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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수행평가 사태’를 둘러싼 서로 다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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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수행평가 사태’를 둘러싼 서로 다른 시각

경기교육청, ‘수행평가 현장 의견 수렴 2차 토론회’ 개최

패널들, "학생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 등 ‘교육본질 회복’ 위해 폐지 아닌 내용 개선으로 지속돼야 할 제도" 한 목소리

폐지 요청 사태 원인에 대해선 ‘명확한 기준 없는 제도 탓’ VS ‘대입 만을 위한 학교·전문성 부족한 교사 탓’ 입장차

현장선 "갑작스런 수행평가 논란, 준비 부족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및 학기제 때문… 교육전문가인 교사의 자율성 더 강화돼야" 지적도

임태희 교육감 "수행평가와 고교학점제, 대입제도와 연계해 종합적인 해법을 내야 할 때" 강조

▲25일 경기도교육청이 개최한 ‘수행평가 현장 의견 수렴 2차 토론회’가 진행 중인 모습. ⓒ프레시안(전승표)

최근 고등학교 수행평가에 대한 교육현장의 폐지 요청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수행평가, 전면 재구조화’를 선언한 경기도교육청이 해법 찾기에 나섰다.

도교육청은 25일 남부청사 대회의실에서 ‘수행평가 현장 의견 수렴 2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달 21일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와 함께 수행평가의 현재를 진단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한 ‘1차 토론회’에 이어 학생의 미래 역량 함양을 위한 수행평가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수행평가, 함께 다시 그리다 - 현장과 전문가의 대화’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임태희 교육감을 비롯해 도교육청 관계자들과 교원, 학부모, 교육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윤승혜 수원 이의고등학교 교사와 차유화 화성 치동고등학교 수석교사, 김현석 용인 포곡고등학교 교장, 이재원 동국대학교 입학사정관 및 전경희 강남대학교 교수(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등 패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고교 수행평가 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들은 수행평가 제도에 대해 단순 지식 정보의 암기 방식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답을 구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 해결력과 창의력 등 미래사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만큼, 제도의 보완을 통한 지속 운영의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다만, 일선 학교의 교사와 대학 측 패널은 서로 다른 입장차를 보였다.

윤승혜 교사는 "그동안 교실에서의 수업과 평가는 학생이 가진 지식의 양과 학습의 결과만 측정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지식을 활용하거나 조작하고 이를 적절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측정하는 학습으로서의 평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제도적으로 학교별·교과별·학생별 상황에 따라 교사가 수행평가의 비율 및 운영 횟수를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교사 집단이 함께 공유하는 체계화된 채점 기준표(루브릭)를 제시하고, AI(인공지능)를 보조 채점 도구로 활용하는 등의 방안 정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5일 경기도교육청이 개최한 ‘수행평가 현장 의견 수렴 2차 토론회’가 진행 중인 모습. ⓒ프레시안(전승표)

차유화 교사도 "특정 시기에 집중된 수행평가는 수업과의 연결성이 떨어지고, 과제형 수행평가는 학생에게 시간적·정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교사에게는 평가 업무의 과중을 야기하고 있어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수업 중 운영 가능한 수행평가를 위해 정규수업 시수의 유연한 운영과 편성 재량권을 학교에 보장하고, 평가 계획 수립·루브릭 작성·피드백 제공 등에 대한 공동 개발 및 공유 등의 제도 개선과 함께 수업 속에서 학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과정으로서의 수행평가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석 교장 역시 "교육당국이 단순히 루브릭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말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해 공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고, 루브릭 적용 사례를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 마련으로 교사간 공통된 평가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AI 기반의 평가지원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평가의 객관적이고 일관적인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또 교사가 평가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물리적 시간 보장 및 데이터 관리자 등 전담 인력 배치 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장은 "무엇보다 수행평가 개선에 대한 논의는 학교 평가 전반이 지닌 구조적 불균형과 과도한 대학입시 중심성 등 전체 평가 체계의 개선 논의의 일부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며 "수행평가와 지필평가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상호보완적 관계로, 수행평가의 축소 또는 폐지만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두 평가 방식 모두의 구조적 개선과 대입제도의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대학 측 패널들은 다소 시각이 달랐다.

이재원 입학사정관은 "대학들은 수행평가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개념을 바탕으로 어떤 고민을 얼마만큼 했고, 어떤 성취를 이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즉, 수행평가는 학생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록"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수행평가가 ‘대입을 위한 교육’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 측에서 대학에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의 적정 비율 및 수행평가 영역명"이라며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의 비율은 과목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수행평가 영역명 자체가 평가에 활용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 학생 개인에 대한 상황과 맥락을 파악해 잘 평가하기 위한 자료인 수행평가를 단지 대입전형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매우 민감해 한다"고 꼬집었다.

▲25일 경기도교육청이 개최한 ‘수행평가 현장 의견 수렴 2차 토론회’가 진행 중인 모습. ⓒ프레시안(전승표)

전경희 교수는 "교육과정 속에서 수행평가는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며 "하지만 본질적으로 교사의 전문적 판단을 전제로 이뤄지고 있어 교사의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결국 최근 제기된 수행평가 폐지 요구는 단순한 제도 운영상의 문제가 아닌, 평가가 지니는 공정성과 신뢰도 및 교육적 효과성 등을 둘러싼 복합적 쟁점이 표면화된 결과"라며 "학교 단위에서 수행평가의 설계와 실시를 비롯해 채점과 피드백 전 과정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국가차원의 정책적 인프라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수행평가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비판한 학교 측 패널들과 달리, 대학 측 패널들은 교사와 학교에 문제가 있다고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지필평가의 경우 학생마다 서로 다른 장점과 특기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수행평가를 통해 학생별 장점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정작 대학이 어떤 모습을 토대로 평가를 진행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는 형편"이라며 "또 대학교에서 개최하는 입학설명회 등지에서도 다른 학생과 차별화된 수행평가를 요구하다 보니 수행평가에 대한 부담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하는 것과 달리, 학교와 교사가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대학 측 시각은 큰 간극을 보인다.

더욱이 이날 대학 측 패널 가운데서는 "대학은 잘 있는 결과물을 잘 평가하면 되는 입장으로, 대입제도 개편 등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대학은 아니라고 본다"며 "대학 입장에서는 어떤 제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제시된 대안이 더 나아갈 수 있는 역할과 노력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이해해 달라"는 발언마저 나왔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5일 열린 ‘수행평가 현장 의견 수렴 2차 토론회’에서 현 상황에 대한 진단 및 향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패널들의 의견들과는 또 다른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고교 교사는 "시행된 지 10년이 넘은 수행평가 제도가 갑작스럽게 문제로 떠오른 것은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전면 시행되면서 1년동안 배워야 할 내용들을 한 학기에 몰아놓은 채 시수를 늘려 모든 과목의 수행평가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해당 교사는 "현재의 상황은 수행평가만 떼놓고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교사의 전문성 문제 및 교사 개인의 문제처럼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대입제도가 큰 영향을 미치는 상태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잇따르는 현상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의견들에 대해 임태희 교육감은 "수행평가 문제에 대한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어야 대입 문제와 학생부 및 고교학점제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방향을 바꿔나갈 수 있다"며 "이제는 수행평가와 고교학점제를 대입제도와 연계해 종합적인 해법을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 성장을 위한 수행평가와 미래 준비를 위한 대입제도의 개편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더 행복하고 정의롭게 성장하는 교육제도로 바꿀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두 차례에 걸친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종합, 올해 중 수행평가 재구조화를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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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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