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미국·일본 순방을 앞둔 상황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이 오는 23일 예정된 한일정상회담에 불참하고 먼저 미국행을 한 데 대해 대통령실은 "원래 외교장관은 방미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위성락 안보실장), "갑작스런 방미 일정이 아니다"(강유정 대변인)라고 진화에 나섰다.
외교장관의 한일정상회담 불참은 이례적인 만큼, 미국이 농산물 추가 개방 등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한미 간 시급히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 터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데 대해 이를 일축한 것이다. 조 장관은 지난 21일 미국으로 출국했고, 워싱턴행 직항을 이용하지 못하고 경유 항공편을 탈 정도로 급하게 방미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위성락 안보실장은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원래 조 장관은 (대통령의) 방미 출발 전 방미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직전에 가서 마지막 점검·조율하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고 그 과정에는 여타 장관도 참여한다. 산업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에) 가 있다. 세 장관이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최종 점검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앞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오후 브리핑에서 "조 장관의 경우 '갑작스러운 방미 일정'은 아니다"라며 "워낙 한미정상회담이 여러 가지로 더 조율할 부분이 있다. 좀더 긴밀한 조율을 위해서 일본을 가지 않고 바로 미국으로 출국한 것"이라고 했다.
위 실장은 특히 조 장관의 이번 방미 배경과 관련, 미국으로부터 농수산물 추가 개방 요구가 있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농축수산물은 한미 간 진행해 온 무역 교섭 이슈 중 하나"라며 "특별한 진전이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다만 "지난번 투자 관련 합의가 나왔을 때는 그 문제가 포함이 안 됐다"며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것은 맞고 협의는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는데, 이에 대해 기자들로부터 추가 질문이 나오자 "직접적으로 말씀드린다. (조 장관이) 농산물 때문에 갔느냐?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그는 외교장관의 한일정상회담 불참이 이례적이라는 취지의 질문에는 "일본에는 챌린징(challenging. 도전적)한 요소가 없다. 한일 간에는 조율해야 할 긴박한 현안이 없어 마지막 점검·조율해야 할 필요가 적다"며 "미국은 통상·안보에 새로운 챌린지(도전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 발표되는지 묻는 질문에 위 실장은 "지금 서로 문안 협의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종적으로 어떻게 될지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정부보다 가변성이 큰 정부라 (공동성명 발표가) '있다', '없다' 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대신 주식 지분을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위 실장은 "반도체 기업 지분 제공 문제는 한미 간 정상회담과 직접 관련된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파악하기로는 우리가(한국 기업이) 아직 보조금을 받은 바 없기 때문에 당장 현안이 아닌데, 앞으로 보조금을 받게 되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미국이 반도체 업계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보조금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이해가 잘 안가는 정책인데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그런 게 많다. '관세 25%'도 그렇지 않으냐. 새로운 정책, 전례 없는 특이한 정책"이라고 평했다. 그는 다만 "우리(한국)에 대한 함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전체(미 반도체 산업) 맥락에서 적용되는 문제"라며 "한미 간 협상 과정에서 나온 소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전제를 달았다.
한미 간 관세·투자 관련 논의에 대해서는 "그래도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더 조율해야 한다. 그래서 장관들이 가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난항을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예측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아서 단정적으로 말하기 조심스럽다. 약간의 변화 여지를 남겨두고 싶다"고 했다.
핵연료 재처리 등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될지에 대해서는 "이 문제는 오래된 현안"이라며 "우리는 오랫동안 이 협정 개정을 위해 노력해 왔고 한때 일부 개정한 바도 있으나 그 이후에도 추가 개선 수요를 갖고 있다. 그런 입장에 따라 임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 의제라고 할 수 있고, 정상회담 계기에 진전을 만들어보겠다는 입장 하에 임하고 있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안보 분야 협상 전망과 관련, 미국이 요구하는 국방비 증액 폭에 대해 양측이 의견 접근을 이뤘는지 묻자 위 실장은 "국방비가 늘어나는 흐름인 것은 맞고 한미 간 협의 중"이라며 "어떤 수치가 나올지는 아직 진행 중이다. 나토가 하나의 전례가 돼 참고하면서 협의 중이고 수치를 말씀드리기는 이르다"고 즉답을 피했다.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이 역시 "오랜 현안"이라며 "지금 당장 한미 간 급한 현안은 아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깊숙히 다뤄지는 현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도 전환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하루아침에 바로 하는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연합방위능력의 강화"라며 "여건이 마련되면 빠른 시일 안에 (협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장 문제와 관련, 중국-대만 간 충돌시 주한미군이 투입될 가능성도 논의 중인지 묻자 위 실장은 "전략적 유연성은 논의를 하고 있지만 정상회담에서 그런 구체적 경우까지 협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위 실장은 "우리가 보는 한미정상회담의 목표는 3가지"라며 "(첫째는) 한미 경제·통상 관계의 안정화로, 한미는 7월 말 관세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어느 정도 안정화를 위한 진전을 이뤘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를 정상 차원으로 격상해 양국 관계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둘째는 한미동맹의 현대화"라며 "오늘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대나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제 등으로 한반도 역내 안보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우리 국익에 맞게 현대화해야 한다"고 위 실장은 말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동맹 현대화'는 한미 간 연합방위태세가 더 강화되고 우리 안보가 더 튼튼해지는 방향으로의 현대화"라며 "우리가 더 많이 기여함으로써 군사적 역량을 키워가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셋째는 한미 간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이라며 핵발전, 조선,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와 국방 분야 연구개발(R&D) 등을 새로운 협력 분야의 후보군으로 언급했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에 '반중(反中)' 입장 표명 등을 요구할 경우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미 조야의 입장이 종래보다 더 터프한 면이 있고, 그런 기대가 어떤 영역에서는 우리에게 오는 것도 있다"고 완전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며 "협의하고 있고, 우리가 국익을 감안해 대응할 것은 대응하고 협의할 것은 협의 중"이라고 했다.
오는 10월 경주 APEC 계기에 한국에서 미중 정상 간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글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회동이 있을 수도 있다", "저는 열어두고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미중 양국 간 정상이 상대국을) 오고 갈 여건은 충분하지 않다는 관측이 있어 제3의 지역에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데, APEC이 그런 장소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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