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세영의 세상읽기]“운전이란 무엇인가: 굴러간 차, 공장 안에서의 사고도 교통사고일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세영의 세상읽기]“운전이란 무엇인가: 굴러간 차, 공장 안에서의 사고도 교통사고일까?”

자동차 사고가 나면 우리는 흔히 “누가 운전했는가”를 먼저 묻는다. 그런데 법이 말하는 ‘운전’은 단순히 핸들을 잡는 행위보다 훨씬 더 복잡한 개념이다.

도로교통법은 ‘운전’을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엔진을 켰다는 사실만으로는 운전이 성립하지 않고, 기어를 넣고 브레이크를 풀어 차가 실제로 발진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운전이라고 본다. 예컨대 아파트 단지에 주차해둔 화물차의 사다리를 이용해 짐을 옮기다 사고가 난 경우, 이는 운전 중 사고가 아니라고 본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운전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차량이 움직인 경우도 운전으로 보지 않는다. 실제로 한 운전자가 갓길에 정차한 뒤 차에서 내렸는데, 기어를 중립에 둔 탓에 차량이 경사로를 따라 굴러가 다른 차량과 충돌한 사건이 있었다. 대법원은 이 경우 “자연스럽게 차량이 밀린 것일 뿐 운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말하는 ‘교통사고’는 어디까지 포함될까? 이 법은 “차의 교통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물건을 파손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고가 꼭 도로에서만 일어난 경우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공장 안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도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차의 교통’이다. 대법원은 이것을 단순히 차량을 움직이는 행위뿐 아니라, 운전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까지 포함한다고 판단하였다. 예컨대 트럭 운전자가 차를 세운 뒤 아직 시동을 끄지 않은 상태에서 상차 작업을 하려던 순간, 차량이 기울며 화물이 떨어져 보행자가 다친 사건이 있었는데, 대법원은 이 경우를 단순한 작업 중 사고가 아니라, 운전에 수반된 정차 과정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판단하였다.

이처럼 법원이 해석하는 ‘운전’과 ‘차의 교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차가 움직였다고 해서 모두 운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운전과 불가분하게 연결된 상태라면 교통사고로 평가될 수 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핸들을 잡고 있지 않았으니 운전은 아니다”라고 안심할 수 없다. 차를 세우는 과정, 시동을 끄기 전 단계, 또는 주차 브레이크를 제대로 채우지 않은 부주의까지 모두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