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건희 무혐의' 4인방, 이 '검사님'들은 수사 안 받나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건희 무혐의' 4인방, 이 '검사님'들은 수사 안 받나요?

[박세열 칼럼] '부패완판' 주역, 검사들은 왜 '내란 정국'에서 비켜서 있나?

법무부와 검찰의 시간이 오고 있다. 윤석열 내란과 김건희 국정농단 사건 이야기다. 이제껏 검찰은 그간 마치 아무런 배역을 맡은 적 없다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짐짓 점잖은 체 하며 이 거대한 무대의 디렉터 위치로 슬그머니 올라갔다. 마치 연극의 서술자나 된 듯이 간간히 '저는 단죄의 도구일 뿐이랍니다'라는 지문을 삽입하고 관객들을 속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의 조각은 조금씩 드러나는 중이다.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 후인 오후 11시쯤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연락해 "상황이 어떤가"라고 물었고, 여인형은 "합수부 개소 중입니다"라고 보고했다. 합동수사본부장은 여인형이 맡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각, 법무부장관 박성재는 "합수부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여인형은 방첩사 수사단장에게 연락해 "합동수사본부를 빨리 구성하라"며 "국방부 장관에게서 받은 명단인데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등 14명을 신속하게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 구금시설로 이송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연락해 "(체포 대상) 명단을 불러드리겠다"며 10여 명의 이름을 불렀다. 받아적던 홍장원이 "미친놈이구나" 생각했다는 그 명단이다.

비상계엄 하의 합수부가 해야 할 일은 전두환의 쿠데타 시절을 참조할 수 있다. <제5공화국 전사(前史)>에 따르면 합수부는 "계엄하에서 수사 관할이 다른 모든 정보 수사기관(보안·헌병·검찰·경찰·중앙정보부)의 업무를 조정 감독하고 주요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돼 있다. 윤석열이 여인형에 합수부장을 맡기려고 한 건, 보안사령관(전두환)이 합수부장을 맡았던 '전두환 사례'를 참고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안사는 방첩사의 전신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윤석열의 쿠데타가 최고 권력자의 친위 쿠데타였고, 전두환은 합수부를 통해 쿠데타의 기틀을 다졌다는 것이지만, 계엄 하에서 합수부가 가장 중요한 권력 기구(혹은 도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합수부가 할 일은 명확하다.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는 것. 그걸 위해선 법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검사들은 법 기술자들이다.

최소한 박성재는 '법 기술'을 윤석열의 불법 계엄에 적용할 방도를 찾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계엄 당일 법무부 출국금지팀이 움직였다고 하며, 선관위 서버실을 털던 계엄군들 사이에선 '검찰이 파견 나온다'는 소리가 떠돌았다. 공교롭게도 박성재는 계엄이 해제된 날인 12월 4일 밤에 이상민 행안부장관, 김주현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 등과 안전가옥에서 만난 후 핸드폰을 교체했다. 박성재의 역할은 무엇인지, 검사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아직 아무것도 명확히 밝혀진 건 없다. 특검에 앞서 내란을 수사했던 검찰의 농간인지, 외면인지, 의도된 무지인지 알 수가 없다.

▲왼쪽부터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검찰이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을 불기소하기 엿새 전인 2024년 10월 10일, 검찰총장 심우정은 민정수석 김주현과 두 차례, 총 24분 가량 통화를 했다. ⓒ연합뉴스

자, 법무부가 윤석열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일원으로서 계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면, 검찰은 지난 4년간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방패' 내지는 '로펌'이었다는 혐의에서 갖혀 있다. 조국이니, 이재명이니, 청와대 선거개입이니 하는 정치수사 따위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 '검수완박'하면 '부패완판'이라고 절규하며 정권을 잡은 검찰은, 오히려 지난 4년 동안 대한민국을 악취나는 부패 비리 공화국으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그 정점엔 최고 권력자의 부인이자, 'V0'로 불린 김건희가 있다. 대통령 영부인이 수천만원 짜리 뇌물을 꿀꺽꿀꺽 받아먹고 있으리라는 상상은 87년 민주화 이래로 생각해 본적조차 없었다. 뇌물로 받은 다이아몬드를 전 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에 버젓이 차고 나올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떠난 순방 기간 짬을 내 경호원을 대동하고 대낮에 명품 편집숍을 찾아 쇼핑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김건희의 과감한 행보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무슨 짓을 해도 충실한 수사기관은 나를 절대 물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고, 그 믿음은 자신이 남편 삼은 '내가 곧 검사이고, 검사가 곧 나'인 사람, 윤석열과 그의 부하들이 구축한 검찰공화국의 높은 성벽에서 나온 것이다.

김건희가 구속된 지금, 수사 대상이 돼야 할 사람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사들이다. 지난해 10월 무혐의로 귀결된 사건이 10개월만에 특검 수사로 180도 뒤집힌 데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검찰이 '도둑'처럼 김건희 출장조사를 했던 게 작년 7월 20일이었고, 김건희를 무혐의 처분한 게 작년 10월 17일이었다. 출장 조사 약 2주 전인 7월 3일, 김건희는 민정수석 김주현과 비화폰으로 두 차례에 걸쳐 30분 넘게 통화했다. 그리고 검찰이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주기 엿새 전인 10월 10일, 검찰총장 심우정은 민정수석 김주현과 두 차례, 총 24분 가량 통화를 했다. 과연 이들의 통화가 이게 전부였을까?

이미 도이치 주가조작 주범들은 2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그때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부장 최재훈 수사팀은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며 "김건희가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앙지검 4차장검사 조상원은 브리핑을 통해 권오수를 믿고 수익을 기대하며 권오수 소개로 3자에게 계좌 관리를 맡겼다고 봤다. 아무것도 모르는 김건희의 계좌가 범죄자 권오수에게 활용됐다는 말이다. 그렇게 김건희는 피해자로 둔갑했다. 이 모든 결론을 주도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친윤 검사로 유명한 이창수다.

배우들의 이름을 나열해 본다. 최재훈, 조상원, 이창수, 심우정, 김주현. 이들의 이름이 특검 수사에서 나오게 될지 지켜보자. 수사 관계자가 범죄 사실을 알고도 수사를 덮거나 방해했다면 직무유기로 처벌받는다.

내란 후에도 검찰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윤석열 단 한사람을 위해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로 산정한 법원이 윤석열을 석방하자 검찰총장 심우정은 항고를 포기했다. 검찰은 내란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을 뒤지고 다녔고, 윤석열의 체포영장을 저지한 핵심 인물인 경호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세번이나 반려했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에 파견된 검사만 120명이다. 이들이 '검찰 관계자'나 '검사들'을 조사했다는 소리는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내란 수괴를 보좌하던 김주현 민정수석이 윤석열의 '내란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게 전부다. 특검을 통해 정의가 바로 세워지기 위해서는 법무부와 검사들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특검 검사들도 그저 '검사들'일 뿐이라는 점, 지난 4년간 침묵해 온 '법 기술자'들일 뿐이라는 점이 내내 걸린다. 윤석열 정권의 '부패 완판'을 방조하고, 나아가 적극 엄호하던 검사들을, 검사들이 수사할 수 있을까? '검사 불패'의 신화를 깨는 게 진짜 내란 청산이다. 국정농단과 내란 청산의 무대 밖에 선 검사들도 배역이 있었다. 이 극이 '메타 연극'이라는 걸 특검은 명심하길 바란다. 더 이상 오해를 사지 말라.

▲사진 왼쪽부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4차장검사·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이들은 2024년 10월 김건희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결론을 낸 수사 라인이다. 이후 검찰과 특검은 김건희의 주가 조작 사건을 다시 수사했다. 현재 김건희는 주가조작 범죄 등과 관련한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