 불안정화를 고착시키는 진정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그 누구의 '위협'을 억제한다는 미명밑에 감행되는 미한의 일방적인 군사적위협과 대결기도야말로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정세가 날로 부정적으로 변화되고있는 근본 리유"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향한 무력시위는 분명코 미한의 안보를 보다 덜 안전한 상황에 빠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국방상은 "힘의 견지에서 적수국들의 공격행위를 억제하고 군사적도발에 대응하며 국가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력의 절대적사명"이라며 "우리 무장력은 철저하고 단호한 대응태세로 미한의 전쟁연습소동에 대비할 것이며 계선을 넘어서는 그 어떤 도발행위에 대해서도 자위권차원의 주권적권리를 엄격히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통상적으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바 있다. 이날 노 국방상의 담화도 이같은 연장선으로 보이는데,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 한미 양국이 야외 기동 훈련 일부를 연기하는 등 나름의 조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노 국방상이 공언한 '경고'가 실제 북한의 대응 '행동'으로 옮겨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지난 4일 남한의 확성기 철거에 호응해 9일 대남 확성기 철거를 시작했다는 점도 실제 북한의 대응 군사 행동이 이어질지를 두고 신중한 전망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북한군이 오늘 오전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는 활동이 식별됐다"며 "전 지역에 대한 철거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며, 우리 군은 북한군의 관련 활동을 지속 확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대남 확성기를 40여 곳에 설치해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얼마나 철거를 진행했냐는 질문에 11일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9일 오전 전방 지역 일부 지역에서 철거하는 동향이 확인됐고 이후로 추가로 설명드릴 사안은 없다"며 "전 지역에 대한 철거 여부는 추가로 확인이 필요하며 우리 군은 북한군의 관련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구병삼 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대북 확성기 철저에 대해 북한이 신속하게 대남 확성기 철거에 나선 데 대해 평가한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주도적 조치들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한의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에 지속적인 대응을 실시해 왔다. 지난 6월 11일 남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다음날인 12일부터 대남 방송을 중단했다.
또 지난달 8일 통일부가 서해 및 동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을 동해상으로 송환하는 과정에서 남북이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간접 소통을 하기도 했고, 지난해 북한의 대남 방송 중단에 남한이 지난달 대북 방송 중단으로 호응하자 북한은 지난달 22일 방해 전파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다만 북한은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달 28일 담화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앉을 일도, 론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립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후 남한이 지난 5일로 제시한 북한 주민 시신 인도에는 응하지 않았다.
이에 북한이 남한의 행동에 대해 제한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남한과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으면서도, 남한이 선제적 조치를 취한 수준에 맞춰 비례적으로 대응하면서 일단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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