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청이 최근 탄핵 정국에서 논란을 일으킨 한 종교시설과 관련해 특혜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논란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일 부산 강서구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학교법인 세계로우남학원은 강서구에 희망공원 일부 부지 무상 사용에 대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를 검토한 강서구는 공원 내 부지 약 660㎡에 대해 학기 중 주 3회,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5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공익성을 근거로 사용료는 면제했다.
신청서를 낸 세계로우남학원은 부산세계로교회가 세운 미인가 대안 교육기관이다. 부산세계로교회는 탄핵 정국 당시 '세이브코리아' 집회를 주도한 보수인사 손현보 목사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때문에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국민의힘과 연관해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3월 개교식에 참석한 김형찬 강서구청장이 손 목사를 위인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에 대해 부산 강서구는 1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안은 정치적 편향성과 무관하다"면서 항변했다. 김형찬 강서구청장은 "학생들의 체육활동 공간을 공익차원으로 인정한 것은 특혜와 무관하다"며 "별도의 면제신청서 제출도 절차상 요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형찬 구청장이 설명한 '절차'는 다소 모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는 "제가 그 당시 무상으로 하는 것이 매우 공공적이라고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라며 "신청을 해서 판단한 것이 아니라 조례에 따라서 우리가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찬 구청장이 예시로 든 조례는 부산시 도시공원 조례 37조 1항을 말한다. 조례에 따르면 시장이 인정하는 경우 사용료 또는 점용료를 면제할 수 있다. 그러나 2항은 1항에 따라 사용료 또는 점용료를 면제받고자 하는 자는 미리 그 사유를 기재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남학원 측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구청장의 판단으로 사용료를 면제한 것이다.
구청장이 우남학원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김형찬 구청장은 조례를 근거로 들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는 "학생들이 엘리트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정치적으로 편향된 학교라는 보도가 나면 피를 토할 일"이라며 사실상 우남학원 측을 두둔하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장소에서 뒤이어 기자회견을 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과 강서구지역위원회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의근간을 흔드는 사안"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주민 감사 청구와 국정감사 등을 통한 진실 규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지낸 변성완 강서구지역위원장은 "30년 가까이 공직을 했던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 민간단체나 개인이 공공부지를 좀 쓰겠다며 전화 한 통만 하면 해결되느냐"며 "어떤 국민이나 시민들이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부산교육청은 세계로우남학원이 제출한 '세계로우남기독아카데미'의 대안학교 설립 계획을 심의한 결과 부적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교육청은 정치적 편향성 우려 등을 들어 해당 학교의 설립 목적과 교육과정이 대안학교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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