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가 장애인 거주시설 지원조례를 추진하자 지역 장애인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해 울산 최대 장애인시설에서 집단학대 사건이 드러난 뒤에도 시설 중심의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외면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27일 울산의 50여개 장애인단체가 모인 공동대책위원회는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안 폐기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장애인 학대 사건은 시설이라는 구조 자체에서 비롯됐다"며 "시설을 유지하는 데 예산을 더 쓰겠다는 건 국제사회가 권고하는 탈시설 정책과 정반대"라고 전했다.

이 배경에는 지난해 울산 태연재활원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학대 사건이 있다. 당시 생활지도원들은 거주 장애인 19명을 수십 차례씩 폭행했고 전직 직원 4명은 올해 7월 법원에서 징역 2년에서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울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시설이 만든 인권 참사"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하지만 이번 조례안은 인권 실태조사나 권리보장 규정을 담았을 뿐 실제로 학대를 막을 근본적인 장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책위는 "형식적인 규정으로는 시설 안에서 벌어지는 은폐된 학대를 밝히기 어렵다"며 행정처분 강화와 가해자 처벌, 피해자 자립 지원, 학대 예방책 등을 모두 포함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족들도 같은 우려를 표했다. 한 피해자의 보호자는 "우리 아이가 맞고 괴로움을 겪은 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설이라는 울타리 때문이었다"며 "이제라도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도 울산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인권 연구자는 “시설 강화가 아니라 자립 지원이 답”이라며 “주거, 돌봄, 고용까지 함께 마련하는 탈시설 정책을 추진해야 더 이상의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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