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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직원들, 자사 방송작가들에게 "진정한 빈대" "히스테리 부리는 그녀들" 모욕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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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직원들, 자사 방송작가들에게 "진정한 빈대" "히스테리 부리는 그녀들" 모욕 쏟아내

차별없는노조 "간과할 수 없는 조롱과 혐오 넘쳐나…MBC는 진상조사 착수하라"

"방송국 작가들이 진정한 빈대지. 없어져야 될 존재. 아님 프리랜서답게 입 다물고 일이나 받아먹든지."

"과자를 밥 먹듯이 먹어 찐 살."

"휘핑크림 탑 쌓은 음료 마시며 주체하지 못하는 몸뚱이를 끌고 막내 작가에게 히스테리 부리는 그녀들."

"작가는 시야가 참 좁습니다."

최근 문화방송(MBC) 직원들이 익명 커뮤니티에서 자사 방송작가들에게 던진 발언들이다. 방송지원직이 모인 MBC차별없는노동조합이 해고된 방송작가의 복직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자 차별과 조롱 섞인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노조는 방송작가들에 대한 사이버폭력을 규탄하며 MBC에 진상조사 착수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12일 차별없는노조는 서울 마포구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들이 블라인드 MBC 게시판에서 방송작가들을 비난하는 게시물들을 공개했다. 블라인드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 메일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다.

노조가 공개한 게시물들을 보면, MBC 직원들은 "방송국 작가들이 진정한 빈대", "피해의식과 오만방자가 합쳐진 희안한 집단" 등의 모욕과 "현장에서 그늘만 쫓아다니는 그녀들", "음료 마시며 주체하지 못하는 몸뚱이를 끌고 막내 작가에게 히스테리 부리는 그녀들" 등 여성혐오성 발언 등으로 방송작가를 폄하했다.

김은진 차별없는노조 위원장이 방송작가들이 겪는 불이익과 권리 투쟁에 나선 배경을 설명한 글에는 "약자 프레임의 갑옷을 입고 기괴한 체리피커가 된 건 아닌지 자문해보시길", "뒷구녕으로 일반직(정규직) 처우를 누리겠다니", "작가는 시야가 참 좁다" 등의 조롱이 쏟아졌다.

한 직원은 "무관심해져야 한다. 이들의 여론전에 진지하게 되돌아보지 않아야 한다"며 직원들부터 방송작가들의 권리투쟁을 무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냈다. 12일 현재 해당 게시물들은 삭제됐으나 방송작가들을 조롱하는 게시물들은 계속 게시되고 있다.

▲12일 차별없는노조는 서울 마포구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들이 블라인드 MBC 게시판에서 방송작가들을 비난하는 게시물들을 공개했다. 블라인드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 메일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다.ⓒMBC차별없는노조

노조는 "아무리 익명게시판이지만 직원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낄낄대며 조롱하는 것은 사이버 폭력"이라며 관련 글들을 모두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고 혐오, 차별, 모욕, 허위사실 등에 해당하는 글들은 다 처벌받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노조는 MBC가 작가 비방에 참여한 직원들을 조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진 위원장은 "같은 곳에서 일하는 동료일 수도, 내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런 조롱과 혐오가 용인되면 더 큰 혐오로 돌아올 것"이라며 "MBC는 전체 공지를 통해 이번 사안을 알리고 어떤 직군에도 차별과 혐오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고(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모친 장연미 씨도 "이번 사건을 접하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며 MBC가 사내 비정규직을 향한 차별과 폭력에 엄정하게 대응해 제2의 오요안나 사망 사건을 방지하라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 씨는 "우리 요안나가 죽은 지 1년도 안 됐는데 MBC는 변한 게 없다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난다. 괴롭힘으로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 또다시 다른 사람들을 죽이는 말들을 해댄다"며 "이러다 정말 또 사람이 죽을 수 있다. MBC 내에서 그 어떤 직군이나 고용형태에 대해서도 차별적인 말이나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일 차별없는노조는 고용노동부가 MBC에서 일하던 방송작가 33명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시정조치를 내렸음에도 해당 작가 대다수와 계약을 종료해 사실상 해고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올렸다.

노조는 성명에서 MBC가 부당해고를 입증하기 위해 법적다툼을 벌인 작가 A 씨에게 청구한 소송 비용을 철회하고 그를 복직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후 블라인드에는 해당 성명을 인용하며 방송작가들을 조롱하는 글이 쏟아졌다.

▲12일 차별없는노조는 서울 마포구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들이 블라인드 MBC 게시판에서 방송작가들을 비난하는 게시물들을 공개했다. 블라인드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 메일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다.ⓒ프레시안(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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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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