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표로 활동하는 단체인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는 청년정책이 제도화된 이후 '지역 격차에 따른 세대 내 불평등'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단체가 새롭게 주목한 문제라 할 수 없지만 다시 이야기할 시점이라 보고 있다. 살고 있는 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면서, 그리고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비수도권 지역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서 잘 주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세대가 그렇지만, 청년세대는 단일하지 않다. 그리고 미취업자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청년정책 10년의 짧은 역사 동안 많은 자립준비청년, 돌봄 청년 등 다양한 환경에 처해 있는 많은 이들이 등장하게 됐고 이를 개개인 특수한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인식하여 정책적으로 접근하게 됐다. 청년세대는 꽤 다양하게 드러나게 됐지만, 한편으론 분리되지 않은 단일성은 존재한다. 바로 수도권 지역 청년과 비수도권 지역 청년이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청년층(이하 만19~34세) 인구 중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 거주하는 청년 비중은 약 54%이고 46%는 비수도권에 거주한다. 청년층 절반은 비수도권에 살고 있지만 보편적인 모습의 청년으로 나타나지 않는데, 그래도 최근에는 서울에서 비수도권으로 이직하는 청년보다 비수도권에서 서울로 이직하는 청년들이 증가됨에 따라 '일자리 찾아 떠나는 청년들'이 '일자리 문제'와 함께 '지역 불평등' 문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청년들의 '지역 탈출' 현상은 자연스럽게 '지역 불평등'을 드러내게 되는데 지역의 온갖 격차(일자리, 교통, 기후 등)는 매우 악순환적이고 가속적이어서 전국 지도가 중심부(수도권)와 주변부(비수도권) 그리고 중심부 내 다층적 형태의 불평등 지도로 지금보다 선명히 그려지게 될 것이다. 또한, 당장 가시적이지는 않겠으나 수도권에 살던 청년들과 수도권으로 이주한 청년, 지역의 소멸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청년 사이에 많은 차이들이 발생할 것이다. 단순히 수도권으로 이주한 청년들이 어떠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가만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지역에 대한 책임감이 별로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서울공화국'이란 말이 잘 쓰이지 않게 된 대신 '지방·인구 소멸 위기' 담론은 활발해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역 불균형 문제가 개별 지역의 문제로 전가됐고, 중앙정부의 얼마 되지 않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역이 어떻게 소비될 것인가로 이뤄진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역으로 유입해야 할 실체 없는 청년들은 호명되지만, 실제 지역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은 호명되지 않는다.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수도권 또는 도시의 청년들만 나타난다. 이들이 계속 가려진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지역 위기와 불평등 담론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우리 사회는 빌딩숲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출퇴근하는 수도권 청년만이 아니라 비수도권 지역 청년들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 연구 과정을 조금이나마 지켜보면, 수도권 지역 청년들의 삶과 비수도권 지역 청년들의 삶과 문제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집단에 대한 계획처럼 보이는 것을 지울 수가 없다. 정책적으로 대상을 보다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행기 단계에 있는 청년들을 수도권에 있었던 청년, 수도권으로 이주한 청년,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청년으로 분류하여 본다면 각 지역 차원에서만의 문제 해결이 아니라 국가 단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울역 인근에 일정이 있어 인천에서 1400번 광역버스를 탔다. 종점이 서울역이었고, 일정이 늦어지면 새벽 0시 30분 막차를 탈 수 있었던 고마운 버스였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홍대입구역까지만 운행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서울에 진입해서야 알게 됐고 '이제 11시에는 지하철 타러 가야겠구나' 하는 인천 사람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이런 고민을 할 이유가 없거나 할 수조차 없는 고민이다. 모두가 다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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